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산업 ‘적대적 M&A’ 피해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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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국가기간산업 ‘적대적 M&A’ 피해 막아야 한다 외국계 사모펀드 인수 피해 우려…자국 산업보호 제도 마련을

기사입력2025-01-09 13: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외국계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은 끊임없는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경제적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 주권과도 직결돼 있기 때문인데,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이학영·민병덕·김남근 의원 등 13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8일 개최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사모펀드가 자본시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긍정적인 기능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근시안적 운영을 할 경우, 점증하는 규제에 따라 관련 업무가 위축될 것”이라며, “이른바 부도덕한 투기자본이라는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적대적 M&A=적대적 M&A(Hostile Mergers and Acquisitions)는 대상 기업의 동의없이 또는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지는 기업 인수 및 합병을 의미한다.

적대적 M&A는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경우, 새로운 투자자나 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해 개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영권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기업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동기 부여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재편하고 자원을 보다 생산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이로인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기업 내부가 혼란에 빠지고, 중요한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법적 대응, 자사주 매입, 자문수수료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소모돼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경영불안을 발생시키는 경우도 많다. 또한 적대적 M&A의 목적이 단기차익 실현일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는 즉각적인 수익 실현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르는 사업부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기업 내부와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 등을 준다. 외국계 자본이 적대적 M&A를 통해 국내 기업을 장악할 경우, 기술유출 및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국가경제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사모펀드의 적대적 M&A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를 통해 혁신적인 사업에 투자하는 위험자본으로, 국내 M&A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적대적 M&A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3년 홍콩 기반의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의 SK주식회사 지분 매입 시도, 2006년 칼 아이칸과 헤지펀드 파트너들의 KT&G 지분 확보 시도,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와 카카오 간의 공개매수 경쟁 사례 등이라고 했다.

사모펀드가 단기 재무구조 개선이나 주가 부양을 우선시함으로써 장기적인 혁신과 성장보다는 수익 실현에 집중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매력을 느껴 외식업 등의 가맹사업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가맹점주와의 상생보다는 본사의 이익에 집중해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거나 지원을 축소하는 사례 등이다.

또한 사모펀드가 재무적 성과를 창출하고 투자수익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력 감축 및 사업부 매각을 단행해, 임직원의 고용불안정을 야기하고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국가기간산업 인수 피해 최소화해야=이정환 교수는 이러한 사모펀드가 대규모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가기간산업의 인수합병을 주도할 경우, 국가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가기간산업 보호는 이미 해외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 직면한 미국의 경우, 2018년 이후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1970~1980년대 일본의 기간산업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역할과 역량을 강화해, 중국의 지분투자 및 M&A를 통한 기술유출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1998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되며 외국인직접투자(FDI) 심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어 2015년 ‘방위산업기술보호법’, 2006년 ‘산업기술보호법’이 제정돼 국가안보를 위해 심의요건과 예외사항 등을 명시하고, 특정 기업이나 업종의 주식 취득 및 국가 핵심기술 보유기관에 대한 M&A도 제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 관련 기업을 인수할 때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진의 임기 및 고용 유지방안, 국부유출 방지 조치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선 인수 후 일정기간 동안 기존 경영진의 임기를 보장하거나 새로운 경영진 임명을 사전에 승인받도록 해 경영을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일정기간 동안 주요 인력 감축을 제한하는 조건을 부과해, 대량 해고를 방지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M&A 이후 노동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유지 조건 부여, 노사협의 절차 강화, 정부의 규제 및 감독의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기간산업의 핵심기술이나 주요 자산이 외국계 기업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승인 절차를 강화하고, 사모펀드가 인수로 창출한 수익을 일정 비율 이상 국내에 재투자 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연기금의 역할도 강조했다.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국가기간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간산업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나, 단기이익 실현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이 국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의결권 행사를 통해 공적 책임과 투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자본시장 신뢰성을 높이고, 국가경제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