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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문제없다는 정부 인식 진심이면 큰일

한은 금통위도 가계부채 심각성 논의했는데…금융당국만 태평 

기사입력2023-11-12 20:00
“현 정부 들어서(2022년 2분기~2023년 2분기) 가계부채 총량이 감소됐고,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도 0% 수준으로, 과거 어느 시기와 비교해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가 10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와 함께 ‘최근 가계부채 관련 주요 이슈 QA’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배포했는데, 이 자료의 첫줄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일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라면 잘못된 일이고, 만약 진심으로 가계부채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믿는다면 더욱 큰일이다. 

금융위는 이 자료에서, 가계부채가 과거 10년 연평균 6.6% 상승한데 반해 현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2분기 사이는 평균 0%에 머물렀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가계대출이 증가한 4월~10월 증가폭도 월평균 +3.7조원”이라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랐던 2020~2021년(+9.7조원)의 38%, 과거 9년간 평균 증가폭(+7.4조원)의 절반 수준”이라고 역설했다. 4월부터 10월 사이 가계부채가 월평균 3.7조원이나 늘어나긴 했지만, 이 추이가 그렇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과거 사례와 비교한 것이다. 

정부의 주장에는 중요한 사실관계가 빠져있다. 과거 가계부채가 급증할 때는 초저금리였지만, 지금은 고금리 긴축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역대 추이
정부가 올해 가계부채 확대 추이를 최근 10년간과 비교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기준금리가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가계부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란 설명은 빼놓았다. <자료=한국은행 웹사이트 캡쳐>

정부가 지난 10년간을 비교했으니 이 기간 기준금리를 보면, 2012년 10월 2.75%로 2%대에 진입한 뒤 2015년 3월에는 1.75%로 1%대까지 낮아졌다. 코로나 위기가 발생한 2020년 5월에는 사상 최하인 0.5%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해 연쇄부도와 같은 충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했다.

반대로 올해 들어서는 기준금리가 3.5%로 2008년 11월 이후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중이다. 고금리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난 것이다. 물가상승세를 보면 당분간 고금리의 긴축정책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가계부채가 오히려 확대되면서 금리를 더 올리자니 부채 상환부담이 너무 무거울까 걱정이고, 내리자니 물가가 문제인 진퇴양난에 빠졌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여건에 대해 “물가는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완화되지 않고 있으며, 부동산PF 등 취약 부분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느 금통위원은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월 이자상환 부담은 대출잔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출잔액 증가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이자상환 부담이 두 배 가량 증가했으며, 대출을 보유한 차주만을 대상으로 한 차주 기준 DSR도 4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계와 기업대출의 꾸준한 증가규모를 두고 통화신용정책이 의도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물론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는 연체율과 잠재해 있는 금융시장 불안정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당장 금리를 인상하는 대신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통화당국이 가계부채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각도로 확인된 일이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자랑하며 모두 잘 되고 있다는 신호를 내니 심각한 엇박자가 발생했다. 시장이 이같은 엇박자를 어떻게 해석할지 우려가 크다. 특히 금융당국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낸 데 대해서는 금융위원장이 책임있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혹여, 정부가 가계부채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면, 이자상환 부담부터 실질소득 감소까지 가계부채 확대로 인한 어려움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을 터라 걱정이 크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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