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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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지방의회 의원 60%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엄정한 처벌 필요

기사입력2024-11-28 10:1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방의회 등에서는 이에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고 제도 운영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 정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7일 발표한 20개 지방의회 대상 이해충돌방지제도 운영실태 점검 결과를 보면, 20개의 지방의회에서 지난 2년간 지방의원이나 가족 등이 소유하거나 대표자인 업체와 약 31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이 부적정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의원이 임기 개시 이전에 본인이 활동했던 민간업무 내역을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경우도 전체 518명 의원 가운데 308명에 이른다. 지방의원의 60%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지방의회의 A의원은 배우자가 33.3%의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지분 매도 전까지 총 194건, 약 11억5000만여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지방의회에서는 위원장인 B의원의 자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9회 이상에 걸쳐 지방의회 관계자 식사비를 지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지방의회에서는 위원회 소속 C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총 42회 간담회 경비를 지출했다. 지방의회 소속 D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활동한 기업에 대한 활동내역을 제출하지 않고 해당 업체와 총 21차례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가 올해 5월 실시한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국민의 생각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약 45%가 ‘준수하지 않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53.6%는 ‘이해충돌방지법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데 효과가 있는 편’이라고 답했고, 공공기관의 이해충돌방지법 정착을 위해 노력할 점으로는 ‘위반행위 적발·처벌 강화’(35.68%), ‘신고자 보호·보상 등 제도 운영 내실화’(24.21%),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교육 강화(20.29%),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 강화(12.32%) 등이라고 했다.

모든 공공기관과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인 경우 신고하거나 회피할 의무 ▲부동산 직접 취급 공공기관의 공직자 신고 의무 ▲3년 이내 민간 부문에서 업무활동 내역 제출 의무 ▲금전·부동산 거래, 물품·용역·공사 등의 계약 신고 의무 ▲퇴직자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 등 사적 접촉시 사전 신고 의무 ▲사적 노무, 조언·자문을 제공하고 대가를 제공받는 행위 제한 ▲경쟁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직자의 가족 채용 제한 ▲공공기관 소속 고위공직자, 계약 담당자 등과 수의계약 체결 제한 ▲공공기관 소유·임차한 물품차량 등 사적 사용수익 금지 ▲직무상 비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재물·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등을 이행해야 한다.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이 생기게 되면 잠재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때문에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를 위한 법 제정은 오랜기간 논의끝에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공직사회의 도덕성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점검결과나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공직자의 비윤리적 행동 사례들은 이해충돌방지법의 실효성을 심각하게 의심케 한다.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해서는 단순히 이해충돌방지법과 같은 법제도를 제정하는데서 그치면 안된다.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신고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도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또한, 공직자 각자가 법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주체로서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은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을 지정해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거나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공직사회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미래의 공직사회가 공정하고 신뢰받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감시도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