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산불로 피해 입은 국민부터 보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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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코로나와 산불로 피해 입은 국민부터 보듬어야 지금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급한가…희망 담긴 정책을 먼저 제시하라

기사입력2022-03-21 17:4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사철은 이사철인가 보다. 대통령 집무실도 이사하겠다니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 청와대가 아닌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5월10일부터 그곳에서 업무를 보겠다고도 했다.

집무실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방부를 용산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합참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윤 당선인이 제시한 새 집무실 조감도를 보면, 현 국방부 건물 주변에 공원이 들어서고, 인근 건물들을 모두 철거해야 하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단 50여일 만에 이뤄져야 한다. 윤 당선인은 국가 안보 핵심시설인 국방부와 합참을 아무 사전 준비도 없이 다급하게 옮겨야 할 만큼 집무실 이전이 시급한 일인가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과 뜻을 같이 하고자’ 집무실 이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가 안보 핵심시설인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을 아직 권한을 이양 받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 독단으로 단 50일 만에 이전시킨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와 절차를 무시한 채 추진을 하겠다 고집을 부리는 것도, 윤 당선인이 밝힌 집무실 추진 이유에 부합하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에 나란히 위치해 있는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청사. <사진=뉴시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한 조감도.<사진=뉴시스>

집무실과 국방부 등의 이전에 소요될 천문학적 비용과 인근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논란도 문제이지만, 국방 전문가들은 안보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11명의 예비역 장성들은 지난 19일 ‘청와대 집무실 이전 안보공백이 우려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윤 당선인 인수위 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청와대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한 입장문에서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동을 초래해 권력 이양기 안보 공백 야기 ▲적에게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는 점에서 안보적 휴유증과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페이스북에서 “국가 안보 핵심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이전하는데 별다른 대책도 없이, 갑자기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꾸는 데 대한 의견 수렴도 없이, 심지어는 예산 편성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이 꼭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한 번 정하면 수십년에 걸쳐 이용하게 될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기 위해서는 타당성 조사부터 국민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위급한 상황이다. 감염병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막막한 국민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의 삶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급한 것인가. 또, 역대급 피해가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집을 먼저 지어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먼저 해야 할 일 아닌가. 윤 당선인이 진정 소통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2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피해 입은 국민을 걱정해야 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윤 당선인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하지만, 잘못된 믿음이 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불행이 온다는 얘기를 하고싶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일의 우선순위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당선인과 인수위에 대한 우려로 ‘레임덕’이 아닌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을 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정책을 먼저 제시해주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