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인권침해 기업에 韓정부 공적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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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환경파괴·인권침해 기업에 韓정부 공적지원” 신남방정책에 찬물 끼얹나㊦ 해외연기금은 논란 국내기업 투자중단

기사입력2019-05-27 00:30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국가발전 핵심전략으로 삼기 이전에도, 인도네시아 등의 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많았고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현지에서 환경을 파괴한다는 논란이 있는 기업에도 지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과거의 짐이 미래(신남방정책)로 나가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센터 어필이 지난 3월 발간한 ‘빼앗긴 숲에도 봄은 오는가-팜유 산업의 환경, 인권침해 실태 및 한국 기업의 운영 현황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팜농장을 운영하는 한국기업으로는 삼성물산, LG상사, 대상그룹 등이 있다.

기업과인권 네트워크의 정신영 미국 변호사가 해외에서 환경파괴 의혹이 있는 기업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기업과인권네트워크의 정신영 변호사는 이들 기업들이 팜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파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미 플랜테이션인 지역은 괜찮은데, 1차림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숲을 다 태워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오염이 발생하고,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며, 숲에 의존해 자급자족하며 살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등 심각하다고 했다.

◇해외연기금의 투자중단까지 발생=한국 기업의 이러한 팜유 농장 문제는 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어 거대 해외연기금에서 관련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세계 5위 연기금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지난해 6월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 철회를 발표했다. 당시 이름은 포스코대우였으며, 올해 3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꾼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팜유 농장을 운영했다. 네덜란드 공적기금은 농장 조성과정에서 열대림을 파괴하고 원주민과 토지 분쟁이 발생한 점 등을 투자 철회의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2월에는 영국 최대 헬스&뷰티 유통채널 ‘부츠(Boots)’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6년 국산 화장품을 영국 내 부츠 매장과 부츠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2015년에는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GPFG)이 내부 윤리위원회 조사결과를 토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 주요 공적연기금들은 이처럼 투자대상을 정할 때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즉 ESG 이슈를 재무적 구조에 통합시켜 투자대상을 분석하는 사회책임투자 방법을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 이런 관점이 부족해, 신남방정책을 표방하면서도 논란이 된 기업에 투자하거나, 정부가 지원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정신영 변호사는 지적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에서는 해외 주요 공적연기금들의 사회책임투자 사례가 소개됐다. ©중기이코노미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권고도 외면”=정 변호사는 KBS 보도를 근거로,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파괴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은 기업에도 산림청 융자가 지원됐다”고 말했다. 이 기업에는 2018년 해외 산림자원개발 융자사업비 49억원이 지원됐다.

해당 사업의 심사를 맡은 한국임업진흥원은 지난해 인권경영 이행지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진흥원은 기업 활동이 일어나는 지역에서 현지 주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천되지 않는다고 정 변호사는 비판했다.

ODA 사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8년 7월 붕괴된 라오스의 ‘세피안-세남소이 댐’은 한국 정부와 기업, 라오스 정부가 공동으로 2011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사업초기 투자 여부를 고려했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환경영향평가가 부적절하다는 사유로 재평가를 진행한 끝에 투자를 철회했다. 2013년 국회 기재위의 국정감사에서 현 국토부 장관인 김현미 의원이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문제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이 투입되는 필리핀 할라우댐 건설에 대해서도 안전성 우려 등을 이유로 참여연대가 반대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정신영 변호사는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17년 한국 정부의 융자, 보조금, 해외원조 등 공적자금 지원을 통해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음에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침해에 연류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며, 한국 정부의 태도변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