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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선택으로 나만의 패션을 완성하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2024 트렌드 페어(Trend Fair)
- 기사입력2024-08-29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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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지 김준희 대표가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은 현지의 디자이너들이 그의 디자인을 언제나 동양적으로 바라봤다는 겁니다. 한국의 요소를 녹여내지 않았는데도요. 20년 동안 한국에서 자라난 배경이 자연스레 녹아든 거겠죠. 우리는 100%의 프랑스 감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100% 한국의 감성도 아닌 시각으로 브랜드를 봐주길 희망합니다.”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코엑스에서 열린 트렌드 페어(Trend Fair)에 참가한 몽키지(Mont Kiji)의 관계자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몽키지 관계자가 100%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실크 스카프를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시대를 막론하고 ‘패션’은 항상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사람들이 이전에 갖고 있던 생각의 ‘경계’를 없애는 데 많은 일조를 해왔다. 패션 자체가 삶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말이다. 패션을 단순히 유행의 일환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이번 트렌드 페어에는 이처럼 진보적인 패션의 틀을 그대로 이어온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전보다 더 편견 없고, 직관적인 브랜드가 사람들의 선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 성별, 국가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중기이코노미가 만나봤다.디자이너의 ‘꿈’이 ‘장인정신’과 만나 럭셔리를 품다디자이너의 사상과 신념이 녹아든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당대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몽키지 역시 그렇다. 몽키지는 유럽의 감성을 한국 디자이너가 해석한 브랜드다. 한마디로 국가 간의 경계를 없앴다고 할 수 있다.루이뷔통, 마크 제이콥스, 샤넬, 소니아 리키엘, 에마뉘엘 웅가로 등 프랑스와 뉴욕의 럭셔리 브랜드에서 활동하던 김준희 대표가 6년 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처음 도전한 아이템이 스카프다. 그리고, 지금은 스카프를 필두로 헤어밴드와 머리띠 등 다양한 소품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몽키지 관계자는 “프랑스 실크를 사용해 제작하고 있고, 리옹의 장인들이 프린팅하며, 3대째 가내 수공업 방식을 활용한 기법으로 마감처리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퀄리티 컨트롤을 하는 럭셔리 브랜드는 에르메스뿐”이라고 자신했다.
몽키지 관계자가 메이드 인 파리 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높은 퀄리티와 색다른 디자인으로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이 관계자에 따르면, 몽키지는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메이드 인 파리’ 인증을 획득했다. 전 과정을 프랑스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파리시에서 인증한 것이다. 이와 함께 파리시 디자이너 길드(guild)가 있어 정부의 보조를 받아 숍을 운영할 수 있는데, 김준희 대표가 이곳의 대표로 임명돼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숍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현재 몽키지는 파리에서 제조, 판매하고 있어 국내에는 팝업 판매 외에 글로벌 시핑(Shipping)만으로 운영하지만, 추후 한국의 반응에 따라 B2C를 전개할 예정이다.이 관계자는 “현재 프랑스 빈티지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는데, 훗날에는 한국의 좋은 그림들이 많은 아카이브에서도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프랑스에서도 판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파리에 가면 우리가 늘 보는 에르메스, 샤넬 이런 브랜드 말고 정말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을 찾고 싶을 때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면 좋겠다”고 바랐다.그러며 “우리는 럭셔리를 꿈꾼다기보다는 정말 정성 들여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브랜드”라며, “프랑스에서 만들긴 하지만, 한국인의 터치가 녹여져 있다. 장기적으로는 서구의 럭셔리 시장에서 우리나라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희망했다.“숨겨진 디테일을 보고 고객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온라인 판매가 주류가 된 요즘에는 소위 ‘사진발’에 속아 괜히 돈만 날렸다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실물’이 더 좋았다는 리뷰가 그만큼 소중한 거고, 이런 후기에 사람들은 믿고 너도나도 지갑을 연다.
도픈 윤상하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모든 고객이 꽃길만 걷길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핫핑크의 커다란 꽃으로 부스의 한 벽을 장식한 도픈(DOupWN)은 한눈에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눈을 사로잡았다. 꽃을 메인 테마로 디자인한 이 브랜드는 ‘꽃=중년’이라는 편견을 깨부수고,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를 지향한다.도픈 윤상하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만남에서 “내 이름이 상하다. 이를 영어로 재밌게 풀이하자면 업앤다운이라서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쿨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볼 때 자기도 모르게 위아래로 경이롭게 쳐다보곤 한다. 그런 느낌을 섞어 2019년에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말했다.이태리에서 패션 공부를 하며 10년간 해외에서 머물렀던 윤 대표는 ‘내가 그동안 마주쳤던 다양한 사람들을 패션으로 풀고 싶다’는 마음에 이태리의 향취를 제품에 녹였다고 한다. 여기에 대학원에서 다양성을 주제로 논문도 쓸 만큼 ‘다양성’에도 관심이 많아 이를 브랜드에도 녹여냈다.도픈의 주력 아이템은 플라워 패턴과 트위드 제품이다. 그래서 슬로건도 ‘꽃길만 걷자’이다. 그는 “우리 옷을 입고 고객들이 항상 꽃길만 걷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체형에 맞춰 옷을 입었을 때, 그 사람에게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주고 싶었다. 이에 톡톡 튀는 컬러의 플라워 패턴을 떠올렸고, 이를 자수 디테일로 풀어냈다”고 소개했다.실제로 옷을 만졌을 때, 손으로 느껴지는 입체감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윤상하 대표는 30년간 의류를 제작해 온 패턴사, 재봉사와 함께 자체 의류공장에서 제작하고 있어 한 땀 한 땀 디테일이 있는 옷이라고 자신했다. 이 때문에 고객이 직접 옷을 받아보고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며 뿌듯해했다.윤상하 대표는 “젊은 층도 꽃 패턴을 패셔너블하게 입을 수 있도록 캐주얼하게 풀고 싶어 오버사이즈 자켓에 녹여냈는데, 엄마와 딸이 커플로 구매하기도 하고, 연예인도 많이 착용하는 등 반응이 좋다”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30~40대까지 두루 찾는다”고 소개했다.
모리노리의 류민서 대표와 직원이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소심한 관종’을 모티브로 한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자기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을 옷 이곳저곳에 심어 놓음으로써 아무도 모르는 자기만의 행복을 누리길 희망하는 디자이너의 바람이 표현된 것이다.모리노리(MORINORI) 김지원, 류민서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2024년 F/W 테마가 위로와 치유다. 그래서 메인 컬러도 블랙으로 잡았다. 컬러 테라피적인 면에서 블랙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도록 집중하게끔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통해 위로를 전달하고자 디자인 콘셉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이런 점은 옷의 디테일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점퍼를 예로 들자면, 겉감은 뽀글이와 새틴(Satin) 소재이면서 안감은 벨로아(Velour)와 실크 소재를 사용해 느껴지는 촉감을 다르게 하고, 한복에 쓰일법한 전통적인 소재를 심어 놓음으로써 다양한 재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색동의 작은 천 조각을 삼각형으로 접은 우리나라 전통기법인 잣물림을 포켓의 경계선에 살며시 얹어 놓는 등 디테일에 신경쓴 모습이었다.2024년부터 꾸준히 콜렉션을 전개하기 시작한 모리노리는 이런 디자인 기법으로 MZ의 눈을 한번에 사로잡았다.김지원, 류민서 대표는 “상반기에 진행했던 와디즈 펀딩에서 일주일 동안 124% 목표를 달성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어디서나 쉽게 보지 못하는 디자인인데, 가격은 착해서 젊은이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했다.얼마든지 청춘…누구나 패션으로 ‘청춘’을 누릴 수 있다
톤슬 이한욱 대표는 자신이 청춘이라고 자신할 때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브랜드를 정의했다. ©중기이코노미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계층은 청춘이다. 이런 청춘과 젊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브랜드가 있다.톤슬(TONSIL) 이한욱 대표는 “브랜드명이 편도의 영문명인 톤슬인 이유가 편도는 아프면 몸에서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젊을 때 입고, 편도를 제거하듯 자신의 젊음이 지나갔다고 느껴지면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옷이라는 뜻에서 지었다”며, “즉, 한때만 입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청춘이 반드시 10~20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아닌 자기의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청춘인지, 아닌지 가를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톤슬은 이번 F/W까지 4개의 챕터를 출시했다. 이번에는 좀 더 자연스러운 젊음의 모습을 나타내고 싶어 빈티지(Vintage)와 그런지(Grunge)한 느낌으로 표현했다고 한다.그는 “핏과 디테일은 많이 들어가지 않지만, 소재와 컬러에서 표현 방법을 색다르게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콘셉트가 명확하고, 디자인이 강렬하다 보니 호불호는 갈리지만, 마니아층이 많이 생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러피안의 고풍스러움을 한국적으로 풀어낸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미앤벨의 제품들. ©중기이코노미액세서리에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유러피안 스타일을 한국적으로 해석해 풀어내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 제이미앤벨(JAMIE & BELL)은 소비자의 변화하는 감성을 분석해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김지훈 매니저는 “원래 유색 보석을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실버 제품 등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이런 변화는 코로나19가 기점이 됐다. 그는 “팬데믹 시절에 오프라인 매장과 행사가 줄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눈도 과감한 디자인에서 실용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유러피안 스타일이 메인 콘셉트인만큼 제이미앤벨의 주얼리는 여전히 디자인과 색감에서 과감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김 매니저는 “귀걸이가 9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등 기성 브랜드보다 가격대는 있는 편이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을 보고 일부러 찾아주는 마니아가 많다”고 귀띔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