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미 금리인하…한국 가계부채 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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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시작된 미 금리인하…한국 가계부채 관리 비상 한은 금통위도 주목한 가계부채 대책, 긴장감 높여야

기사입력2024-09-21 00:00

마침내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오랜 기간 고물가와 고금리의 압박에 시달린 한국 경제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소득의 감소와 소비부진의 여파로 체감 민생경제가 악화일로였던 만큼, 통화긴축의 완화가 소비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이 그 근거다.

하지만 한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대폭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령 인하를 시작한다 해도 소폭에 그치고 속도 역시 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금리로 인한 부담 완화나 소비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과정에도 가계부채에 관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한 금통위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함께 수반될 때 금리 인하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금통위원 역시 “금융권 가계대출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폭 확대와 거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이러한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최근 발표된 만큼 당분간은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 대책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금통위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거시건전성 대책” 중에 대표적인 것이 가계부채 대책이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통화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와 여건이 성숙해 가고 있다면서도,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불균형을 제어할 효과적인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병행은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정부 역시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주목하는 모습이다. 미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한 19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정부는 8.8 부동산 공급 대책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2단계 스트레스 DSR 및 은행권 자율 심사기준 강화 등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효과를 세밀히 점검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고, 필요 시 상황별 거시건전성 관리수단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문제는 가계부채 대책이 지금껏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 DSR 1단계가 올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었음에도 가계부채는 상반기 중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연기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인하되면 주택가격 불안과 가계부채 상승을 억제하기 힘들 수 있다. 보다 강도 높은 대책으로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앞선 8월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주택가격은 금융안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가격 안정화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응이 올 한해 남은 기간 동안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물론 민생 체감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요한 시점이란 점에 유념해야겠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