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12/03(목) 15:03 편집

주요메뉴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기술미래HIT! 이 기술

스마트공장 추진 ‘GE디지털’ 실패에서 배워라

中企의 기대·어려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기사입력2020-09-14 13:12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다른기사보기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GE는 소프트웨어기업이며, 디지털기업입니다.” 수년 전 GE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긴 설명이 필요없는 GE는 1878년 발명왕으로 불리는 에디슨이 창업한 회사로, 142년의 긴 역사를 보유한 장수기업이다. GE를 두고 ‘나이 먹은 창업 회사(Start Up)’라는 멋진 멘트를 날린 사람도 있었다. 17년간 GE 선장역을 맡았던 전임 회장 제프리 이멜트(Jeffrey Emmelt)가 주인공이다. 수년전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보낸 GE의 변화와 도전을 이야기 했다. 전임 회장으로부터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은 제프리 이멜트는 제조·서비스 사업을 하는 GE를 소프트한 디지털기업으로 바꾸고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현재로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GE는 2011년경 실리콘밸리에 소규모로 소프트웨어 개발 팀을 만들었다. 이를 기초로 2015년 시스코에서 이적한 빌 루( Bill Ruh)를 수장으로 앉히면서 ‘GE디지털’을 설립했다. 짧은 시간에 1만5000여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모여 들었다. 그리고 산업분야용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개발했다. 2015년 첫 해에 12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기염도 토했다. 하지만 주로 GE 계열사를 통해 얻은 성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외형상 좋은 출발에 힘입어 2020년에는 150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10대 소프트웨어기업이 될 것이란 공언도 했다.  

GE는 ‘반짝이는 공장(Brilliant Factory)이란 개념을 앞세웠다. 전세계에 포진한 GE의 대표적인 제조사업장 몇 개를 인용해 만든 개념이다. 예를 들면, 미국 소재 항공기·철도차량·윈드터빈 공장, 이탈리아에 있는 GE파워기기 공장 그리고 일본의 의료기기 공장, 인도·베트남 공장 등이 인용됐다. 그 중 가장 성과 있는 결과는 미국의 항공기 제조공장 사례였다. 그 사례를 통해 GE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거나 홍보됐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속에 GE 엔진이 설치되어 있다면 절대 안전합니다. GE가 만든 엔진은 실시간으로 수백개의 센서가 연결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거든요.” 전직 차관을 지낸 모 저명한 강사는 GE 프레딕스를 이렇게 소개하며 청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디지털혁신과 관련된 GE 신사업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으로 믿게 했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오해도 있었다. 수집된 데이터와 분석은 실시간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청중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실제 이런 데이터는 엔진을 개선하거나 연비를 올리는 목적으로 주로 활용된다. 운항 중인 비행기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해야 하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이 아니고, 파일럿이나 항공관제사다. 본래 서울에 가본 사람보다 가보지 않은 이가 서울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전달하는 법인데, 스토리텔링을 하는 곳에서는 이런 일이 빈번하다. 필자는 GE디지털이 사라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GE디지털은 그들이 프레딕스를 공급하고 싶은 목표고객과 여러 나라의 제조기업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GE 산하 회사들이야 같은 가족이니까 따질 것 없이 사용했겠지만, 돈을 내고 새로 설치하는 이들은 사정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승승장구 할 것 같던 GE 프레딕스 소식은 이제 들리지 않는다. 이런 일을 주도하던 GE디지털은 분사되고 매각됐다. 이 조직을 이끌던 빌 루도 사라졌다. GE 주가도 그리 좋지 않고 곤두박질 친 지 오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GE 디지털을 칭송하던 이들도 지금은 침묵모드에 빠져 있다. GE 프레딕스 탄생 이후의 궤적을 쭉 지켜보았던 필자도, GE 프레딕스가 고전하는 모습이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었을까?

필자는 GE 프레딕스가 아주 잘 기획된 플랫폼이라는 데에 지금도 이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제 다시 분석해도 플랫폼 설계와 개념은 훌륭하다. 프레딕스 아키텍처를 소개한 GE 디지털의 ‘스티브 윙클러’의 설명을 다시 회고해 봐도, 프레딕스 아키텍처 구성에는 오류가 없다.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 이를 전송할 연결기술과 서비스, 수많은 공장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술과 기능,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과 서비스, 이런 과정에서 데이터보안을 보장할 시큐리티시스템, 이 모든 것을 담아 운영하는 클라우드시스템과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

아하! 그런데 이들이 놓친 것이 있었다. 플랫폼의 응용을 돕는 산업전문가에 문제가 있었다. GE가 의존한 산업전문가란 대개 GE가 보유한 산업 또는 그 분야 공장전문가들이었다. GE가 오판했다. 미국의 제조 아이템·환경이 다른 나라를 선도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산업 대부분을 설명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GE가 배치했다는 산업전문가는 소프트웨어 중심인 GE디지털에서는 거의 들러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누가 GE제품을 쓰겠는가? 일본에서는 GE 프레딕스를 쓰는 일본기업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2018년 1월 일본 동경 시나가와역 구내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만난 필자의 일본 친구 말이다. 그는 일본 IT기업 ISID의 임원이다. 그는 단언했다. “한국에서도 발전소나 포스코가 프레딕스를 검토한 바 있지만, 아직 누구도 프레딕스를 선택하지 않았다.” 필자도 이런 말을 한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프레딕스는 점점 대중들의 관심과 미디어에서 사라져갔다. 프레딕스는 훌륭했지만, GE디지털은 그들이 프레딕스를 공급하고 싶은 목표고객과 여러 나라의 제조기업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GE 산하 회사들이야 같은 가족이니까 따질 것 없이 사용했겠지만, 돈을 내고 새로 설치하는 이들은 사정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GE디지털과 프레딕스는 돈을 내고 사줄 기업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 못했다는 게 정설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철강산업이나 발전소의 환경·특성이, 그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하물며 3D업종이나 주물·금형 산업 등이 포진한 뿌리산업이니, 자동차·가전과 같은 조립산업의 특성을 프레딕스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상품을 판매하려면 대상고객의 기대와 고민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그것에 맞는 답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GE는 이를 과소평가했다. 

물론 GE디지털은 2017년경 컨베이어를 사용하는 조립산업에 특화된 프레딕스 응용방안을 제시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미 GE디지털의 기운이 기운 이후의 일이다. 시장은 일반적 수준의 홍보에 관심을 보일 수는 있지만, 돈의 지불은 자신에게 적합한 개별적인 솔루션이 확인될 때만 지불한다. GE디지털 실패의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지금 국내 스마트공장 분야에서 GE디지털이 했던 실수가 재현될 것 같은 조짐이 있지 않은가 걱정된다. 남의 일이라 치부하고 관심없이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애정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 중소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의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응용하는 방법이나 활동을 추진하는데, 보다 신중해야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누가 어떻게 쓸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는지, 더 진지하고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싶다. 

실제 중소기업의 기대와 어려움이 무엇인지. 그 디테일을 확인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스마트공장 정책을 만드는 분들에게 GE디지털이 무너진 사례를 다시한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스마트공장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노동법
  • 신경제
  • CSR
  • 정치경제학
  • 빌딩이야기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공동체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