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정리 없는 지원’ 보다 채무조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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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빚 정리 없는 지원’ 보다 채무조정이 시급하다 변제 먼저 못하면 지원책도 빚 갚는데 쓰여 경제활동 복귀 어려워

기사입력2022-08-18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빚으로 버텨왔고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자영업 과중채무자의 채무조정이 시급하다. 채무를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지원, 전업지원, 복지지원 등을 할 경우 지원금이 채무변제에 사용되고 실질적인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에는 사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업, 전업, 복지 등을 지원하기에 앞서 먼저 신속한 파산·회생 등을 통한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가계부채대책팀이 17일 주최한 ‘경제회생을 위한 파산회생 워크아웃 제도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자영업자와 한계채무자 경제회생을 위한 파산·회생 제도 개혁’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처럼 제안했다. 그는 “1800조원이라는 가계부채 규모도 문제이지만, 최고 속도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급속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위기가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가계부채대책팀과, 신용회복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17일 ‘경제회생을 위한 파산회생 워크아웃 제도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송기헌 의원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고리사채 이용자는 180만명으로 추정된다. 제2금융권 등 여러 금융기관에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다중채무자를 합하면 30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등 과중채무자가 상당하다. 이들은 자기소득으로 채무변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계채무자이기도 하다.

정부와 법원이 과중채무 자영업자, 한계기업과 한계채무자 등에게 파산·회생을 통한 신속한 채무조정을 안내하고, 이어서 복지·재창업·전업 등의 원스톱 지원행정을 해야 하지만, 이러한 종합적인 행정 연계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정부부채는 양호한데 가계부채는 위험=보수적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미국은 파산·회생 활성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년에 도산법원에서 160만건 정도의 파산·회생 사건을 처리하는 미국은 경제효용론 관점에서 파산·회생을 다루고 있다.

채무초과 상태로 버는 소득의 대부분을 상환해야 하는 채무자들은 경제활동 의욕을 상실한다. 이러한 이들이 수백만명에 달하면 경제활성화에도 장애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범죄, 자살 등을 방지하고 복지와 창업, 재기지원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신속히 경제복귀시키는 것이 전체 경제에도 효용이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영업자 부채에 대해 정부 부채를 늘리더라도 재정을 지원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재정건전성 프레임에 갇혀 부동산 버블로 인한 막대한 추가세수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재정정책을 사용한 결과, 가계와 자영업자가 부채로 버티도록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최고로 폭등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OECD 주요 국가들의 정부부채가 GDP 대비 100%을 넘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49% 수준이다. 반면 가처분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주요국이 100 전후인데 반해 한국은 180 수준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금융위기 당시 140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위기 수준을 훨씬 넘었다.

◇정부 배드뱅크 정책 중도 포기자 40%↑=역대 정부는 한계채무자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와 개인신용회복 정책을 추진해왔다. 노무현 정부의 ‘한마음금융’·‘희망모아’, 이명박 정부의 ‘신용회복기금’,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민행복기금 외에 ‘새출발기금’이라는 새로운 배드뱅크를 출발시킨다고 발표했다. 정치적 효과를 감안해 원금 감면율을 국민행복기금 50%보다 높은 60% 이상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배드뱅크 정책은 채권자인 금융권의 입장에 좌우되기 때문에 원금감면이 최소화되고, 장기간의 채무조정기간으로 채무자의 신속한 경제회생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희망모아 64만명 중 27만명, 국민행복기금 64만명 중 23만명 등 40% 이상의 회생 희망자가 중도에 포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파산·회생 통한 채무조정 지원정책 필요=김 위원장은 법원의 파산·회생을 활성화해 신속한 채무조정을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파산·회생의 도산절차는 세계 보편적인 채무조정 기본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법행정의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행정법원과 지방법원 파산부 사이의 회생신청-개시결정 등에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생기므로, 서울과 지방의 파산·회생 사건처리의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 수도권 외에 전문 도산(회생)법원 설립을 추진하거나, 서울행정법원의 전국 관활화 등도 방법이 된다.

파산·회생법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파산자에 대한 200여 가지 직업적 제한을 폐지하고, 회생신청 시 30일 내 처리라는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돼 통상 100~200일이 걸리는 기간을 개선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도 별제권으로 처리하지 않고 변제계획에 포함해 개인회생 절차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서민에 대한 파산·회생 지원과 복지·창업 등은 일관지원 행정을 주문했다. 캠코 등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소멸시효 임박한 채무를 자체 소각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서울시, 경기도 등에 파산·회생지원과 창업, 전업, 복지 지원행정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김 위원장은 불법 채권추심과 고리사채 피해 근절도 강조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대부업체가 채권자인 경우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나 캠코 등이 채권자인 경우로도 확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채무자 대리인이 선임되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추심할 수 없어, 결국 채무자 대리인과 협상을 통해 채무조정을 하게 돼 사적 채무조정 활성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