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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등대공장’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맥킨지 기준일 뿐…국내 제조업 혁신, 인증제 위상 높여야 

기사입력2020-10-20 00:00
한석희 객원 기자 (shhan@assist.ac.kr) 다른기사보기
지난 6월 28일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분야 글로벌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가 전북 익산에 위치한 스마트팩토리 공개행사를 진행했다. 공장 관리자가 컨트롤타워에서 공장 전체의 운영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제공>

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세계의 등대공장, 올해 10곳 추가…한국은 하나도 없다” 최근 국내 메이저 일간지 경제면에 등장한 기사의 제목이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갔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SNS 등에서 이 기사를 옮겨 나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등대공장’ 기사는 그런 목적에 잘 맞게 유혹적인 소제목을 다음과 같이 붙였다. “54곳 중 아시아에 24곳,  가동 중 중국 15곳, 한국은 여전히 포스코뿐” 이런 문구의 제목과 기사를 보면서 한국의 제조업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진심을 갖고 기사를 퍼 나른다. 대부분이 “큰일이네, 한국기업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해한다.

필자 생각은 좀 다르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걱정하고 위기를 강조하는 것이 긴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등대공장’을 소개한 기사 그 이상이 아니다. ‘등대공장’이란 상품이 매스컴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필자는 지금까지 그 여정과 활동을 쭉 눈여겨 봤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종류의 기사에 크게 놀라지 않는다. 덕분에 이런 기사를 대부분 독자가 보는 방향과 다르게 읽는 방법을 익히기고 했다. 

이번 기사가 등장했을 때도, 먼저 누가 쓴 기사인지부터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맥킨지 소속의 젊은 파트너 명의의 기고문이다. 외국에서 MBA를 받은 젊은 리더가 작성했다. 그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를 우려의 눈으로 보면서, 중국의 15개 ‘등대공장’ 사례를 인용했다. 대한민국에는 등대공장이 단 1개(포스코) 있다면서, 중국의 15개 등대공장 일부 사례를 소개한 이 기사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주요 공장을 살펴본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이런 식의 비교와 기사내용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15:1이란 등대공장 숫자가 중국의 스마트공장 수준이 한국의 그것보다 높다는 지표가 될 수 없다. 국내기업 대부분이 ‘등대공장’이란 인증제도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등대공장 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수많은 스마트공장이 높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운영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삼성전자 공장, 하이닉스 공장, 삼성전기 공장, LS일렉트릭 공장, 농심 공장, 하림의 닭 가공 공장이 그런 예다. 중견 기업 중에서도 신성이엔지, 한미약품, 휴온스 등과 같은 사례도 있다. 해외로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 숫자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섬유제조기업이나 의류제조 기업들 역시 등대공장 리스트를 올려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운영한다. 

2018년부터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은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매킨지가 만든 개념이다. 미래 제조업을 선도하기 위해 적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확신한다. 기사에 등장한 것처럼 전세계에서 54개 기업 선정을 하였으니, 매킨지가 이와 관련된 정량적·정성적인 성과를 얻었을 것이라 예상한다. 매킨지와 같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컨설팅기업이 세계 기업들의 혁신활동에 기여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 산하기관 스마트공장 추진을 담당하는 부서 조직표에 등대공장 담당자까지 있다는 사실은 뜻밖이다. 필자가 보기에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다. 과거처럼, 명성있는 외국기관이, 또는 수익을 추구하는 컨설팅기업이 하는 일을 제대로 앞 뒤 살피지 않고 따르거나 칭송할 필요는 없다. 과거에는 잘 모르고 따를 것이 없어서 그랬다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한국은 그 정도를 이미 넘어섰다. 한국에는 자체적인 인증방법과 시상제도가 생기고 있다. 잘 운영되는지 모르지만 여럿 운영된다. 객관성이 부족해 상을 받는 기업도 크게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등대공장을 찾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 수준을 끌어올려, 국내 인증제 위상을 등대공장이상으로 키워가는 게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다. 

데밍 박사로부터 품질관리 방법을 배웠지만 나중에는 미국에서도 탐을 내는 ‘데밍상’을 만든 일본의 예는 참고할만하다. 한국도 제대로 마음먹고 잘 추진하면 글로벌 수준 이상의 높은 역량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마트공장과 관련된 기사 하나하나를 가끔은 작성된 배경과 의도까지 보면서 읽어야 할 때다. 스마트공장이 붐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험하겠지만 실제 글의 행간까지 읽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미디어의 여론몰이 성격도 있고, 숨겨진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공장의 추진자가 그런 것까지 읽을 정도가 돼야, 한국의 스마트공장은 한발짝 더 성공의 길로 다가갈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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