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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국민에게 충성하겠다는 다짐, 경찰 스스로 증명하길
경찰이 또다시 권력 지킴이로 조롱받는 일 있어선 안된다
- 기사입력2022-07-27 15:14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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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에 이런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을 국가와 동일시하는 봉건의식과 권위주의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사회에서, 공직자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위험하지만 그만큼 참신해 보였다. 알게 모르게 대통령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이 강요되던 공직사회에서 정권에 미운 털 박혀 한직으로 밀려났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국정감사 발언은 국민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발언이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국민들의 환호는 섣부른 구석이 없지 않다. 2013년 법사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대통령에게 일방적인 충성이 아니라면 공직자로서 충성의 대상은 당연히 국가와 국민이 아니겠는가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추측이고 희망이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고 전·현직 검찰 출신이 국가요직을 차지했다.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 되었다는 푸념도 곳곳에서 나온다. 2013년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대신 검찰조직의 사랑과 충성을 택했다.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신설을 두고 정부와 경찰의 갈등이 불거졌다. 문제의 발단은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역사 퇴행이 될 것이라는 게 경찰의 반발 이유다. 추진과정도 일방적이다. 행정안전부가 경찰을 통제할 권한을 가지려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될 문제이지, 경찰국 신설 시행령으로 갈음된다면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 경찰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의 수사권 조정을 독립권 훼손이라고 반발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행보와 비교해 봐도 경찰을 행정안전부 통제에 두겠다는 발상은 자가당착이다.
“경찰은 국민에게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경찰 충성의 대상을 언급했다. 2013년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발언을 인용하며, 현 정권의 경찰국 신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에게 충성하기 보다는 국민에게 충성하는 경찰이 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신설안, 이유도 방법도 틀렸다. 경찰을 국민 지킴이가 아니라 정권 지킴이로 만들려는 의도,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해서 류상영 총경의 국민에게 충성하겠다는 발언은 과거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검찰조직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그 무게는 크다.
경찰의 독립과 중립성은 지켜져야 한다.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모든 권력의 요체는 국민이다.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고 국민에게 충성해야 함은 모든 공적 집단의 의무이기도 한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행동은 정당하다. 그게 대통령에게 충성하거나 경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엇나간 조직 사랑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기 위한 길이라면 정부 권력에 맞서더라도 박수칠 만하다.
국민에게 충성하는 경찰로 거듭났으면 한다. 검찰공화국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경찰이 또다시 권력 지킴이로 조롱받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에게 충성하겠다는 다짐, 경찰 스스로 지켜내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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