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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넘어 ‘지역 공동체 부 구축’ 전략으로

지역의 ‘부’가 지역에 재투자돼 생산, 판매, 고용과 매칭돼야 

기사입력2021-03-22 12:34
양준호 객원 기자 (junho@inu.ac.kr) 다른기사보기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경제 사정이 정말 말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지역은 서울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혼수상태. 지역의 소득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지역의 은행 자금은 지역 밖으로 투융자되고 있으며, 지역기업이나 지자체 등의 앵커기관들의 조달은 지역 외부의 주체들에 대한 발주의 형태로 새어나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비서울권 지역들은 지역경제를 성장·발전시켜내는 동력을 잃고 그 결과 지역공동체는 점차 붕괴되고 있으며, 그 공동체를 떠받치던 지역민들 간의 소통, 연대, 신뢰 그리고 호혜의 기반마저 무너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 지역은 경제적인 돌파구를 못 찾고 있으며 그 고유의 사회적자본마저 상실한, 이른바 지역소멸의 대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역의 위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화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서울과 비서울권 간의 격차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경제적인 기반이 약한 지역은 이미 핍진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경제의 위기로부터 빠져나오는 것, 이는 지역균형발전의 전제조건이자 또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의 고질적인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이와 같은 지역경제 위기에 대해 최근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지역화폐로 불리는 새로운 정책시도로 대응하고 있다. 지역의 소득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정책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적실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 성과도 현저하게 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안의 경제적 동력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화폐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형성, 구축된 막대한 부(Community Wealth)가 지역 안에 재투자되어 보다 큰 규모로 지역경제의 역내 선순환을 담보해내기 위해서는 지역화폐뿐만 아니라 역내 조달이 해당 지역 사업체의 생산, 판매, 고용과 매칭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지역 공동체 부의 구축(Community Wealth Buiding, CWB)’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즉 이는 한 지역의 지자체, 지자체 산하기관, 협회, 대학, 대형병원과 같은, 다시말해 지역에 닻을 내린 앵커(Anchor)기관들과 지역의 민간기업들이 형성, 축적한 막대한 조달력과 자산을 지역의 사업체들이 수주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지역 공동체 부로 인식해 활용하는 정책적·시민실천적 전략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시가 이 전략을 개념화하고 정책화해서 그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영국 랭커셔주의 프레스턴시 역시 이 전략을 활용해 그곳의 지역소멸위기를 막아내고 있다. 아니, 여타 도시와 비교해서 볼 때 현저하게 높은 수준의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해내어, 지역경제를 안정화시켜 내고 또 지역의 공동체를 복원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지역 공동체 부의 구축은 지역의 경제적인 부를 지역경제에 흘러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한 통제와 그 과정이 낳은 이익을 지역 주체들의 손에 맡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의역하면, 결국 지역 안의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입는 지역경제 살찌우기.

 

‘지역 공동체 부의 구축(Community Wealth Buiding)’은 한 지역의 지자체, 지자체 산하기관, 협회, 대학, 대형병원과 같은 다시말해 지역에 닻을 내린 앵커(Anchor)기관들과 지역의 민간기업들이 형성·축적한 막대한 조달력과 자산을 지역의 사업체들이 수주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시민실천적 전략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영국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버밍엄(Birmingham)은 시의회가 주도해 지역의 앵커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조달력이나 자산을 지역의 주체들과 매칭시켜내기 위해 앵커기관들 간의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이 네트워크에 지역경제 문제에 소상하고 또 지역순환경제를 지향하는 활동가적인역량이 있는 인력을 배치해 지역 공동체 부의 구축(이하 CWB)’ 전략의 전 과정을 기획, 주관, 모니터링한다.

 

뉴햄(Newham)은 지역의 앵커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을 공동체자산화(Commoning)해서 2018년부터 빈곤층 주민들을 위한 시립 사회주택 프로그램에 착수했으며, 이를 통한 전 발주가 사회적경제조직 등 지역사업체의 수주로 이어지고 또 이를 계기로 지역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도록 앵커기관과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관여한다.

 

노스 에어셔(North Ayrshire) 역시 시의회가 주도해 2020년 이후에 CWB를 위한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데, 주목할 부분은 이 전략을 수립하고 또 정책화해내기 위해 앵커기관들이 각출한 자금으로 ‘CWB를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는 점에 있다.

 

달링턴(Darlington)은 최근 ‘CWB를 위한 헌장을 공표했는데, 지역경제를 회복시켜내기 위한 CWB 과정 전반을 시의회, 지자체, 앵커기관, 민간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간의 협치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CWB라는 개념은 지자체만의 일방적인 정책 대응도 아니고 또 시민사회만이 제기하는 운동적 아젠다도 아니라, 지역의 모든 주체들이 네트워크를 이뤄 공동생산(Co-Production)’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그 기능과 효과를 극대화하 수 있다는 점을 영국의 도시들이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CWB의 대표적인 모범 도시는 프레스턴(Preston)이다. 프레스턴 역시 시의회가 이 전략을 기획, 주도해서 지역 내 앵커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어떻게 하면 앵커기관들의 경제적 부(Wealth)가 지역 주체들의 경제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공동으로 고민했다. 프레스턴시는 지자체 등의 앵커기관들의 사업을 외부의 주체가 위탁 수행하게 하는 입찰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해 지역 안의 사업체들만 그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그러한 경로로 수주를 받은 지역 사업자는 지역의 사회혁신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프레스턴 동향을 보면, 주로 지역 내 노동자협동조합들에게 앵커기관들의 발주력이 매칭되어 그들에게 있어 공동체 부로 작용해왔다. 이는 즉 프레스턴의 CWB가 그간의 시장주의적으로 조정되어 온 지역경제를 노동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또 공동으로 경영하며 나아가 공동으로 분배하는 민주화된 지역경제로 재편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레스턴 CWB의 초점은 바로 지역 내 민주적 소유(democratic Ownership)’를 통한 순환형 경제를 구축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프레스턴의 경우, 15% 수준에 머물고 있던 앵커기관들의 지역 내 조달률이 CWB 전략을 내놓은 이후에는 무려 65%로 늘어났고, 영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았고 빈곤율 역시 영국 내 하위 20%에 들었던 암울했던 도시 프레스턴이 CWB를 통해 지금은 빈곤개선율 영국 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나아가 2016년에는 거주하고 싶고 일하고 싶은 도시북서부 잉글랜드 1위를 차지했다. 한 마디로, 도시의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지역의 소득을 지역 안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즉 지역화폐를 통해 우리나라 지자체와 시민사회는 이제 지역순환경제의 가능성을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안의 경제적인 부는 시민소득뿐만 아니다. 지역의 앵커기관과 민간기업의 조달력과 보유자산, 그리고 지역 금융기관에 축적된 자금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엄청난 수준의 내부 동력이다.

 

영국의 CWB의 경우, 지금까지는 앵커기관의 부를 그 전략 대상으로 삼아 왔다. 그런데 앵커기관뿐만 아니라 지역 내 민간기업과 은행으로까지 그 대상 범위를 넓혀나가면 어떨까. 보다 높은 수준의 자기 완결성을 갖는 지역순환경제가 요원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민간기업과 은행의 부를 민주적으로 소유하기 위한 그 명분과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CWB는 그 고민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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