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청와대 담장 아니라 사람 장막을 걷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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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소통? 청와대 담장 아니라 사람 장막을 걷어라 대통령 주변에 능력없고 욕심 가득한 사람만 있다면 그게 구중궁궐

기사입력2022-03-17 09:0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은 당혹스럽다. 당선인의 공약이었고 국민과의 소통을 우선한 조치라고 하지만, 취임과 청와대 입성을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집무공간으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일반 서민이 이사를 하더라도 집을 알아보고 이사 날짜를 조율하고 준비과정을 거치려면 두 달은 버거운 시간이다. 하물며 경호와 보안, 상징적 의미까지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이렇게 밀어 붙이듯 하는게 옳은 수순인가하는 의문은 당연하다.

청와대 대통령 시대를 끝내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나와 국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것도 윤석열 당선인과 같은 포부였다. 그러나 경호 등의 이유로 끝내 무산됐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집무실 이전이 거론된 적이 있었지만 비슷한 이유로 이뤄지지 못했다. 광화문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구상은 많은 대통령이 약속하고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통령의 의지가 약했다고 단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때, 과거 대통령들의 비슷한 공약이 좌초된 이유를 제대로 살폈는지 궁금하다. 매번 걸림돌이 됐던 문제들을 방기한 채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면, 득표만 의식한 빈공약의 남발이라는 비난을 살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사진=뉴시스>

또한, 공약 검토과정에서 과거 좌초 요인들에 대한 충분한 해결방안을 마련했다면 용산 국방부 내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는 새로운 발표로 논란을 키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내에 마련한다는 방안은 과거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다. 청와대 구중궁궐을 나와 국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 국방부 담장과 청와대 담장이 다를 게 무엇인가 말이다.

국민들과 소통을 할 의지라면, 청와대 담장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사람의 장막이다. 민의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은 청와대 담장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국민의 뜻을 왜곡시켜 왔기 때문이다. 과거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청와대 측근들의 전횡이 도마에 오르지 않는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진박·최순실 등 대통령 측근세력들이 국정농단의 범죄를 저질렀다.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586 세력이 정치를 망치고 있다고 5년 동안 줄기차게 성토까지 했다.

취임을 불과 두달을 앞두고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발표에 대해 박수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광화문이든, 국방부 청사 안이 되든, 절차를 제대로 밟고 여러 가지 문제점도 해결한 채 옮겨도 늦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국민들과 소통을 넓힐 의지라면 당선자 측근들의 ‘사람 장벽’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 당선자 측근들로 불리는 소위 ‘윤핵관’을 바라보는 시선은 국정농단 세력이나 586 세력이 손가락질 받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도덕성이나 능력, 측근의 전횡을 막을 제도적 장치도 이전 정권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이 가진 생각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광화문 청사에 방탄 유리를 설치한다는 둥, 국방부 청사를 비우고 있다는 둥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무성하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런 논란이 반가울리 없다. 개혁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구중궁궐 청와대, 소통의 부재는 담장이 높아서 생겨난게 아니다. 대통령 주변에 능력없고 욕심만 가득한 사람들만 있다면 그게 구중궁궐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가, 취임을 앞두고 무엇이 중요한지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