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는 약자이지만 마법세상에서는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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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돌연변이는 약자이지만 마법세상에서는 영웅”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김은주 작가

기사입력2022-01-02 10:00

김찬용 기자 (art_inside@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생물체에서 어버이의 계통에 없던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돌연변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생물학적 정의와는 별개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골 기질을 드러내거나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시대는 돌연변이라는 이름을 붙여 바라보곤 한다. 공동체를 꾸리고 도시와 국가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선 분명 이를 위한 구조와 체계가 필요하지만, 때론 매스미디어의 이미지들을 통해 맹목적으로 이해해온 세상에 불현듯 등장한 돌연변이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세상의 본질 혹은 진리를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마치 고흐와 피카소 혹은 뒤샹과 워홀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여기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가 있다. 눈앞에 다가온 메타버스 시대. 김은주 작가가 선보이는 마법소녀를 통해 남다른 예술가의 상상과 시선을 감상해보도록 하자.

Magic girl L, 162.2×112.1cm, oil on canvas, 2021.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해달라.

‘소녀와 돌연변이들에게 마법같은 힘이 생기고 마법세상에서 영웅이 되어간다’라는 이 이야기는 제가 작업하고 있는 가상세계 속 세계관입니다. 저는 새로운 가상세계를 페인팅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시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 속의 소녀이미지에서 여성성의 많은 부분을 학습한 것 같아요. 그들은 약하고 도덕적이며 착하고 순종적인 여성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런 여성성을 동경했고 모방하며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성인이 되어 미술학교를 갔고 서양미술사를 통해 접한 수많은 도판을 통해 미술의 일정 부분을 학습한 것 같아요. 학습은 사회를 유지시켜주고 발전시켜 주기 때문에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습된 것이 반드시 정답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저는 가상세계 속에서 어린시절 학습한 소녀 이미지와 미술사의 도판 이미지를 믹스해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화면을 구성해 보고 싶었습니다.

Q. 상상 속에 존재할 돌연변이를 소재로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돌연변이들은 신화 속 동물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어요. 이들은 여러 동물들이 섞인 하이브리드인 경우가 많은데 현실에 존재한다면 돌연변이가 아닐까요? 돌연변이들은 종에서 생존이 어렵습니다. 이들은 결핍을 가지고 있거나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요. 때때로 같은 종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종에서 공격받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사회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정상과 비정상을 학습하게 되고,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했을 때 도태되거나 배척당하기도 하죠.

도대체 그 정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상이라는 것 또한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규정해 놓고 학습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정상적이고 돌연변이인 것은 결국 약자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에서 돌연변이는 약자이지만 내가 만든 마법세상에서는 마법소녀의 조력자가 되어 영웅이 되어가는 성장형 캐릭터들이에요. 이들은 미숙한 아기의 몸을 하고 있지만 마법소녀와 함께 성장하고 있고 영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마법소녀 시리즈 중 ‘Magic girl L’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마법소녀 시리즈의 대표작입니다. 여기에는 성모와 이브가 믹스된 마법소녀와 돌연변이들이 등장하는데요. 성모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이고, 이브는 카인과 아벨의 어머니입니다. 그러나 같은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여성들이죠. 긍정과 부정이라는 여성성의 대표 이미지들을 섞어 놓음으로써 이미 학습되어져 익숙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에서 조금 벗어난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Putto_Emotion#3, 45.5×37.9cm, oil on canvas, 2021.

Q. 선호하는 재료나 작업 방식이 있는가? 있다면 이유는?

페인팅은 오일페인팅을 사용하고 있어요. 오일페인팅은 천천히 말리면서 작업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라데이션을 할 때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물감이 마르는 시간을 계산해서 작업해야 해서 3개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이며 하나의 작업이 밑색이 깔리면 그 물감이 마르는 동안 다음 작업을 스케치하고 밑색을 깔고, 처음 작업의 물감이 마르면 묘사에 들어가게 되죠. 첫번째 작업의 묘사가 끝날 때쯤 두번째 밑색을 올린 작업의 물감이 말라있죠. 그러면 두번째 작업의 묘사를 시작합니다. 디지털 작업은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어요. 프로크리에이트 라는 앱이 있는데 아이팬슬을 이용해 이 앱을 통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준비할 계획인가?

그동안은 돌연변이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넣어 주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영웅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 친구들에게 감정을 넣어 주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이번 시리즈의 타이틀을 푸토_이모션이라고 지었는데요. 푸토는 종교화에서 성모의 옆에 항상 등장하는 아기 천사들의 이름이예요. 제 작업에 등장하는 푸토들도 연약한 아기의 몸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모티콘의 머리를 하고 있는 건 토끼입니다. 저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디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데요. 그때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모티콘은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수단이지만, 때때로 저는 소통하는 사람과의 관계나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이모티콘 뒤에 숨기도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그동안 학습한 행동들은 제도에 길들여진 정상인으로 살 수 있게는 해주지만, 때로는 이 모습이 진짜 나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나는 사회의 제도, 도덕과 윤리, 선입견과 편견, 관습들 속에서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표정들을 푸토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제시하고자 합니다. 푸토는 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성장형 캐릭터입니다.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저는 요즘 작업시간과 활동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에 고민이 많습니다. 작가에게 활동이라고 하면 대부분 전시가 되겠죠. 어떠한 형태의 전시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작가의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이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전시활동도 작업의 일부라고 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이 둘의 시간을 잘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미술관, 예술회관, 갤러리, 복합문화공간 등 다양한 곳에서 전시를 하며 작업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들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지금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