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늘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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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빚으로 버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늘어나는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게 문제”…매출 올릴수 있는 정부정책 절실

기사입력2023-08-29 00:00

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침체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아직도 가시지 않은 코로나19의 여파 등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자금은 부족하고, 구인난은 가속화하고 있는 등 위기 상황에 직면한 중기·소상공인을 위해 각계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상공인연합회(KFME)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매출을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부실 가능성…연체율 우려 수준

계속되는 경기둔화와 고금리, 여기에 매출은 연이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빚’으로 간신히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융 부담마저 커지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기업의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6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상승 폭이 잠시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더욱이 국내 경기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참고로 연체율이란,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비율을 뜻한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이면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자료를 보면, 2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5%로 전월 대비 0.05%p 하락했다. 하지만,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하면 0.15%p 상승한 수치다. 신규연체 발생액은 2조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감소했고, 신규 연체율은 0.09%로 전월 대비 0.01%p 하락했다. 하지만,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0.05%p 올랐다.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전월 대비 0.06%p 떨어진 0.37%를 기록했지만, 전년동월 대비 0.15%p 상승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조금씩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대기업과 비교해 보면 연체율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을 살펴보면, 0.11%로 전월 대비 0.01%p 떨어졌고,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도 0.03%p 떨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 대비 0.08%p 떨어졌지만,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0.37%)을 훨씬 웃돈다.

중소법인 연체율(0.45%)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0.41%)도 각각 전월 대비 0.10%p, 0.04%p 하락했지만, 이 수치 역시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을 웃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의 연체율은 전년동월 말 대비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 중소법인,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전년동월 대비 각각 0.19%p, 0.15%p, 0.25%p 상승했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둔화와 통화긴축 등으로 인해 연체율 상승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연체와 부실채권 정리 등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경기 전망도 우려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하반기 기업 전망이 어둡다. 참고로, BSI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통계로 100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전산업 8월 업황 BSI는 71로 전월 대비 3포인트 떨어졌고, 제조업(67)은 5포인트, 비제조업(75)은 1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 볼 때 대기업은 2포인트 하락한 데 반해, 중소기업은 8포인트나 떨어졌다.

중기·소상공인 성장 돕는다…지자체·기관·기업 나섰지만

경기침체에 전기·가스료를 비롯한 각종 식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현장에서 중기·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이들을 돕기 위해 관련 업계가 나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전기료 감면을 위해 하나은행과 협약해 고효율기기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에너지절감 시스템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이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국의 교육청·자치단체와 협업해 전통시장과 유·초등학생을 매칭해서 시장 장보기를 비롯해 각종 체험행사도 지원하고 있다”며, “7월 말 기준으로 360곳의 시장과 1455개 학교가 행사에 참여했고, 총 7만5000여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카카오커머스, 배달의 민족, KT 등 온라인 플랫폼과 협약을 체결해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돕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역시 중기·소상공인 제품의 발굴과 판로 지원을 위해 ▲인터파크쇼핑 ▲와디즈 ▲위메프 ▲프레시지 ▲AK몰 ▲SK스토아 ▲11번가 등 온라인 커머스와 손을 잡았다. 입점이 결정된 기업에는 ▲기획전 지원 ▲컨설팅·수수료 지원 ▲전문MD 매칭·할인 쿠폰지원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소상공인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이 저하됐고, 이어 전기료·가스비 등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특히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전국 최초로 상생상품권을 공동 발행한 지자체도 있다. 경남 산청군과 진주시는 ‘산청·진주 상생상품권 발행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최근 체결했다. 두 지자체가 협약한 이유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와 진주남강유등축제, 추석 등에 관광객을 끌어들여 두 지역의 경제활성화와 소상공인의 소득 증대를 모두 도모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두 지역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어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지역축제에 지역상품권이 사용돼 시너지 효과를 거두길 기대하고 있다. 발행 규모는 산청군 2억원, 진주시 18억원이며, 1인당 30만원 한도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발행은 오는 9월에 할 예정이다.

사기업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작년 12월 경동시장에 위치한 오래된 폐극장인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을 개점한 바 있다. 이익공유형 매장인 이곳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에서 300원씩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활동으로 지난 6월 말에 경동시장 내 주차장 출입구 도색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안에는 시장 공용시설의 노후화 간판 재설치, 시장 내 본관·신관·별관의 도색작업 및 공용시설 개선 등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경동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동시장상인연합회, 동반성장위원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역 인프라 개선, 지역 일자리 창출 기여 등 다양한 형태의 상생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상생활동에 긍정적…매출 올릴 수 있는 정부 대책 절실

현장에서는 이런 상생활동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선돼야 할 점은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즉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소비가 줄어 매출이 저하됐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이 크다”며, “코로나19에 이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전기료·가스비 등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고, 매출 저하, 수익률 급감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인력난 역시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도 문제이지만, 현장에서 어느 정도 올려주겠다고 해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업종이 아니다 보니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최근 여러 곳에서 펼치고 있는 상생활동에 대해 “여러 가지 상생활동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가장 좋은 건 매출을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게 더 소상공인에게 와 닿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매출 증대를 올릴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상당 부분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며, “매출이 늘어 수익이 증가하면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감당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부도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에너지 비용을 완화 및 할인해 주거나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방안이 필요하고, 소비 진작정책 마련, 인력지원법을 제정해서 소상공인의 인력난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얼마 전 열린 ‘중소기업 정책자문위원회’에 참여한 서강대학교 임채운 명예교수는 중기·소상공인 금융지원 및 회생방안을 위해 한국형 PPP(생산성보호프로그램, Productivity Protection Program) 도입, 폐업·생존기업 Two-Track 지원 등을 주장했다.

최근 중소기업계에서 미국의 PPP(급여보호프로그램, Paycheck Protection Program)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PPP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임 교수는 고용노동부 지원사업과 중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생산성지원과 긴급자금대출을 결합한 한국형 PPP 제도로 명명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형 PPP의 핵심은 정부가 저리 대출을 해주고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대출금을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요금, 연구개발비 등에 지불한 만큼 대출금 상환을 감면해주는 것이다. 임 교수는 매출감소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추가대출을 통한 경영유지도 어려워져 융자방식보다 탕감 방식의 고용유지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중기·소상공인 금융지원 및 회생방안’을 통해 설명했다.

지원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 상의 중소기업 또는 종업원 300명 이하 중소기업으로 매출액·생산량이 15% 감소했거나 재고량이 50% 증가하는 등 경제위기로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이나 소상공인이다. 대출금액은 중소기업은 월평균 급여총액의 2배, 소상공인은 4배까지 가능하도록 제시했다. 참고로 종업원 1인당 급여는 연간 3000만원까지 인정하도록 했다. 대출한도는 5억원 한도, 대출조건은 100% 보증과 고정금리 1%로 지원하고, 대출만기는 2년(전액탕감)~3년(일부상환)으로 적용했다. 부채 탕감 신청기간 만료 후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야 할 경우에 잔액상환을 1년 연장해 대출만기를 최대 3년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소상공인의 지속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존 소상공인’과 ‘폐업 소상공인’을 구분해

Two-Track으로 이원화해 지원하는 차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휴업이나 폐업한 소상공인이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도록 연결함으로써 인력난과 구직난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상공인이 상호협력해 공동구매, 공동물류, 공동마케팅 등 공동화사업을 추진할 경우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력을 발휘하므로, 협동화를 통한 공동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