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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페스트, 낡은 봉건제 몰락 동인...코로나는

공황 후 재편된 자본주의에서, 누가 피눈물을 흘릴지 주목해야 

기사입력2020-04-08 09:41
양준호 객원 기자 (junho@inu.ac.kr) 다른기사보기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초대형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전 세계 모두에서 공장가동률이 떨어졌다. 소비심리 역시 크게 위축되면서 주식시장마저 대폭락 조짐을 보인다. 금융위기 때와 달리,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함께 세계경제를 퍼펙트 스톰으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3월에는 한 주간, 미국 실업보험 신청건수가 무려 328만3000건. 코로나19에 따른 사업장 휴업으로 실업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 전 주의 약 12배. 과거 최대였던 1982년 10월의 69만5000건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대로라면 올 6월 미국 실업률은 30%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사태가 심각하다. 주지하다시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1930년대 대공황도 그 원인은 다 미국에 있었다. 미국발 대규모 세계 경제위기, 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불길한 예측을 할 수밖에 없어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지금 급속히 위축되는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수습 이후에 대규모 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꽤 크다. 바이러스가 금융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 실물경제를 직접 타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에서 역사상 최대, 실물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실업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무너지면 세계경제도 순식간에 패닉에 빠지게 된다. 일반적인 경제위기와 공황은 아주 다르다.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큰 차이가 있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GDP의 5%가 줄어드는 것과 무려 50%를 날려버리는 것과 같은 차이다. 필자가 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의 심각성은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터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약 10배다. 

역사적으로, 경제위기 즉 공황이 터지면 경제적 약자들만 ‘피눈물’을 흘렸다. 노동자는 무자비하게 정리해고됐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부도가 났다. 반면에 공황 이후 생산조정 국면에서 대기업들은 부실화된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더 키웠고, 결국 높은 시장점유율을 향유하게 되면서 되레 경제 장악력을 높였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나타나는 경제위기는 ‘없는 사람들’을 몰락시킨 이후에야 비로소 수습된다. 자본주의 경제가 생산물 및 노동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폭력적’으로 조정한다는 의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렇듯, 자본주의 경제에서 나타나는 경제위기는 ‘없는 사람들’을 몰락시킨 이후에야 비로소 수습된다. 자본주의 경제가 생산물·노동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폭력적’으로 조정한다는 의미다. 지금 나타나기 시작한,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경제위기 조짐들을 세계시민들이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들이 줄도산하면 누가 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말이다. 

봉건제가 자본주의로 이행한 배경에는, 봉건제 생산양식 안에서 비약적으로 증대한 생산력과 봉건적 신분질서를 토대로 하는 낡아빠진 영주-농노 간 생산관계가, 서로 조응하지 못한 역사적 산물이란 사실은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봉건제 몰락의 원인은 이러한 유물사관의 토대요인뿐만이 아니다. 당시 유럽 전역에 창궐했던 페스트 역시 봉건제를 무너뜨린 불씨로 작용했음을 주목해야한다. 

페스트로 인한 유럽인구의 급감. 특히 임금노동자 급감은 봉건제 말기 사회 전체의 노동력 감소로, 임금폭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임금노동자인 소작농을 적기에 고용하지 못한 영세 영주들이 파산하기 시작하면서, 페스트 이후 영주와 농민 간 무력충돌이 나타나는 등 봉건제가 급격히 재편됐다. 농노·농민들은 봉건제 굴레를 벗고 자유민 지위와 그들 보유지에 대한 자유처분권까지 얻게 되기에 이르렀다.

허나, 코로나19가 지구를 뒤덮은 지금. 팬데믹이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폭등시킬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규모의 경제위기로 생산을 위한 노동수요부터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사회’, 자본주의 말기 시대인 지금의 절대(?) 룰이어서다. 생산은 유지되는데 노동공급이 급감했던 페스트 중세 말기와 달리, 지금은 생산이 급격히 하향 조정되는, 공황국면 성격이 강하다. 노동력의 희소성은커녕 잉여 노동력 문제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가시화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각국은 어떻게든 실업을 해소하고자 하는 재정출동형 뉴딜로 체제위기에 대응해나올 것으로 보인다.

단, 지금의 경기위축으로 인한 생산축소는, 세계 전체의 생산규모를 다운사이징하는 과잉생산 공황을 거쳐 양적으로 재조정된 새로운 생산규모의 자본주의를 다시 출시(?)해내면서, 자본주의체제를 연명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황을 매개로 강행될 자본주의체제의 연명은, 생산 다운사이징과정에서 절대 다수인 중소기업·영세소상공인들을 몰락시킨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고용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초래할 것이며, 특히 하층 노동자들은 바닥을 기어야 하는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이다. 

즉 코로나19 위기는 경기 급침체로 인한 과잉생산 공황을 매개로, 지구상의 모든 경제적 약자의 ‘피눈물’을 담보로, 생산규모를 최근 급속하게 감소된 소비수요에 맞춰 대규모 하향조정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수급)조정의 본질적 특징이자, 고유의 폭력성이다. 코로나19가 세계공황으로 귀결되어버린다면, 인민들의 삶이 피폐화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페스트와 같은 체제변혁 동인으로도 작용하지 못하는, 최악의 반동적 상황으로 빠져버리게 된다. 

‘국가’가 재등장하고 있는 지금. 이 변화를 바탕으로 그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대안에 관한 논의, 그 민중적 논의가 절실하다. 현대 자본주의 역시 생산력은 거의 미친 수준에 달할 정도로 발전했지만, 자본가-노동자 간의 낡은 생산관계는 여전히 집요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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