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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장비 공급 막는 대북제재…보건 협력해야

南北美, 생명을 위해 코로나19 방역 공동대응 나서야 한다 

기사입력2020-02-21 09:42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화협 자문위원장·EANEI 이사장
북한이 정규군 창설 72주년(194828)을 맞은 올해 조용한 건군절을 보냈다. 김정은 위원장의 두문불출도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전 국가적인 방역대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의 정면돌파전이 어려워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 4일간에 걸친 노동당 중앙위원회 확대전원회의에서 더 이상 미국의 제재 해제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며, ‘정면돌파전으로 북한이 처한 난국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오랜 경제난과 제재로 인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원과 재원이 극도로 부족한 북한이,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독자적으로 실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은 중국의 경제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난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대상이 아닌 관광객을 북한에 대거 보냄으로써 북한에 상당한 규모로 외화를 지원하는 효과를 냈었다. 중국은 북한과 교역에서 발생하는 북한측 무역적자, 즉 부채의 상환을 독촉하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에 실물 지원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코로나19 사태로 한순간에 차단된 것이다.

 

중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북한은 가장 먼저 국경을 차단하고 나섰다. 열악한 보건위생 수준을 감안한 조치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서 전염된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유입 및 확산이 국가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판단하고, 전에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국경을 비롯해 철도·항공 등 교통 노선을 대부분 폐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에게 친서를 보내 위로와 함께 국경폐쇄에 대한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2개월이 넘도록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앞으로도 4~5개월, 경우에 따라 올해 말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제재 장기화에도 올해 자력갱생을 천명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자국 내 발병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이 자칫 파국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중국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북한은 가장 먼저 국경을 차단하고 나섰다. 열악한 보건위생 수준을 감안한 조치다. 사진은 육군 제31보병사단과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코로나19 격리자 퇴소 건물 주변을 20일 방역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워싱턴은 212일까지만 해도 북한의 코로나19 위기를 노스 코리안 패싱으로 일관했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코로나19 문제는 북한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가볍게 발언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트위터에 미국은 코로나19 발병에 있어 북한 주민들의 취약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미국은 북한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억제하기 위해 미국 및 국제 원조, 보건기구의 활동을 강력히 지원하고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도 달라졌다. 태도의 질적인 변화다. 표면상으로는 국제적십자연맹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대북제재의 면제가 수반되는 중대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하비에르 카스텔라노스 아시아태평양 지부장 명의 성명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북한에 보호장비 등 인도적 물품 제공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인도적 근거에서 제재 면제를 승인하는 조치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북핵 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가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취약성을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해 의료장비의 판매와 공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북한 당국에 의료물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엔의 일시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해왔다.

 

북한지역의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보고된 바 없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방역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에 비해 덜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금번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 북한 코로나19 방역지원은 절대적으로 타당한 일이다.

 

마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중일 간 감염병 협의체에 북한을 포함한 재난방지 연대기구의 창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일종의 공동방역은 매우 필요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라며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상반기 중 시진핑 방한, 푸틴 방한, 7월 도쿄 올림픽 등이 목전에 있다. 동아시아의 협력이 총화를 보여야 할 시기다. 보건은 생명안보다. 지난 평창에서 그러했듯이 평화를 위해 총을 내려놓고, 생명을 위해 동아시아 보건협력을 구체화할 때다.

 

나아가 남북 철도·도로 협력을 본격화하고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과 원산 그리고 백두산 관광도 대북제재의 사슬을 벗어야 할 때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의 정확한 로드맵을 시사한다. 북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지원을 국제적으로 해결해 나가듯이, 스냅백 방식의 대북제재 해제를 미국이 받아들이고, 국제적으로 체제안전을 보장한다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도 당연히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자문위원장·동아시아신경제이니셔티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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