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남양유업 사과의 닮은 점…영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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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이재용·남양유업 사과의 닮은 점…영혼이 없다 애꿎은 남양 대리점주들, 또 어떤 피해를 입을지…걱정이 앞선다

기사입력2020-05-12 18:5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반성 없는 사과는 역풍을 맞기 일쑤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6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가 그렇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서울삼성병원이 부실한 대처로 화를 키웠다는 비난에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했다. 대체로 군더더기 없는 솔직한 반성이란 세간의 평가가 나왔다. 반면 6일 대국민 사과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른 ‘억지 사과’, 노조파괴·불법사찰로 인한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초부터 댓글부대를 운영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과 댓글을 상습적으로 올린 혐의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이 경찰에 입건됐다.<사진=뉴시스>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한 다음날, 7일 남양유업은 입장문 형식을 빌려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초부터 댓글부대를 운영해 온라인 맘카페 등에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과 댓글을 상습적으로 올린 혐의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이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나온 대응조치다.

남양유업은 과거에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갑질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화가 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대상이 돼 심각한 경영상 타격을 받았다. 그런 남양유업이 또다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자, 결국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번 더 머리를 숙였다.

낱말 58개로 조합된 남양유업의 입장문에는 ‘사과’란 단어가 맨 밑줄에 한번 들어가 있다. 댓글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댓글을 상습적으로 올렸다는 범죄 혐의사실을 솔직하게 사과하지 않은 셈이다. 반면 ‘사실관계’, ‘성실히’, ‘자의적’ 등과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은 눈에 잘 띈다.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마찬가지로 남양유업 사과문을 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따갑다.

반성문이란 어찌 보면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일지 모른다. “내가 이 부분을 잘못했기 때문에 반성한다”, 이 말 속에서는 “그러니, 나를 용서해 달라”는 바람과 함께 약간의 강요도 담겼다. 여기에 진정성이 담기고 시간이 더해지면서, 반성문은 의도한 바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반성과 성찰이 없는 반성문에 대한 비난과 분노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대기업이 낸 억지 반성문에 따른 피해는 계열사와 관련 하청기업, 가맹점·대리점 등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반성문’이 대기업에게는 ‘셀프 면죄부’ 정도가 되겠지만, 하청기업과 가맹점·대리점에게는 ‘부도수표’가 될 개연성이 높다.

실제 남양유업의 이번 사과문을 본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을 언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기업이미지가 바닥까지 떨어졌고,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졌던 남양유업이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남양유업의 작태를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코로나19 재난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또 어떤 피해를 입을지.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