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는 가상공간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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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업무는 가상공간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만든다 메타버스 근무 환경 제공…‘리버스 멘토링’으로 조직 유연화 실험

기사입력2022-07-04 11:50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등으로 재택·원격근무가 늘면서 기업의 근무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택·원격근무를 하는 임금근로자 수는 114.0만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9.5만명에 비해 12배(104.5만명 ↑) 높은 수준이었다.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하는 임금근로자 수는 2019년 74.6만명에서 2021년 105.5만명으로, 2년 사이 41.4%(30.9만명↑) 늘었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23일 국내 중소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근무·거주 환경을 제공하는 ‘2022년 메타버스 노마드 시범사업’ 운영기관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노마드’는 가상공간을 의미하는 메타버스(Metaverse)와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Nomad)를 합친 말이다. 근무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와 연결돼 소통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6월24일부터 7월25일까지 약 한 달간 공모, 최종 3개 지역 운영기관을 선정해 지역당 최대 1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허원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상·업무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메타버스는 효율적인 협업·소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업·중소기업 직원 복지증진 및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올해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직방은 2021년 본사와 사무실을 완전히 없애고 메타폴리스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메타폴리스는 직방이 메타버스에 지은 사옥으로, 직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메타폴리스로 출근한다. 책상에 앉으면 팀원들의 얼굴을 화상회의 하듯 보며 대화가 가능하다. 메타버스 근무를 하는 네티즌들은 “지옥철에서의 2~3시간씩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감소했어요”,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하며 근무할 수 있어 좋아요. 해외에서 지내며 근무해보려고 해요” 등의 평을 남겼다.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4534명을 대상으로 ‘입사 기업 선택 기준에 재택근무를 포함하는지 여부’를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53.1%가 ‘포함한다’고 밝혔다. 성별로는 여성(58.7%)이 남성(46.7%)보다 재택근무 여부를 포함하는 비율이 12%p 높았다. 재택근무 여부를 기준에 포함하는 이유는 단연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해방돼서(61.1%, 복수응답)’가 1위였다. 다음으로 ‘삶의 질이 높아져서(59.4%)’, ‘대면으로 인한 사람 스트레스가 적을 것 같아서(31.3%)’, ‘회사 문화가 합리적이고 유연할 것 같아서(29.4%)’, ‘아이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어서(21.2%)’, ‘처우나 회사 인프라, 근무 환경도 좋을 것 같아서(21.1%)’ 등의 순이었다.

근무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와 연결돼 소통하고 일을 처리하는 등 재택·원격근무가 늘면서 기업의 근무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90년대생이 임원을 멘토링?…조직 유연화 실험 확대

상하체계의 멘토링이 아니라, 역멘토링인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하는 등 조직문화를 유연하고 수평적으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리버스 멘토링(역멘토링)’은 선배 직원이 후배 직원을 가르치는 일반적 경우와 반대로 후배 직원이 상담자(멘토)가 돼 선배 직원에게 조언하고 상담하는 것을 말한다.

보수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공기관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다. 중앙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한 인사혁신처는 1980~90년대생 공무원 3명과 함께 ‘역멘토링’ 시간을 가지고 있다. 2020년에는 기존에 국장급 간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것을 2021년부터 인사처장과 국·과장급까지 참여의 폭을 확대해 실시 중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주로 MZ세대의 특질을 이해하고,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과 디지털 소통 스킬을 강화하기 위해 리버스 멘토링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영진 1명과 사원 3~4명이 한 조가 돼 4개월간 자유롭게 소통하고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기도 했다.

리버스 멘토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구찌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가 클래식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스타일리시한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는데, 2015년 마르코 비자리 대표가 리버스 멘토링 회의를 도입한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영진이 35세 이하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조직문화도 새로워지고 디자인에도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업무방식을 독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커리어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47개사를 대상으로 ‘조직문화 유연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84.1%가 조직문화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직문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로는 ‘워라밸 중시 등 구성원 의식이 변하고 있어서(59.3%,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MZ세대가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해서(39.6%)’, ‘산업의 디지털화 등 패러다임이 변화해 적응하기 위해서(33.5%)’, ‘기존의 인사관리 방식이 통용되지 않아서(24.2%)’, ‘성장 동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서(14.9%)’ 등을 이유로 들었다.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

‘민첩한’, ‘기민한’ 조직이라는 뜻으로,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cell)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를 말한다.

다면 평가제도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주체를 다양화하는 인사 평가제도로 ‘360도 평가’라고도 한다. 인사평가에서 상사가 조직원을 평가하는 하향식 평가가 아닌 부하직원의 상향평가, 동료직원의 평가, 고객의 평가를 포함한다.

또, 이들 기업의 대부분(99.5%)은 조직문화가 유연해지면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는 직원 만족도를 높일 뿐만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어 기업-직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을까. 전체 기업 10곳 중 7곳(74.5%)이 조직문화 유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복장 자율화(43.8%,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이어 ‘직원 소통 행사 진행(39.6%)’, ‘근무시간 자율 선택(34.2%)’, ‘직급 폐지 또는 간소화(28.8%)’, ‘다면 평가제도 도입(16.2%)’, ‘스마트 오피스, 자율 좌석제 등 업무환경 변화(16.2%)’, ‘애자일 조직 등 조직구조 변화(9.9%)’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조직 유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만, 이들 기업 중 60.7%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는 ‘인력, 비용 등 자원이 부족해서(51.5%,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변화를 위해 필요한 인력이나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이어 ‘기성세대 구성원의 저항이 있어서(35.6%)’, ‘경영진의 의지가 별로 없어서(35.1%)’, ‘실제로 혁신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서(29.2%)’, ‘새로 도입한 제도들이 효과를 못 보고 있어서(13.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