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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봄날 오후의 산책…피렌체 피티 궁전 미술관

‘첫번째 생일’, ‘대공의 마리아’ 그리고 ‘리피나’ 

기사입력2022-05-13 13:41
이다 미술역사가 (meundaisy@gmail.com) 다른기사보기

탄생하는 순간부터 낡아져가는 현재까지 자기 이야기를 가진 미술은 은밀한 방식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해 줍니다. 몇 개의 복잡한 매듭으로 엮여 있는 미술은 매력적인 외모로 시선을 끌고는 무책임하게 침묵하죠. 호기심을 감상의 즐거움으로 바꾸도록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독려하는 것은 형태나 색의 신비로운 자태뿐입니다. 미술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이 다소 불친절해 보이지만 미술관에 가고 쓸데없어 보이는 글들을 읽으면서 이미지로 존재하는 미술 이야기에 경청하는 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얼마전 피렌체의 피티 궁전 3층에 있는 모던 미술관에서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모던 미술관은 이탈리아의 19세기 인상파와 20세기 초반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입니다. 20세기 초반의 이탈리아 인상파 화가 플리니오 노멜리니(Plinio Nomellini)첫번째 생일이라는 그림 앞에 섰을 때 나도 모르게 , 멋지네!”하고 감탄사가 나왔었죠.

 

플리니오 노멜리니, ‘첫번째 생일’, 1914년, 피렌체 피티궁 모던미술관 소장. <사진제공=이다 미술역사가>

 

1914년에 제작된 2m80cm 길이의 커다란 그림입니다. 작가는 시각적으로 자극받은 보라색에 대한 심리적인 인상을 점묘화 기법으로 그렸습니다. 그림의 형태나 배경의 윤곽이 뚜렷하지 않아 아른거리는 추억의 이미지처럼 보이는 이 매력적인 그림은 화면에 전체적으로 퍼진 보랏빛 사이에 첫번째 생일을 맞은 아기를 들어 올린 엄마의 행복한 마음이 황금색으로 밝게 빛나죠.

 

가까이 보면 얼룩얼룩한 점들의 향연처럼 보여 규칙을 찾을 수 없는 그림같지만 멀리서 보면 그림의 공간과 사람들의 배치가 뚜렷해집니다. 사람의 눈이 주는 시각적 착시를 일깨우면서도 어느덧 그런 착시의 세계를 빠져 나오면 이 공간의 행복한 축복이 마음을 적시는 그림입니다.

 

나는 먼저 보라색이 화면을 뒤덮은 압도적인 인상에 시선을 빼앗겼고 무엇을 그린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어수선한 듯 보인 공간에 원근법을 적용한 질서가 보였죠. 참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2차원 화면에 3차원 깊이를 표현하는 원근법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전통 화법이죠. 자신들이 세운 전통을 보존하는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설령 모던한 시대가 오더라도 전통 기법을 새로운 미술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것이죠. 어떤 시대든 동시대의 문화를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는 이탈리아 특유의 기질이 이 그림에도 보여 나에게는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빠져 나와 첫번째 생일이라는 제목을 보고서야 이 장면을 이해했습니다. 자그마한 아이들 사이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는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의 성모마리아처럼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축복을 받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나는 르네상스 시대 마리아 제단화의 상징성이 떠올랐습니다.

 

라파엘로, ‘대공의 마리아와 아기예수’, 1507년, 피렌체 팔라티나 미술관 소장. <사진제공=이다 미술역사가>
르네상스 미술은 이상적으로 완벽한 성모 마리아를 원했습니다. ‘이상적으로 완벽한이란 말은 지덕체를 겸비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죠. 신이면서 인간이 된 예수의 어머니를 완벽하게 그리고자 하는 이상은 1400년대 르네상스 화가 베아토 안젤리코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베아토 안젤리코는 피렌체의 산 마르코 수도원에 그린 예수 잉태를 알림이라는 작품에서 이상적인 어머니 마리아를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예술적인 성과들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속도가 더디기 마련이죠. 완벽한 신의 어머니를 그리려는 르네상스의 이상은 100년 쯤 지나 라파엘로에 와서야 완성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미술사학자가 라파엘로를 회화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화가로 인정한 이유에는 기독교 문화에 뿌리가 깊은 유럽에 더이상 부족할 것이 없는 신의 어머니를 선사한 업적이 큰 몫을 합니다.

 

라파엘로가 1507년에 그린 대공의 마리아는 현재 피렌체 피티 궁전의 팔라티나 미술관에 있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저택이었던 피티 궁전 2층에 있는 팔라티나 미술관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정의 마리아는 천상의 신분을 상징하는 파란 옷을 휘감아 그것을 예수의 배경처럼 만들어주며 아기 예수와 어머니는 그림의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밝게 빛납니다.

 

나는 좀 전 2층에서 라파엘로의 이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 본 후 올라온 터라, 플리니오 노멜리니의 그림 속 어머니와 아기를 보며 이 그림이 떠오른 것이 우연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꽃을 든 아이의 자세는 라파엘로가 즐겨 그린 천사들의 사랑스런 자세와 닮았는데, 그림이 그림으로 연결되는 이탈리아 화풍을 짐작케 합니다.

 

플리니오 노멜리니의 그림은 첫 돌을 맞은 아기의 생일날 풍경을 묘사한 것이지만 나는 이 그림에서 종교적인 암시를 떠올렸는데, 이처럼 세속적인 여인이 종교적인 마리아처럼 그림에 처음 등장한 것은 피렌체에서 여인과 살림을 차린 스캔들로 유명한 화가 필리포 리피의 작품 리피나입니다. 자신의 아내를 성모마리아처럼 묘사한 그의 그림은 개인의 자유를 관대하게 여기던 당시 피렌체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필리포 리피, ‘리피나 혹은 성모와 두 천사’, 1456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사진제공=이다 미술역사가>
이 작품은 실제 필리포 리피가 자기 아들과 딸 그리고 부인을 그린 것으로 당시에는 드문 주제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종교화의 가면 안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물들 뒤에 정면으로 구획된 네모난 프레임은 외부 세계와 실내 공간을 빛으로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플리니오 노멜리니 역시 외부의 밝은 빛을 을 통해 실내로 끌어들이고 있죠.

 

외부와 내부를 창으로 연결하는 규칙도 르네상스 시대 화법입니다. 이런 화법이 눈에 띠는 것은 노멜리니의 그림에 표현된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그림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나에게 이 작품이 주는 기쁨은 부서지듯 퍼져있는 보라색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노란색의 적절한 조화입니다. 그 조화는 얼룩얼룩한 붓질이 만든 무질서 속에 담긴 원근법 질서와 고전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가의 참신함, 방안의 밝은 분위기가 상징하는 어머니의 마음에도 보이죠.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끄는 것은 가정의 안락한 행복을 표현한 이 그림이 종교적인 은유나 원근법적 전통을 바탕에 깔고 색에 대한 시각적 인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점이었는데, 색에 대한 시각적 인상이 인상파의 주요 테마입니다. 뎃생으로 형태를 먼저 만들고 색을 채워 나가는 고전 미술이 주는 차분함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색들을 채워 형태를 만들어 가는 인상파 기법으로 채워진 화면은 신선한 생기를 줍니다.

 

여기에는 색채의 신선함도 나의 마음을 끄는데, 팔레트 위에 전통적인 배열이 아닌 화가의 감성적 배열로 물감을 짜고 작업했을 것을 상상하게 하는 색채의 신선한 조합이 작가가 느낀 충만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령 배경의 청색과 녹색에는 극도로 꺼렸던 회색과 올리브색이 함께 배열되어 톤 다운된 새로운 차가움을 만들고 있습니다. 배경을 차가운 어둠으로 채운 이 감성적인 색들은 현실너머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차가운 인상의 색채로 가득찬 배경은 신비스런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려고 한 걸까요?

 

고전과 다른 생기를 화면에서 느끼고 전통적인 톤과 현대적인 톤의 차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14년 동안 부지불식간에 조금씩 나의 취향에 대해 은밀한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미술 관람이었습니다. 미술이 표현하는 언어는 다양한 은유와 다중성을 가진 감성을 표현하는 멋진 도구입니다. 내가 만난 예술은 인간 내면에 있는 다양한 것들과 은밀하게 나누는 친밀한 대화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이다 미술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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