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는 생각과 사고의 ‘차이’ 사업에 반영하라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경영자는 생각과 사고의 ‘차이’ 사업에 반영하라 빠르게 받아들이고, 고객과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해야 성공한다

기사입력2019-03-29 00:00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필자는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자다. 매달 부과되는 4대 보험과 오르는 최저임금에 고민하고, 직원들의 사업장 이탈에 또 고민하며, 잘못 만들어 놓은 취업규칙을 고치지 못해 한숨을 내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경영자다.

영업도 해야 하고, 그 영업의 결과를 가지고 성과도 내야 한다. 업무영역에서 특별한 점은 직원이 할 수 있는 영역과 절대적으로 변호사가 해야만 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일반 회사와 다르다. 예를 들어, 직원은 어떤 경우라도 변호사를 대신해 재판에 나가 변론을 할 수 없다.

필자는 경영과 재판 외에도 여러 곳에서 강의를 하는데,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온라인으로 강의를 녹화해 상영하기도 한다. 2년 전에 무려 23개의 강의를 녹화한 후, 하도 고생을 해서 다시는 온라인 강의를 녹화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최근 14개로 구성된 ‘계약서의 작성과 검토 실무’ 강의를 녹화하게 됐다. 좀처럼 녹화를 할 시간이 나지 않아, 금방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던 강의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녹화가 끝났다. 강의를 마친 후에는 이제 강의안을 정리해서, 업체에 넘겨주어야 강의영상과 강의안을 업로드 해서 서비스를 개시한다.

일반 강사들이 PPT라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프레지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강의하는데, 이 프레지라는 프로그램은 그래픽에 기반을 두고 움직이는 것이라, 수강생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 자체는 탁월하다. 그래서 필자의 강의는 실제 강의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교재를 만드는데 좀 까다롭다. PDF로 변환하기에도 번거롭고, 그래픽의 특성상 한 페이지에 많은 텍스트를 담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교재가 여러 페이지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의 녹화 후, 교재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방법은 강사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PPT 파일에 한 장당 많은 글자가 들어가 있는 강의안으로 강의하는 강사는 PPT 강의안 그 자체를 그냥 PDF로 저장을 하면, 그게 교재 작업의 끝이다. 하지만, 글자가 가득한 PPT 강의안을 눈이 뚫어져라 쳐다봐야 하는 수강생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법연수원을 다닐 때, 강의하던 교수들의 강의안이 모두 그랬다. 한 장의 강의안에 판례가 오밀조밀 모여 있던 그 강의안은 그 자체가 교재였다. 필자는 그런 방식의 강의안이 너무 싫어서, 강의를 시작한 후 프레지라는 새로운 형태의 강의시스템으로 바꿔 시작한 것이다.

이번 온라인강의 교재 작업의 경우, 혼자서 할 수가 없어서 신입직원에게 부탁했다. 신입직원이 만든 파일을 보충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몇 시간에 걸쳐서 했다. 파일이 참 예쁘게 나왔다. 그런데 그 직원이 물었다.

직원 : 수강생들이 이 교재를 보통 어떻게 보나요?

필자 : 프린트해서 본다고 하던데요? 왜 무슨 문제 있을까요?

직원 : 저 같으면 욕할 거 같아요….

필자 : 네???

직원 : 일단 페이지가 너무 많아요. 거의 900페이지 가까이 되는데요. 그리고 화면으로 보면 컬러로 돼 있어서 이쁜데, 이것을 컬러 프린트해서 보기에는 수강생들이 부담될 것 같아요. 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흑백으로 프린트하더라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머리를 무엇으로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지난 2년 전에 강의를 녹화했을 때도, 강의안은 이런 식으로 1400페이지를 만들어서 넘겼다. 그때는 왜 이런 문제가 없었을까? 담당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도 업체에서 불만이 많았단다. 업로드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운받은 수강생들이 교재 내용에 비해 양이 많다는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강의가 대기업에 제공되고 나름 인기 강의가 되고 나서는 그런 문제가 계속 제기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이니 너희에게 알려준다는 태도’로 접근해 버린 셈

경영자는 나의 사업 방향을 항상, 나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필자는 ‘계약서’와 관련된 강의를 녹화하면서 계속 말했다. 계약서는 결국 협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계약서의 ‘갑’과 ‘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위치라며,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계약서에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가 그 부분을 어기고 있었다. 수강생의 처지가 아닌 ‘갑’인 강사의 처지에서만 모든 것을 진행했던 것이다. 수강생의 관점에서 불만을 해결한다고 접근한 방법인데, 강사가 되자 또 다른 불편함을 만들어 내고 만 것이다. 강의를 편하게 본다는 명목하에 900페이지짜리, 예전의 강의에서는 1400페이지짜리 컬러 프린트 교재라는 괴물을 수강생에게 던져 놓은 것이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혹시 필자가 진행하고 있던 업무 중에 또 그런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필자의 사무실은 모 기관의 의뢰를 받아 개발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이 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무슨 프로그램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생활법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언론에서 ‘M세대 변호사’라고 불린 적도 있다.

변호사로서 나름 앞서 나간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런데도 생각 외로 잘 안됐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전문가이니 너희에게 알려준다는 태도’에서 접근했던 것이다. 물론 그래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궁금해 하는 부분, 수요자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솔직히 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했고 생각한다고 했었는데, 사실은 그러지 못했었던 부분이 꽤 발견됐다. 이번 점검으로 알게 됐다. 고객의 편의성보다는 필자가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최선으로 생각해 온 것이었다. 물론 의뢰인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다는 목표를 얻기에는 적절할지 모른다. 의뢰인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충족되는 동안 필자와 필자의 사무실에 불만이 있더라도 믿고 따라온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는 순간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다.

최근에 ‘법률꿀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는데, 실제는 법률만이 아니라 필자가 재미있어하는 골프, 글쓰기, 쇼핑, 제품 리뷰 등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악성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고객과의 소통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무반응이었을 때에는 필자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몰랐다. 익명의 악성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팬덤-안티팬덤’이 형성되고 피드백이 시작됐다. 댓글이 익명으로 달리지 않았다면,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그런 댓글을 달지 못했을 것이고 나는 내 채널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름 유튜브 채널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돼 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경영자는 나의 사업 방향을 항상, 나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소리라서, 글을 쓰면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럴 정도로 이번에 신입직원이 준 충격은 컸다. 여태껏 잘못해 온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큰 영감을 줬다. 경영자로서, 그리고 유튜브 채널 서비스 업자로서 고객에게 무엇을 줘야 하는지,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고 있다.

필자는 연예산업에 관심이 많다. 특히 아이돌 산업의 흥망성쇠는 정치·경제의 순환과 밀접하게 닮아 있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업계의 1등을 하는 그룹을 끌어 내리려고 다른 기획사가 어떤 기획을 하며 도전을 해 나가는지, 어떤 콘셉트로 어떤 기획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지를 보면 정치·경제의 축소판을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유튜브 채널의 흥망성쇠가 재미있다. 어떤 채널이 뜨고, 어떤 콘셉트로 뜨고, 어떤 실수를 해서 한방에 무너지는지 그 과정과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승승장구하다가 과거의 실수 한두 개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삭제되는 것을 보고, 또 그 채널 삭제가 되는 과정을 또 다른 기회로 삼아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채널 운영자들을 보면 참 재미있다. 물론 필자도 이제 그 아귀다툼판의 한 ‘아귀’가 돼 보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요즘’ 사람들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비교적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하는 사업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2년 전의 직원은 같은 스타일의 교재작업을 하면서도, 나에게 이번과 같은 조언을 하지 못했다. 예전 직원이라고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그때는 그냥 알고도 넘어갔다면 지금은 참지 않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번에 같이 교재작업을 하던 신입직원에게 특별한 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특별한 점이 있었다. 예전의 직원보다 ‘몇 살 어리다는 점’이 그 것이었다.

몇 년의 차이인데도, 생각과 사고의 차이가 크게 달라져 있는 세대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이런 분들의 영향을 점점 더 크게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세상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이렇게 급격히 변화하는 부분을 빨리 받아들이고 사업에 반영시켜야 성공할 것이다. 아니, 반영시키지 못하면 지금 운영하는 사업은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중기이코노미 객원=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