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계약서 작성 의무화해 기술탈취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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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스타트업·TIPS 비밀유지계약서 작성 의무화해 기술탈취 예방 유관기관 합동조사 필요하고, 디스커버리제도 등도 도입해야

기사입력2023-08-23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22일 ‘벤처·스타트업 기술탈취 대응방안과 기술보호 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1. 스타트업 알고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에 대한 기술도용 분쟁을 겪었던 롯데헬스케어는 결국 영양제 공급기 사업을 철수하고, 알고케어와 함께 상생기금을 공동출연하는 등 기술탈취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알고케어의 유석영 프로는 처음 롯데헬스케어가 IR투자 및 사업제휴를 제의했을 당시, 압도적인 협상 우위를 가진 대기업이다보니 NDA(비밀유지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NDA 미체결 상태임에도 정보를 묻는 경우, 투자·제휴 유치를 위해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원만하게 사건을 마무리 지었지만, CEO 및 회사 핵심인력이 모든 업무를 올스톱해야 했고, 대응 과정에서 언론에 알고케어의 기술 및 아이디어가 전부 노출되는 등 피해가 컸다고 했다.

#2. 연속혈당측정기와 모바일 앱을 연동하는 서비스를 출시한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브레인으로부터 투자와 협업을 요청받고, NDA 및 MOU를 체결하고 사업설명회와 기술자료를 수차례 제공했다. 그러나 카카오브레인이 헬스케어 사업계획을 철회하면서 닥터다이어리와의 협업과 투자는 결렬됐다.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헬스케어를 공식 출범하고 닥터다이어리와 동일한 사업모델인 혈당관리서비스를 첫 사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닥터다이어리 송제윤 대표는 이후 확인해보니 닥터다이어리의 기밀정보를 취득했던 투자사 임원이 카카오헬스케어 설립과 동시에 입사를 했다며, 카카오에 NDA 체결에 따른 책임을 물었지만 NDA 체결 당사자가 카카오헬스케어가 아닌 카카오브레인이므로 비밀유지 의무가 없다는 답을 받고 현재 분쟁중이다. 송 대표는 카카오와 같이 문어발식으로 자회사를 확장하는 경우 지주사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자회사에 의한 벤처기업의 영업비밀 및 아이디어 탈취가 발생할 경우 자회사 뿐만 아니라 지주사인 본사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통해 벤처기업 등을 보호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22일 개최한 ‘벤처·스타트업 기술탈취 대응방과 기술보호 전략’ 심포지엄에서는, 대기업으로부터 기술탈취 및 아이디어 도용을 경험한 스타트업들이 참여해 이러한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를 근절하기 위해 비밀유지계약이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내놨다.

법무법인 클라스 손보인 변호사는 이날 ‘스타트업 기술탈위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탈취는 ‘투자’ 또는 ‘협업’이라는 상당히 포괄적인 명분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의 협업하며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해외진출에도 편익이 제공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대기업이 투자 및 협업을 빌미로 자연스럽게 기술제공을 요구하는 것에 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면서 사업구조, 수익배분, 지분구조 등의 관계설정 과정에서 결국 투자, 협업이 결렬되고 이후 기술탈취 및 기술유용이 시도된다는 점이다. 투자를 위해서 기술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투자할 때 NDA 의무=손 변호사는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타트업 스스로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업이나 투자 유치시 반드시 회사가 보유한 비공개 정보에 대해 비밀유지계약서 작성을 요청하고, 상대방 정보수령자의 개인 서약서 또한 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기술 및 아이디어에 대한 보고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 내용을 정리하고 대외비 표시, 비밀유지의무고지 등 기술 보안규정이나 기술의 외부 제공절차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특히 벤처투자자(창업기획자)와 엔젤투자자와의 투자협상 전 NDA 계약의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스타트업은 투자 검토단계에서 기술 내용 뿐만 아니라 재무, 거래처 등 상당한 비밀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나아가 사실상 현재 기술 뿐만 아니라, 성장가능성 검토에 필요한 기술로드맵에 따른 미래 기술까지 제공되기도 한다. 따라서 벤처투자법이나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 시 NDA 계약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대응 지원 필요=기술탈취 분쟁이 발생했다면, 분쟁 초기부터 스타트업 대표자의 분쟁 대응 판단을 위해 전문가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손 변호사는 분쟁 결과 기술탈취를 인정받아도 스타트업에는 도움될 것이 없다며, 분쟁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사업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어 분쟁 초기에 신속한 판단을 위해 전문가의 평가분석 의견이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또는 유관기관의 분쟁협의과정에서 중립적인 지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신속한 조정 합의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는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와 관련해 특허청,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 부처별로 따로 조사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조사과정이 오래 걸리고 힘든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관기관 합동조사단을 만들어 같은 사건에 대해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요구된다.

이밖에도 민사적인 구제책도 강화해야 한다. 손 변호사는 현재 일부 지식재산권 관련 징벌적 3배 손배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법원이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입증책임이 문제인데, 손 변호사는 증거조사를 강화하고 불응시 강제조치를 마련하는 한편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와 중립적 지위의 전문가 현장조사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현행 하도급법 및 상생협력법의 중소기업 기술침해 행정조사의 경우 그 범위가 하도급거래나 위수탁거래 관계로 제한돼 있어, 개정을 통해 행정조사의 대상범위를 스타트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로 확대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오동윤 원장은 “대기업의 기술탈취로 인해 혁신 기술로 무장한 벤처·스타트업의 성장 동력과 혁신 의지가 꺾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대기업의 사내벤처를 통해 기술과 자본 쏠림 또한 우려되고 있어 기술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정하게 나서지 않으면 청년의 미래가 없다는 자세로 기술탈취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