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갈팡질팡 중단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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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갈팡질팡 중단됐지만 소상공인·마트노동자 “윤석열 정부, 재벌대기업 민원해결사 역할만”

기사입력2022-08-27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노동·시민사회 단체와 진보정당이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해 공동행동 발족을 선언했다. <사진=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놓고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소상공인과 마트 노동자들의 반대로 논의를 중단했지만, 재벌과 대기업의 민원 해결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남았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 “현행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소상공인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사실상 의무휴업 폐지 논의가 중단됐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지난 7월 국민제안 투표로 촉발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은 한달여만에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민제안 선정이 무산된 후에도 규제개혁 심사에 의무휴업안을 심사한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향후를 전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제안 투표에서 규개위 심사까지=대통령실은 지난 7월 행정·법률·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공직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국민제안심사위원회를 통해, 국민제안 TOP 10을 최종선정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투표를 거쳐 이중 TOP3를 선정하고, 이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9900원으로 무제한 대중교통을 탑승할 수 있는 K-교통패스 도입,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과 같은 생활민원에서부터,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같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경제·사회 문제를 놓고 동시에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사안마다 무게감이 크게 달라, 단순히 ‘좋아요’ 클릭 한번의 투표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개별 사안에 대한 설명이 짤막한 한줄이어서 어떤 내용인지 평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의 경우, “대형마트 격주 의무휴업 규정을 폐지하고 기업 자율에 맡김”이라는 설명 한줄이 있을 뿐이다.

10일간 이뤄진 투표 결과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제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9900원에 무제한 대중교통 탑승하는 K-교통패스,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TOP3 제안 선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투표 과정에서 어뷰징이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제안을 최종 선정하지는 않았지만, 유독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서만은 정책반영을 시작하기로 했다.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1차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규제심판부는 규제개선을 건의한 전경련·한국체인스토어협회, 이해관계인인 전국상인연합회·소상공인연합회·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의 의견을 들었다. 회의에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 육성 ▲의무휴업 규제 효과성 ▲온라인 배송 허용 필요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휴업 규제의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소상공인·마트 노동자들 격렬한 반대=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에 소상공인과 마트 노동자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지난 24일에는 소상공인·노동·시민사회 단체들과 진보정당이 함께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대형마트 일요일 휴업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2000년대 초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대형마트는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며, 전통시장 골목상권까지 위협했다. 365일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으로 노동자들은 죽어라 일해야 했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는 폐기할 것이 아니라 중소상인과 대기업의 상생을 도모하고, 노동자 건강권을 고려한 모범적 정책으로 그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역시 대형마트 영업일 제한이 정당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강조하며, “그런데 대기업의 민원 해결사를 자청한 윤석열 정부가 당사자와의 대화와 의견수렴도 없이 중소상공인과 노동자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한발 물러났지만, 마트 노동자들은 여전히 문제점이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의무휴업을 유지한다는 대통령의 입에서 ‘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과 관련한 얘기는 일절 들을 수 없었다”며, “노동자의 휴식권을 두고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려 했던 것에 대한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이제부터 마트 노동자들은 전국에서 일요일 의무휴업이 시행되도록 하는 투쟁과 전체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의무휴업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모두의 일요일을 만들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