부동산 계약할 때 ‘사용 용도’ 알려야 피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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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부동산 계약할 때 ‘사용 용도’ 알려야 피해 없다 무슨 공장이고, 어떤 인허가 필요한지…목적 등 특약사항에 삽입을

기사입력2019-03-01 08:30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부동산을 임차해서 로펌 사무실을 운영하는 만큼, 필자가 사용하는 부동산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실 임대인으로서는 로펌같이 편한 임차인도 없다. 변호사들이라 까다로울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들의 일에는 적당히 환경만 충족되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실제로 몇년 전, 상당 규모의 로펌이 임대차 계약에 문제가 생겨 거액의 보증금을 날리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 로펌의 구성원들은 너무나 화가 나서, 파트너들이 돈을 모아 강남의 빌딩을 매입해 사옥으로 삼았다. 그런데 몇년 후에는 그 건물 가격이 폭등해, 모든 손실을 복구했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다.

필자도 작년에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이전하려는 사무실의 용도가 ‘교육시설’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사무실이 교육시설로 등록돼 있으면 소방시설, 주차시설 등 여러 가지 불편한 규제가 뒤따른다.

결국, 상당한 비용을 들여 일반 사무실로 용도변경을 했다. 그런 사실을 미리 알았어도, 사무실이 워낙 마음에 들어 용도변경 비용을 기꺼이 감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하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 로펌에 변호사가 몇 명인데, 이걸 놓치다니!!

부동산을 특정 목적으로 매수하거나 임차하는 경우에 매도인, 임대인과 중개사의 말만 믿고 계약을 덥석 체결하는 예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학원을 운영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면적이 확보돼야 한다. 그래서 화장실, 복도 등 공용부분을 제외한 공간을 실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등기부상의 면적만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인테리어 견적을 받기 위해 실측을 해보고 나서야 허가 또는 인가를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매도인이나 임대인, 중개사와 원만히 해결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로에게 잘못을 미루고, 미루다가 시간만 지나고, 결국 속이 타는 것은 매수자 또는 임차인이다. 계약을 해제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버티고 있으면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거액의 부동산이라면 소송을 해서라도 내 돈을 돌려 받아야겠지만, 소액의 계약금이 문제 될 때는 참 애매하다.

부동산을 매수·임차할 때는 중개인과 매도인 그리고 임대인에게 먼저 고지해야 한다. 이러 이러한 목적으로 이 부동산을 계약하려 한다고 알리고, 가능하면 그 이유를 부동산 중개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소송을 제기하자니 시간과 돈이 아깝고, 그냥 두자니 속이 끓어 오른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내용증명을 보내보지만, 사실 내용증명은 내가 그런 내용의 우편을 보냈다는 사실을 증명해줄 뿐, 상대에게 돈을 받아주는 힘은 없다.

이런 경우 말고도, 야산을 밀고 건물을 지으려고 토지를 매수했는데 갑자기 묘지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무연고 묘지라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절차를 거쳐 처리하면 될 문제이지만, 유연고 묘지라면 절차가 복잡해진다. 묘지 소유자가 이장비로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요구하는데, 이 경우 토지 매수자는 매우 난감해진다.

부동산을 매수, 임차할 때는 중개인과 매도인, 임대인에게 먼저 고지해야 한다. 내가 이러 이러한 목적으로 이 부동산을 계약하려 한다고. 그리고 가능하면 그 이유를 부동산 중개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다. 위에서 예를 든 교육시설의 경우, ‘실제 측량을 해서 면적이 ○○㎡ 이하인 경우,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 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특약사항으로 삽입할 수 있다.

토지를 매수할 때 무연고 묘지가 문제 될 것 같으면, 그 부분을 계약금액에 반영할 수도 있다. 또는 특약사항으로 ‘무연고 묘지 4기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는 매도인이 책임지고, 그 외에 차후 새로 발견된 묘지에 대해서는 매도인이 책임지지 않는다’던가, ‘토지에 있는 묘지는 매도인이 2019년 4월5일까지 책임지고 제거하기로 하되,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는 형식의 내용을 특약사항에 삽입할 수도 있다.

부동산 중개사를 통할 때는 더욱 더 이런 특약사항의 기재를 요구해야 한다. 왜 높은 수수료를 주고 중개사에게 매매의 중개를 의뢰하는가? 바로 이런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우리 회사가 필요한 용도의 토지(예를 들어 공장용지)가 있다면, 사용 용도를 명확히 고지하자. 단순히 공장용도라고만 알려서는 안된다. 우리가 세우고자 하는 공장은 무슨 일을 하는 공장이고, 어떤 허가 또는 인가가 필요하고, 이런 용도의 토지가 필요하다고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때로는 관련 건축을 토지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 부분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토지 매입 시 대출이 필요한 경우는 은행 관계자와 함께 해당 부분을 답사하거나 서류로 감정평가를 해보는 것도 좋다. 필요하면 대출 관련 사항 및 임대인의 협조 여부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막연히 ‘중개사와 임대인에게 적당히 이야기했으니까 잘 되겠지’하는 마음으로는 나중에 큰코다친다. “부동산 중개사가 학교 선후배 관계여서, 잘해줄 거라고 믿고 일했어요”라든지, “임대인이 평소에 잘 알던 사람이라 잘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따위의 말을 할 때는 이미 늦었다. 내 회사의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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