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아니라는 ‘복지포인트’…왜 과세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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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임금 아니라는 ‘복지포인트’…왜 과세를 하지 대법원, 복지포인트는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

기사입력2025-03-14 11: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회사에서 매년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회사와 제휴한 복지몰에서 1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고 양도가 불가능한 경우, 이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할까? 만약 임금에 해당한다면 근로소득을 과세해야 할 것이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처럼 사용 용도가 제한되고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며, 양도 가능성이 없는 복지포인트에 대해 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통상 복지포인트는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일괄 배정되는데, 현실에서 이런 형태의 임금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으로 복지포인트는 근로자의 임금상승이나 임금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 내 임금이 아닌 복리후생제도와 관련해 근로자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기업복지체계로 봐야 할 것이라며, “선택적 복지제도의 연혁과 도입경위, 근거법령 등에 비추어 볼 때에도 복지포인트는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전남 여수시에 소재한 한 중견 화학제조업체(이하 ‘원고’)는 선택적 복지제도를 실시하면서 매년 정기적으로 소속 임직원들에게 배정한 복지포인트에 대해 납부한 근로소득세를 환급해 달라며, 여수세무서(이하 ‘피고’)에 경정청구를 했다. 그러나 여수세무서는 이를 거부했고, 원고는 2021년 피고를 상대로 경정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대법원 제3부는 원고 회사의 피고를 상대로 한 근로소득세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 결심에서,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24두34122, 선고일자 2024.12.24.).

◇사건의 경위=원고 회사는 임직원, 계약직, 파견직을 적용대상으로 선택적 복지제도를 실시해 복지포인트를 부여했다.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사용가능하며, 연도 중 사용하지 못한 복지포인트는 소멸된다. 원고 소속 임직원들은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원고와 제휴관계에 있는 복지몰에서 물품 등을 구매하면서 직접 사용하거나, 이 사건 복지포인트와 연동된 복지카드 사용액에 대한 차감신청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유흥업소, 사행성업소, 불건전업소, 대중교통 수단, 자녀 학원, 초·중·고 교육기관, 상품권 판매, 기타 건축자재, 용역, 수리서비스 등 복리후생과 무관한 업종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피고는 원고 회사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대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분 환급 신청에 대해, 해당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근로소득세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했다.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가 아니고,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지급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1호의 근로소득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쟁점=앞서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복지포인트의 임금성과 관련해 판단을 내린바 있다. 당시 대법 전합의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회사에서 매년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이를 회사와 제휴한 복지몰에서 1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고 양도가 불가능한 경우, 이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할까?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과 소득세법은 입법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 및 향상을 목적으로 하지만, 소득세법은 개인소득에 대한 적정한 과세와 조세부담의 형평 도모, 재정수입의 원활한 조달에 이바지 함이 목적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그 개념이 구별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근로의 대가를 의미하나,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근로의 대가’뿐만 아니라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사건 원심판결(광주고법 2024.1.25. 선고 2023누10852 판결)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근로기준법상 임금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설시했다.

결국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근로의 대가인 임금은 아니라고 판명났으니,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원심의 판결=원심은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구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서로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하면서도,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의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심 재판부는 선택적 복지제도의 도입경위, 근로복지기본법 제3조 제1항이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근로조건을 제외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을 금원의 ‘지급’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금전과 비교할 때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사용·수익·처분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의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구체적인 근거로 ①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위 임직원들이 원고에게 제공한 근로와 일정한 상관관계 내지 경제적 합리성에 기한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급여에는 해당하는 점, ②건강관리, 자기계발 등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되어 있고, 일정 기간 내 사용하지 않는 경우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며, 양도가 불가능하기는 하나, 사용기간과 용도 내에서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으므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는 점, ③선택적 복지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복지기본법 제3조 제1항은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임금·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제외하고 있으나, 이는 근로기준법의 규율 대상인 임금·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근로복지기본법의 규율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지,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아닌 후생 등 기타의 근로조건까지 모두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제외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근로복지기본법 제3조 제1항을 근거로 근로복지와 근로조건을 양립불가능한 개념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들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 제20조 제1항의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판결의 의의=원심은 앞서 선택적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한 2019년 대법 전합의 판결을 기반으로 복지포인트의 임금성 부인에 따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세 여부도 부인했다. 원심의 판결과 달리, 대법원 재판부는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의 해당 요건에 대해 설시한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2007.10.25. 선고 2007두1941 판결, 대법원 2016.10.27. 선고 2016두 39726 판결 등 참조) 법리에 충실했다는 점이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