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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 눈 통해 본 세상의 모습이 ‘사진’인가

사람의 눈으로 진짜 그림을 그리다…폴 세잔㊤ 

기사입력2021-02-28 1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우리는 사진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이 우리가 눈을 통해 본 세상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혹시 우리는 카메라에 속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을 때 가까이 오면 얼굴이 커지고, 화면 가장자리에 있으면 얼굴이 일그러진다. 현실에서도 그런가?

 

카메라가 발명된 후, 화가들은 카메라가 찍은 사진 속 세상이 과연 우리가 보는 세상과 같은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 고민이 미술을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고민을 가장 깊이 했던 작가는 바로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이다. 그는 피카소가 세잔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스승이다!”, “나는 수년에 걸쳐 그의 작품들을 연구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쟁쟁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폴 세잔, ‘그릇, 바구니와 과일(주방 탁자)’, 1888~1890년, 캔버스에 유화, 65×81cm, 오르세 미술관 소장

 

그럴싸한 눈속임=세잔은 세상을 정확하게 보고 표현하고 싶어했다. 그는 대상을 철두철미하게 관찰해, 그 본질까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릴 대상만 관찰하며 붓질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캔버스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이런 그에게 오랫동안 관찰하기 좋은 대상은 사과나 배, 항아리, 천과 같은 정물이었다. 세잔의 그림 중 정물화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두철미하게 관찰하고 그린 세잔의 정물화는 어떤 모습일까? 1888년에 그리기 시작해서 1890년에 완성한 그릇, 바구니와 과일(주방 탁자)’을 보면, 그가 추구했던 그림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과일과 바구니, 생강 단지, 사기 주전자, 단지, 천이 산만하게 널브러져 있는 주방의 탁자를 내려다보며 그린 이 작품은 뭔가 어색하지만 조화로움도 느껴진다.

 

어색한 가장 큰 이유는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색 생강 단지는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그렸지만, 그 바로 옆에 있는 바구니의 측면은 정면에서 본 것처럼 그렸다. 그런가 하면 과일이 들어있는 바구니의 윗부분은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그렸는데, 옆에서 본 것처럼 그려진 바구니와 시점이 다르다. 생강 단지 바로 밑 왼쪽에 있는 하얀 단지나 오른쪽에 있는 하얀 사기 주전자는 생강 단지나 바구니와 달리 시점이 약간 아래에 있는 것처럼 그렸다. 식탁 위의 배들은 모두 옆에서 본 것처럼 그렸고, 뒤에 있는 의자는 멀리 있는데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렸다. 게다가 너무 선명하게 그려서 마치 과일바구니 위로 튀어나올 것처럼 보인다. 도무지 사물들의 시점이 통일되지 않았다.

 

만약 이 그림을 엉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선입견은 다른 말로 원근법적 사유다. 사실 원근법은 2차원 평면에 마치 3차원 공간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개발된 눈속임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1495~98. 1점 소실점으로 보이는 선 원근법으로 그려져 있다.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대상의 중요도에 따라서 크기와 위치를 결정했다. 중요한 것을 크게 그리고 상징적인 위치에 놓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작게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위치에 놓았다

 

하지만 14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원근법이 개발되고 체계적인 법칙으로 확립되면서, 가까이 있을수록 크고 선명하게, 멀어질수록 작고 흐린 것이 보편화됐다. 또는 멀어질수록 색감을 없애 배경으로 사라지게 그리는 방식으로 그림의 깊이감을 표현했다.

 

이것이 바로 선 원근법(투시 원근법)과 대기 원근법(공기 원근법)이다. 선 원근법은 소실점에 가상의 직선들을 그어 거기에 맞춰 물체의 형태를 규칙적으로 배열하는 방식이고, 대기 원근법은 멀리 있는 대상일수록 더 옅게 그려서 주목도를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세잔은 이러한 방식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세상의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여겼다. 그는 면밀한 관찰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그림으로 표현하길 원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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