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개 2천원?” 질문에 물가당국 태도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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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라면 한개 2천원?” 질문에 물가당국 태도급변 물가당국은 심각성 제대로 인지하고 대응 나서야 한다

기사입력2025-06-1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

지난 9일 오전 비상경제점검 TF 2차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질문을 던진 이후 물가당국의 태도가 돌변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는 권력공백기 물가인상을 지적한 보도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반박을 했었는데, 이제는 물가상승 자체를 인정하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뉘앙스로 바뀌었다.

먼저 이 대통령 발언의 앞뒤를 짚어보면, 최근 라면 한 개의 가격이 2000원까지 뛰어올랐다는 보도가 지난 주말 다수 나온 바 있다. 최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물가인상을 지적하는 보도는 대선을 앞둔 5월부터 수차례 반복됐는데, 구체적으로 라면의 가격이 2000원에 달한다는 기사가 눈에 띄자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대통령이 이를 거론하기에 이른 것이다.

밥상물가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은 다양한 각도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개최한 물가상황점검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물가는 1년전보다 1.9% 상승했는데 가공식품의 경우 4.1%로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외식 물가 역시 3.2%가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이 4.7% 하락했지만, 축산물이 6.2% 뛰어오른 점도 문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을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이에 대해 물가당국이 반박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농식품부는 5월말 “식품업계의 대선과 맞물린 가격 인상은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설명자료에서 “식품업계의 가격 결정은 원재료 가격, 환율, 인건비와 같은 원가요인 등을 반영해 이뤄지는 것이지 정치적 이벤트에 영향을 받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선을 하루 앞둔 6월 2일에도 설명자료를 통해 “식품업계의 가격 결정은 원재료 가격, 환율, 인건비와 같은 원가요인 등을 반영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에도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식품기업간 협의를 통해 인상품목과 인상률, 인상시기 등을 조정하고, 기업의 할인행사 등도 병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확한 근거 없이 식품기업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백기를 틈타 연쇄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기사는 소비심리와 시장에 영향을 미쳐 또 다른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추측성 보도를 지양해 주시고 근거가 있다면 명확히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6월 9일 내놓은 자료에서 입장이 달라졌다. “이번 5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대비 4.1% 상승”했으며, “전년도 11월과 비교하면 73개 품목 중 52개 품목이 인상됐고, 21개 품목은 가격 동결 또는 인하”됐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들었다.

아울러 “최근 일부 원재료 가격과 환율이 안정화돼 가는 추세로 소비자가 납득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공식품 물가를 관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 물가당국의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대한 인식이 바뀐 듯한 모습은 다행이다. 원인이 새정부 출범을 앞둔 공백기에 있는지를 두고 근거가 있다 없다 다툴 일이 아니라, 가공식품 물가상승이 사실임을 인지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물가를 관리하는 것이 급한 일이었다.

대통령까지 가공식품 등을 중심으로 물가 문제를 직접 거론한 만큼, 밥상 물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국민들의 물가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책을 제대로 마련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