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보호조항 있어도 회수 못하는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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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권리금’ 보호조항 있어도 회수 못하는 세입자 모호한 표현, 악용되는 예외조항, 좁은 적용범위…취지맞게 보완을

기사입력2020-06-15 00:00

정하연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

국회는 2015년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이른바 ‘권리금보호조항’을 신설했다.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주장할 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영세 상인들이 대다수인 상가세입자들은 권리금보호조항의 신설을 지켜보며 높은 기대감을 가졌다.

권리금보호조항 덕분에 지난 5년간 일방적인 건물주의 횡포가 많이 사라졌다. 권리금보호조항은 세입자와 건물주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오게 했고, 열악한 세입자의 지위를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몇 가지 단점도 발견되고 있다. 권리금보호조항도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었다. ▲법안의 모호한 표현, ▲악용되고 있는 예외조항, ▲좁은 적용범위 때문에 세입자가 권리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운 경우 또한 아직 많다.

권리금보호조항 및 일부 상임법 조항이 입법취지에 맞게 상가세입자를 보호해주기 위해서는 법의 개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문제점이 발견돼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법의 적용범위는 너무 좁게 규정돼 있어 많은 상가임차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세입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건물이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의 일부인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규모점포란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인 점포의 집단을 의미한다. 표현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로 이해하면 된다. 대규모점포를 권리금보호조항의 적용제외로 규정한 것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원래 권리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대규모점포의 경우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 권리금이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적용제외로 규정돼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경우에만 권리금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대규모점포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해줘야 한다.

대규모점포를 적용제외로 규정한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획일적인 적용제외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상가건물임대차 관련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인의 재산권 보호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 필요하다.

권리금보호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세입자들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입자가 상가를 임차하며 지불한 권리금은 회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사진=뉴시스>

둘째,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려고 하는 경우 별도의 보상방안(퇴거보상비)이 필요하다.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없다.

임대차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임대건물의 재건축 및 철거 등으로 퇴거하게 되는 경우, 퇴거보상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는 독일·일본 등과 달리 현행법에서는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세입자 보호에 취약한 것이다.

철거 또는 재건축으로 계약갱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권리금과는 별도로 퇴거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최근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자영업자의 매출이 급감한바 있는데, 이러한 초유의 사태에서 세입자가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차임감액청구권 등을 상입법에 규정해야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데, 특히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와 비대면 거래 권장 등의 조치는 자영업자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져 큰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인 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 증감청구권 요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보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와 같은 1급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사정의 변동을 추가하기 위해, “경제사정의 변동”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제1급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변경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2013년 기준 27.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1%(2011년)보다 높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이 상가임차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상가임차인의 문제는 단순히 임대차에 관한 문제라고만 볼 수가 없다. 상가세입자의 보호는 근로자의 권리와 관련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