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사용단계 안전관리 대책은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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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전기차 화재, 사용단계 안전관리 대책은 미흡” 제작-운행-폐차-재제조 배터리 사용 등 단계별 협업 강화해야

기사입력2024-11-19 16:5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화재’ 문제가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등 제작기준은 강화됐다. 그러나 사용단계에서의 정기적 검사 및 정비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상 한국교통안전공단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 센터장은 더불어민주당 한준호·염태영 의원이 지난 18일 개최한 ‘전기자동차 안전관리 기술혁신’ 토론회에서, ‘전기차의 운행안전관리를 위한 기술과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위해 전기차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 여전하다=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종전 목표보다 14% 상향한 목표로 짧은 기간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수송부문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 감축을 위해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에따라 세계 각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제공하며 전기차 및 친환경차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올해 4월 기준 60만6610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다. 이중 76.5%가 승용이며, 21.9%는 화물, 1.4%는 승합용, 0.2%가 특수 전기차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화재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8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18~2019년 사이 총 10건이 발생했지만, 2020년 이후 급속히 늘었다. 2020년 11건을 비롯해 매년 발생건수가 늘어 2023년에는 72건이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하는 장소도 다양한데,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70건의 전기차 화재 중 도로에서 발생한 사건이 96건(56.4%), 공지 15건(8.8%), 주차장 59건(34.7%) 등이었다.

전기차 화재는 열적 요인, 기계적 요인, 전기적 요인, 설계적 요인, 공정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이 센터장은 전기자동차의 제작, 운행, 관리 등 생애 전주기에서 걸쳐 안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작차량 안전성 확보 부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원인을 분석하고 대응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냉각시스템, 소재를 개발하고 화재지연 소재 및 지연 구조설계 기술개발, 화재감지 및 알림기술 개발, 전기차 안전성 평가기준 확립 등의 기술개발이 추진 중이다.

운행자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전기차 화재, 폭발, 누전 등의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배터리 진단 평가 기술개발, 전기차 전용 정기검사 제도화 등의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전기차 관리 부분에서는 전기차의 안전관리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정비, 수리 관리사업자에 대한 법제도와 기술개발과 기존 정비이력의 전환, 확장 및 신규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배터리 제작 단계에 머문 안전성=정부는 지난 9월6일 범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화재 대응책을 발표하고, 10월15일에는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배터리 안정성 인증제’ 시범 도입을 발표했지만, 이러한 대책들이 주로 배터리 제작 단계에서의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사용 단계에서의 정기적 검사 및 정비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달 5월 서울 성산검사소에 ‘친환경자동차 특화 검사진로’를 구축했다. 기존 검사진로를 리모델링해 ▲배터리의 성능(셀간 전압 및 온도, SOC, 급속 충전 횟수, SOH 등) 검사 ▲전기 안전성(고전압 부품 절연 및 셀간 전압차, 배터리 온도 등) 검사 ▲주행 안전에 필요한 레이다 센서 및 주행 경고음 성능 검사시설을 구축했다.

또, 자동차 하체 스캔 장비를 통해 자동차 소유주가 직접 자동차 하부의 배터리 등 장치의 안전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배터리의 직접적인 발열 상태(배터리 및 구동계, 발열 주요 부위 등)를 확인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도 설치하는 등 첨단 검사 인프라를 마련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향후 전기차 및 첨단차 검사수요에 맞춰 점직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이 센터장은 전기차 운행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제작-운행(검사, 정비 등)-폐차-재제조 배터리 사용 등 단계별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등록 자동차 2600만대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검사 및 진단 기술 고도화, 데이터 활용체계를 개선하는 등 데이터 활용을 위한 기술개발과 연계체계를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이와함께 소비자의 수리권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올해 6월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배터리법은 제조사가 전자제품을 제조할 때 소비자가 배터리 교체를 용이하게 하도록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방수, 방진 기능과 에너지 효율을 갖추도록 해 전자제품의 수명을 늘리도록 한 것이 골자다. 배터리법 제정에 따라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인데. 기존 자동차정비법을 정비하고 소비자의 수리권 도입 및 법제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센터장은 단계별 전기차 배터리 정비인력을 양성하고, 전기차 운행 안전관리를 위한 기술 및 정책 발전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