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신품종·신기술’로 이상기후를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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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과일 ‘신품종·신기술’로 이상기후를 극복한다 국산 과일의 가치를 높이다…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기사입력2024-11-28 14: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과일대전에 진열돼 있는 여러 과일과 품종 ©중기이코노미

‘금사과’, ‘배추 대란’ 등 이런 신조어는 모두 이상기후에 따라 생긴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폭염은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을 몇 배로 치솟게 만들었고, 배추 생육을 더디게 해 수확 시기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야말로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시대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와 기후변화는 우리 농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품종과 신기술이 절실한 이유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서울시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이 선보였다.

기후 위기, 노동력 감소…‘기술’로 해결

제철 과일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시대다. 폭염, 폭우로 인해 제때 과일을 먹기 힘들어졌고, 그마저도 값이 급등해 서민의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기술혁신을 통해 원예특용작물의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골든볼(사진 왼쪽)과 그린시스 ©중기이코노미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한재구 농업연구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병 저항성이 높고, 생리 장애가 적은 품종들,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 변화에 따라 맞춤형 품종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의 부스에는 가을 하면 떠오르는 빨갛고 푸른 사과 대신 금빛의 노란 사과, 검붉은 사과가 진열돼 있었고, 일반적인 배와 달리 하얀 과육과 초록색의 배들이 놓여 있었다. 이 모든 품종은 기후 위기에 맞서기 위한 신품종들이다.

한재구 농업연구사는 “노란 사과인 골든볼은 노란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빨갛게 만들기 위한 착색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참고로 사과를 빨갛게 만들기 위해서는 주야간 농도차 등 농가에서 신경써야 할 게 많은데,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착색이 잘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8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노란 사과는 이런 착색 관리를 할 필요가 없고, 당도 14.8브릭스와 산도 0.51%로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다양한 신품종 과일 ©중기이코노미

녹색배인 그린시스는 동양배와 서양배의 만남을 통해 각 품종의 장점만을 수용하도록 개발했다.

한재구 농업연구사는 “노란색의 동양배와 호리병 모양의 서양배를 교잡해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배에 검은별무늬병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 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현재 농가에 널리 보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9월 중하순부터 숙성하기 시작하는 그린시스는 당도 12.3브릭스로 은은한 달콤함과 청량한 맛이 특징이며, 열량도 낮아 건강에도 더 좋다고 한다.

이상기후와 더불어 농민의 대표적인 골칫거리 중 또 다른 하나는 과일을 쪼아먹는 새다. 학습효과가 빨라 허수아비 위에서 뛰어노는 것은 다반사고, 폭죽이나 대포 등을 쏘는 기계의 패턴을 금방 찾아내 그때만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에 드림팜텍㈜은 새로부터 과수를 보호할 수 있는 유해조류퇴치기를 선보였다.

드림팜텍㈜의 유해조류퇴치기 ©중기이코노미

이 회사의 심보권 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에 “새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고 영민해질 수밖에 없어 기존의 퇴치기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이에 새들이 학습효과를 갖지 못하도록 제품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핵심기술은 레이저와 250가지의 효과음이다. 먼저, 인간보다 30배 정도 동체 시력이 우수한 새들의 특징에 맞춰 그린 레이저를 제품에 활용했다. 사람이 맞으면 살짝 눈을 깜빡일 정도의 빛이지만, 조류는 비행 중에 이 빛을 눈에 맞으면 방향감각을 잃을 정도로 강도가 세다. 이에 새에게 그린 레이저는 트라우마로 작용해 빛만 번쩍거려도 도망간다고 한다. 특히 과수원의 중심부 높이에서 1m 이상 올린 상태로 360도 돌아가기 때문에 전체 과수원의 레이저 그물망 효과를 발휘한다.

효과음 역시 학습효과를 갖지 못하도록 250가지의 소리를 랜덤하게 돌린다. 기존의 퇴치기들은 독수리나 매 등 천적 소리 5~6가지가 반복적으로 나와서 새들이 금방 학습효과를 갖지만, 이 제품은 천척 소리를 비롯해 자동차 경적, 대포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냄으로써 새가 소리에 적응하지 못하도록 했다.

5년 전부터 개발에 들어가 작년 5월에 출시한 이 제품은 대구경북능금농협에 특판으로 공급해 200여곳의 농가에서 475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태양전지를 활용한 배터리로 운용되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충전을 계속해도 방전될 확률이 낮다고 한다.

심보권 본부장은 “연구소에서는 배터리 수명이 10년 정도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겨울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감안했을 때 5년 이상은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현재 2년째 가동하고 있는데 A/S 등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제품 한 대당 1000평을 커버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165만원이라는 소비자가격 때문에 1만평을 운영하는 농가에서도 1대 정도만 특판으로 구입했다가 실제로 효과를 보고 난 후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실제로 써본 농민들이 좋다고 입소문이 자연스레 나서 추가 구매가 이어진 케이스가 대부분”이라고 뿌듯해했다.

㈜에이오팜의 기계가 사과를 등급별로 선별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농가의 또 다른 고충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노동력이다. 이에 인공지능 기반의 에그테크 기업인 ㈜에이오팜은 인력 감소가 심한 농업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딥러닝 방식의 AI 기술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김백호 과장은 “작물을 시중에 내놓기 전에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등급별로 출하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하루 종일 과일을 선별하다 보니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우리는 사과나 참외처럼 굴릴 수 있는 작물을 360도로 회전시키며 선별하고 있다. 특히 4대의 카메라가 최소 24장의 사진을 찍어 작물마다 원하는 결함을 찾아내 등급별로 자동 분류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이를 통해 병해, 충해, 생리결함, 찢어짐 등 외부 결함, 상하거나 이물질 등 비정형 결함, 기형과 크기, 중량, 부피, 밀도 등을 검사할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대로 등급 추가, 수정, 삭제 등 다양한 기능도 제공한다. 시스템 1개 라인당 14만4000개 이상의 농산물을 선별할 수 있는데, 이는 평균 6명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고, 연평균 33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현재 감, 멜론, 버섯, 복숭아, 배, 사과, 참외, 토마토, 딸기 등 9가지 작물을 취급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해 작년 7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이 제품은 현재 전국의 농협 APC(산지유통센터) 20군데에 납품하고 있다.

트렌드 따라 ‘젊게, 다양하게’ 변신한다

한국떫은감협회에서 선보인 다양한 떪은감 제품들 ©중기이코노미

감의 종류는 크게 외래종인 단감과 토종감인 떫은감으로 나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단감은 알아도 떪은감이라는 품목 자체는 생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떫은감을 경작하는 농민의 소득과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3년 전 만들어진 (사)한국떫은감협회는 우리 떫은감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들고나왔다.

한국떫은감협회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떫은감은 10월부터 11월이 제철이다. 수확시기에 따라 조생종은 9월 중순부터도 수확에 들어간다”며, “감으로 만들 수 있는 건조감, 가공품 등은 대부분 떫은감을 사용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협회 부스에는 감식초, 감말랭이, 아이스홍시, 양갱 등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었는데, 특히, 젊은 층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12월부터 1월에 주로 선보이는 곶감이 대표적이다. 딱딱하고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는 곶감을 촉촉하게 만든 반건시로 내놨는데, 20~30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은 추사라는 와인 브랜드를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엄성은 전무는 “예산은 전국적으로 사과 재배 면적이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조량이 풍부하고, 땅의 미네랄 함량이 높아 과일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다”며, “이 사과를 원료로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맛과 품질이 우수해 2012년도, 2015년도 대한민국 우리술 주류품평회 와인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증류주 부분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2010년부터 양조장을 운영하는 예산사과와인은 와인 3종류, 증류주 3~4종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고, 유기농 블루베리 농가에서 과일을 매입해 레드와인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엄 전무는 “와인은 12도, 증류주는 25도인데 사과와인의 달콤한 맛이 젊은 층과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 혹은 가족 모임에 적합해 인기가 좋다”며, “최근 술 문화를 이끄는 젊은 층을 겨냥해 증류주와 하이볼 쪽에도 신경 써 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