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섬뜩·불길하게 떠 다니는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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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아름답지만 섬뜩·불길하게 떠 다니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신의 선물인가, 악의 저주인가㊦

기사입력2022-11-14 0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마텐 반덴 아인드는 ‘플라스틱 산호초’를 계속 키워가면서 더불어 스노우볼(snow globe) 형태의 ‘집에서 1000마일 떨어진(1000 Miles Away From Home)’이라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거나 받기 좋은 스노우볼 장식품이 이처럼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작업은 작가가 5대 해양 환류에서 직접 수집한 플라스틱 부유물을 각각 지름이 10센티미터인 구형 유리 안에 넣고, 투명 액체를 채워 스노우볼 장식품처럼 보이게 만든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아름답지만 불길하게 떠 있거나 가라앉아 있다. 흔들면 이 조각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투명한 액체 속을 부유한다.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더 불길해지는데, 그 까닭은 이 작품이 지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지구의 모양이 구형이고, 지구에서 가장 많은 것이 물(바다)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이 투명한 구형은 마치 지구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플라스틱 산호초’와 ‘집에서 1000마일 떨어진’은 언뜻 보면 아름답다. 화려한 색상의 산호초와 누군가에게 선물 받기 좋은 스노우볼을 닮았다. 작가가 작품을 ‘산호초’라고 이름 붙인 것은 플라스틱의 다양한 색상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호초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작가가 마치 스노우볼처럼 투명한 구형에 플라스틱 조각을 넣은 것은 햇볕과 파도, 해류에 부서지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바다에서 햇빛을 받으며 아름답게 반짝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마텐 반덴 아인드, ‘집에서 1000마일 떨어진’, 2009~2013년, 나무받침대를 단 스노우볼, 증류수, 5대 해양 환류에서 건저 올린 플라스틱 부유물, 10×10×12cm, Maarten Vanden Eynde, Courtesy of the artist.

플라스틱은 겉보기에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현재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심지어 파괴한다.

미세플라스틱은 동물성 플랑크톤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해 물고기와 산호초의 먹이가 되고 있다. 그런데 산호초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자라면 생물학적 변형을 일으켜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한다. 그리고 점점 약해져서 결국 죽게 된다.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는 물고기의 35%의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고기 한 종이 약 1만2000~2만4000톤의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조사됐다. 해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에 굴과 따개비와 같은 고착생물이 붙어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엘런맥아더 재단과 맥킨지 경영·환경센터는 2016년 공동연구 보고서에서,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플라스틱에 싸여 생활하고 있다. 손이 닿는 곳곳에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강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형형색색의 색깔을 낼 수 있어 아름답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플라스틱 재앙을 마주하고 있다. 마텐 반덴 아인드는 예술을 통해 생태계를 잠식한 플라스틱의 무서움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오늘도 우리는 간편하다는 이유로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고 있다. 과연 우리는 플라스틱 천국, 혹은 플라스틱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