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방침에 불안한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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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방침에 불안한 상인 ‘휴무일’ 옮기기 시작한 대형마트…상생 외치지만 골목상권은 의구심

기사입력2024-02-02 12:00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공휴일 의무휴업 원칙을 폐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일부 자치구가 평일 전환을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자치구는 작년에 의무휴업일을 바꾼 대구시의 사례를 대표 예시로 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애초의 취지와 동떨어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며, 중·소 유통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중·소마트 관계자들은 대형마트의 휴일을 평일로 옮기려는 ‘미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근거자료가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가 주장하고 있는 상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소상인들은 생계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중·소 마트 손잡고 함께 나가자”…의견일치 봤다는데

“실효성 없는 낡은 규제는 덜어내고, 주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편의를 되돌려줄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자치구인 서초구 관계자의 말이다. 서초구는 지난달 28일부터 대형마트 휴무일을 매주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서 둘째, 넷째 주 수요일로 변경 시행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앞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 전환한 대구시와 청주시의 사례를 봤을 때,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온라인 업체의 매출만 늘어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며, “대구시가 분석해 내놓은 자료만 보더라도 대형마트의 휴무일이 중소마트의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시에서 대형마트와 중소마트가 한데 모여 다양하게 협의를 진행했고, 서로 윈윈하기 위한 논의를 한 끝에 상생하자는 의견일치를 봐서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서초구는 작년 12월19일,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체 관계자와 함께 ‘대·중·소 유통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협력하고, 대형유통은 중소유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공동 마케팅과 상품공급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형마트의 상품을 중소유통 쪽에 공급하는 부분을 논의했다. 그렇게 되면 중소마트의 매출 증가와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로 간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적인 부분은 수시로 나누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중소마트 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그간 마트 휴무일을 체크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 모르고 마트에 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낭패를 겪지 않아도 된다”며, “서초구민은 마트 휴무일이 평일로 전환된 것에 대해 장보기 편해졌다고 좋아한다. 대형마트에 가서 상품을 확인해 보고자 하는 고객에게도 좋은 일이고, 중소마트 역시 대형마트와 상생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주말 휴일권을 빼앗긴 대형마트 노동자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노동권 관련해서는 대형마트 측에서 노동자와 협의 해 이끌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달 29일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동대문구 역시 상생에 대한 협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서초구와 달리 전통시장이 모여있는 곳인 만큼 관심이 쏠렸다.

동대문구 언론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문제는 지난 12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모여 날짜를 언제로 할지 협의했다”고 밝혔다.

동대문구도 둘째, 넷째 주 수요일로 대형마트 휴무일을 정했다. 단, 명절이 있는 주에는 서로 간에 협의를 통해 바꿀 수 있도록 조율해 이번 설에는 10일인 일요일을 휴무일로 정했다.

동대문구가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한 계기 역시 이전에 여러 기관에서 발표했던 통계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가 전통시장의 손님을 늘리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는데, 여러 통계를 보니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고객층이 다른 것으로 나왔다”며, “전통시장은 대체로 중장년층이 가고, 대형마트는 맞벌이 부부나 젊은 층이 가는 것으로 나온다. 일부 고객층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전통시장에 가기도 했다”며 기존의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이 실효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면서 대형마트와 중소마트, 전통시장 간에 상생 구조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은 그려져 있지 않다.

이 관계자는 “협약서에 상생을 도모하게 돼 있다”며,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우리가 일일이 개입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자치구에서 주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자영업자엔 ‘생계’가 달린 문제…“통계도 정확하지 않아”

대형마트의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자치구는 하나같이 이전에 나온 자료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근거를 댔다.

먼저,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가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서울시의 경우’에 따르면, 32개 제품 중 24개 제품은 대형마트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중소슈퍼마켓과 가격경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2개 제품 중 26개 제품은 대형마트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내려도 중소슈퍼마켓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즉, 서로 독립된 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지난 1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료를 내놓은 주체와 기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중소상인업계는 경고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성원 사무총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자영업자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골목상점도 그렇고,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일요일에 20~30%의 매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나 기업 측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효과가 없다는 자료를 내놓는다. 그렇다면 자영업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아무도 타당한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대구시 등 일부 자치구에서도 자료를 내놓는데, 원본 자료를 받아보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단순히 이런 배경을 무시하고 수치로만 비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평일 전환 후 6개월간 그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9.8%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사기간이 2023년 2월부터 7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떨어졌던 전년도와 단순히 비교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 사무총장은 “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매출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자영업자도 일요일에 가족과 쉬면 좋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을 주장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선택도 아니고, 생계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가 주장하고 있는 상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나들가게를 하는 한 점주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형마트의 상품을 중소유통 쪽에 공급하는 부분을 논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제조업체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조업체에서 거래하는 대형마트 영업망과 중소마트 영업망이 각기 다르고, 납품하는 물건 자체도 다르다. 상생의 목적으로 대형마트의 물건을 중소마트에 공급하겠다고 단순히 말할 문제는 아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국에 중소물류센터가 34곳이 있는데, 모두 본사 영업점이나 대리점을 통해서 물건을 받게 돼 있다”며, “어떤 품목을 어떻게 협약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행해지기까지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MOU 형태로 대외적으로 보기 좋게 발표하는 형식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조업체 유통망이 많이 흔들릴 것”이라며, “대기업에서 받는 물건들은 반품이 안 되는데 중소형 마트 입장에서는 이 또한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