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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산재적용 자의(?)로 포기한 택배노동자의 사망

특수고용직노동자 10명 중 8명이 산재보험적용제외신청 

기사입력2020-10-14 00:00

전국공공운수노조 회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협약식 일방추진 규탄 택배노동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소 지병도 없고 젊은 나이였던 48세 김모씨. 지난 8일 CJ대한통운 택배 배송도중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저녁 7시30분 경이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고인은 매일 아침 6시30분에 출근하고, 밤 9~10시가 돼서야 집에 들어갔다. 택배경력만 약 20년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추석연휴기간 택배물량이 쏟아지면서, 평소와 달리 “몸이 힘들다”는 하소연이 잦았다고 한다. 

 

유언조차 할 수 없었던 그가 남긴 건 산재적용제외신청서. 택배노동 중 사고 또는 사망해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호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증서다. 정부는 14개 직종 특수고용직 중 산재적용을 원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받았다. 산재적용제외신청을 하지 않으면 택배기사가 매월 부담해야하는 산재보험료는 약 4만1500원. 사업주도 같은 액수의 보험료를 부담한다. 사업주는 매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노동자에게 산재적용제외신청서 작성을 권한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특고노동자 신체포기각서’라고 주장했다. 일하다 다치거나 죽어도 모든 책임은 노동자가 홀로 진다는 각서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업무수행 중 다친 노동자는 치료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막대한 빚을 지거나 아픈 몸을 이끌고 무리하게 일해야 한다. 자신의 신체를 포기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에 입직된 특수형태노동자 총 53만2797명 중 42만4765명이 산재적용제외신청서를 제출했다. 10명 중 8명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장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택배기사의 경우 59.8%가 산재적용제외신청을 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택배기사의 수가 5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근로복지공단 입직자는 2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약 3만명의 택배기사가 산재보호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플랫폼서비스 증가로 인한 고용형태 변화에 맞춰 특수고용직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한편,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을 위한 관련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왕에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고인과 단 둘이 생활하던 홀아버지는 생활비를 위해 종종 폐지 줍는 일을 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일한 가족인 아들을 잃은 슬픔과 함께 살아갈 일도 막막할 터다. 산재적용제외신청제도와 같이 산재보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편법을 다시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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