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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생긴 빚…정부, 자영업자는 뒷전인가

소득 지원했던 유럽 ‘횡재세’ 도입…“적극적 이익 재분배 조치 필요” 

기사입력2023-09-05 00: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60대의 한○○ 씨는 평생 모은 돈으로 2016년 서울 마포구에 약 100석 규모의 호프집을 열었다. 임대보증금은 2억원, 월세는 700만원이었다. 연말 연초엔 송년회와 신년회를 맞아 가게가 가득 찼고 단체예약도 줄을 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푸근했다.

 

임대료 700만원, 하루 매출 5만원=20201월 시련이 찾아왔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으로 가게가 텅 비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인 또는 5인 이상의 사적모임이 금지되었고 회식이나 모임도 줄줄이 취소됐다. 20209월부터 2020년 말까지 약 4개월간 13건의 집합제한조치가 이뤄졌다. 저녁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되었고, 테이블 간 간격과 손님 간 간격도 1m를 유지해야 했다. 1차 식사를 마치고 2차로 맥주 한잔을 마시던 호프집에 저녁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는 사실상 집합금지와 다름이 없었다. 일행과 1m씩 간격을 두고 앉아 맥주를 마실 손님도 없었다.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은 집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됐다.

 

20195억원에 조금 못 미치던 연 매출이 2020년에만 반토막이 났다. 수도권에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정부와 지자체의 집합금지·제한조치가 집중됐던, 20208월부터 12월까지 매출은 2019년 대비 29.9%, 3분의 1토막 수준이었다. 호프집의 특성상 연말 송년모임이 많은 12월이 대목인데, 201912월 한달 5800만원이던 매출은 2020년엔 고작 2.8% 수준인 160만원에 그쳤다. 연말 송년회 단체손님으로 가득하던 호프집의 매출이 5만원이 된 것이다. 월 임대료만 700만원을 내야하는 상황, 결국 한 씨는 코로나19 기간동안 임대보증금 2억원을 모두 까먹고 폐업하고야 말았다.

 

반쪽짜리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법=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했던 자영업자들은 국회와 정부에 최소한의 손실보상을 요구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상인·자영업자들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득지원정책을 시행하며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붇고 있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휴업지원금 명목으로 하루에만 60만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손실보상 요구가 빗발치던 2021년 초만 하더라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감염병 예방조치를 위한 집합금지 및 제한조치의 근거만 담고 있을 뿐 이에 대한 손실보상 규정은 일부 의료기관 등에만 한정됐다. 이후 집합금지·제한만 있고 손실보상 없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잇따라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을 신청하고, 정부와 국회에 집중적인 항의행동을 벌이면서 업체당 1000만원 내외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됐고 20217월엔 손실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손실보상은 연매출 10억원 이하,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소상공인으로 한정됐고, 손실보상법이 처리되기 전 약 1년 반 동안 있었던 집합금지 및 제한조치에 대한 보상은 재난지원금으로 갈음되었다. 업종의 특성상 규모는 매출은 크지만 코로나19의 타격은 가장 컸던 대형 헬스장, 볼링장, 노래연습장, 여행업 등은 상당수의 업체들이 소상공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작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헌재, 수사 받더라도 행정소송 제기=그러나 최근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희망을 다시 한번 꺾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헌법재판소가 코로나19 시기 손실보상 없이 이뤄진 정부의 집합금지·제한조치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잇따라 내놓은 것이다.

 

한 씨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보충성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당시 있었던 서울시의 집합제한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하는데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중소상인·자영업자 단체들은 당시에 작은 방역지침 위반만으로도 수사기관과 시민들이 각 업체를 고발·인증하면서 사회적 비난을 모두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집합제한 조치에 대해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게 가능한 상황이었냐며 크게 반발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전국골목상권활성화협의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이 지난 5월24일 개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중기이코노미

 

실제로 당시 모든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 행정소송을 통해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한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도 재산권 침해를 인정받지는 못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미리 집합제한 또는 금지조치로 인한 영업상 손실을 보상하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앙한 지원을 하였고, 이후 손실보상법이 개정되었을 뿐 아니라 집합제한 조치가 자영업자들의 영업시설·장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수익 및 처분권한을 제한받는 것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현실은 무시한 채 철저히 형식적인 지원대책과 법논리에만 기댄 결정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라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어디서 온 사람들일까?

 

코로나19로 생긴 빚, 공공이 책임을=코로나19 이후 전체 자영업자 약 556만명 중에서 절반이 넘는 307만명이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9092000억원이었던 자영업자 부채는 1년 만에 1000조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 중 11%인 약 338000명이 3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소득이 하위 30% 이하이면서, 저신용 상태인 이른바 취약차주. 올해 1분기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65%에서 1%0.35%p나 급증했다. 신용도가 생명인 자영업자들에게 연체와 신용등급 강등은 곧 폐업과 다름없다. 그동안 투자한 시설비와 권리금 등을 감안하면 폐업 후 재기도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집합금지·제한조치를 받은 업체들에게 소급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50조 추경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편성·집행한 169000억원이 포함돼 있었고, 마치 약속한 추경액 50조원이 모두 중소상인·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갈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제 20222차 추경 39조원 중 손실보상에 투입된 금액은 23조원 수준에 그쳤다. 일괄 1000만원이라고 기대했던 손실보상액도 최대 1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829일 금융위원회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잔액이 지난 3월말 853000억원에서 91000억원이 감소한 762000억원 수준이라며, 자영업 부채와 관련한 부실 우려가 없다고 일축하고 나섰다. 나아가 91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와 관련한 9월 위기설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자제해달라며, 언론에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빚을 갚기 위해 벌어들이는 족족 대출상환에 쓰거나 원금상환은 꿈도 못 꾼 채 이자를 내는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원자재와 공공요금, 인건비 인상으로 적자가 커지고 가계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진 빚을 자영업자들이 10년간 나눠 갚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적극적인 이익의 재분배 조치다. 코로나19 시기 적극적인 소득지원 정책을 펼쳤던 유럽국가들조차도 앞다투어 횡재세걷기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과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 제약, 식품 등의 회사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도 횡재세, 사회연대세, 로봇세 등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물론 이 와중에도 부자감세를 통해 상반기에만 40조원의 세수결손을 기록한 윤석열 정부가 대표적인 부자증세 정책인 횡재세나 사회연대세를 도입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만기연장 외에는 자영업자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헌법재판소도 버린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전 정부 탓을 넘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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