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기업 먹튀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프린트

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외투기업 먹튀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경제안보·공급망·고용·지역에 미칠 영향 고려해 규제 체계화 필요

기사입력2025-04-10 10:2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외국인 투자기업의 유의미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먹튀’로 대표되는 외투기업의 전횡과 무책임한 행태는 사회적 문제로 지탄을 받은지 오래다. 외투기업의 먹튀 행태를 제재할 수 있는 유효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허성무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이 최근 개최한 ‘외투기업 투기자본 행태 고발과 제도개선 촉구 현장증언대회’에서, 이를 제안했다.

나 교수는 ‘외국인투자기업의 문제점과 규제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 정부의 외국인 투자정책은 산업정책, 지역균형발전정책의 큰 밑그림과 어떤 정합성이 있게 설계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며, “현실에서 빈발하는 외투기업 먹튀와 고용참사, 그로인한 지역경제의 어려움, 외투기업의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자주 지적돼온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은 외국인 투자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유치하는 특성을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를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각종 지원을 제공하며 지자체도 각종 우대조치를 보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지식재산권 이전 없이도 해외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규제 목적은 자국의 안보 관련 산업을 보호하고 첨단산업에서의 기술유출을 막으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한국의 외국인 투자정책은 거시적인 수준에서 합리성을 따지지 않고, 산업정책이나 지역균형발전의 전체적인 밑그림이 부재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유치에만 몰두하다 보니 체계적인 규제 노력이 소홀하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한국에서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원이나 규제의 목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규제혁파나 지원확대부터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 고용창출이 외국인 투자유치의 목표라고 천명은 하면서도 막상 먹튀에 따른 집단 실직 등의 문제는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외투기업의 부도덕한 행위 유형=나 교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부도덕한 행위 유형으로 기술유출, 국부유출, 조세포탈, 글로벌 구조조정, 사모펀드의 먹튀 등을 꼽았다.

▲기술유출=피인수 국내법인에 대한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고, 그 대신 국내법인이 보유한 고유 기술이나 지재권을 본사로 이전하는 행위가 나타난다. 상하이자동차와 마힌드라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기술력이 약한 외국기업이 기술탈취를 목적으로 국내기업을 인수한 경우다. 2002년 하이디스, 2005년 오리온전기의 외투기업 인수과정에서도 기술탈취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들 외투기업은 기술유출이 마무리되면 인수목적도 달성된 것이므로 곧이어 자본을 철수했다.

▲국부유출=외투기업이 국내기업을 인수한 후 글로벌 모기업에 대해 고액의 배당을 실행하고, 로열티를 비롯한 각종 명목의 비용을 관계사에 과다 지급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 해외 관계사와의 거래에 있어 이전가격을 조작함으로써 이익을 해외를 빼돌리는 사례가 2013년 르노삼성, 2013년과 2018년 한국 지엠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자산 매각 수익을 해외로 유출하고 유상감자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법인의 이익을 모기업으로 이전하고, 그 결과 국내법인은 결손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세포탈=나 교수에 따르면, 2005년 뉴브릿지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영국 SC그룹에 매각하면서 남긴 매각차익은 국내에서 과세되지 않았다. 이중과세방지 협약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당시 뉴브릿지캐피털은 본사를 조세회피처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글로벌 구조조정=글로벌 모기업의 경영전략이 변화하면 국내 외투기업은 글로벌 재배치 계획에 따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그 과정에서 국내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자본 철수와 진입이 수시로 이뤄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구조조정도 이뤄진다.

▲사모펀드 먹튀=사모펀드들은 단기실적주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외투기업은 단기적인 이익실현에 치우쳐 경영자문, 로열티 등 명목으로 투자 초기부터 자금회수를 시작하고 이전가격 조정 및 과도한 배당으로 수익의 공정배분을 저해한다. 아울러 이윤을 국내에 재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외투기업에 대한 심사 강화한 미국=미국은 ‘외국인 투자위험 심사 현대화법’을 제정하고,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심사 활동을 확대한 바 있다. 미국의 외국인 투자심사에서는 인수합병의 배경과 목적, 인수자 및 피인수기업의 시장 지배력 및 기술 수준 등을 검토하며, 소비자에 대한 영향 평가도 그 가운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우·허성무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은 7일 ‘외투기업 투기자본 행태 고발과 제도개선 촉구 현장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경제안보와 관련해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할 수 있는 현행 법령은 대외무역법 제19조 전략물자의 수출 규제, 산업기술보호법 제11조의2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하는 대상 기관의 해외인수합병에 대한 규제, 방위사업법 제57조 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의 수출과 중개 규제, 외국인투자촉진법 제4조 외국인투자의 자유화, 제6조 외국인투자 허가 및 동법 시행령 제5조제1항 외국인투자 제한업종 등이다.

그러나 나 교수는 이와같은 법령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인 법률적 근거는 취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투자제한 29개 업종에 대해서는 심사가 가능하지만, 그 밖의 업종이나 공급망 안정성을 포함한 경제안보를 위한 법제도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은 인프라, 민감정보, 부동산 등과 관련해서도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와 같은 제도 역시 미흡하다. 특히 제3국을 경유해 사모펀드로 들어오는 인수합병 등은 규제하기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 교수는 사모펀드의 사전신고, 사후관리, 재투자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외국인투자촉진법으로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투자 ‘규제’ 체계화하고 강화해야=나 교수는 외국인 투자 규제를 체계화하고 강화할 것으로 요구했다. 미국 등처럼 앞으로는 경제안보 및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체계화하고 외국인 투자에 따른 국내 경제적, 산업적 영향에 대한 다면적인 평가를 사전심사 및 지원의 모든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경제안보 및 공급망 관리에 미치는 효과 외에도 고용영향과 지역사회 영향도 핵심적인 평가요소로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금지원에 대한 환수절차 규정 역시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은 외국인이 허위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현금지원을 신청하는 등의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취소·철회하거나 지원금 감액·환수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환수절차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ㅡ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인 투자기업이 폐업하고자 할 때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와함께 나 교수는 외투기업의 기술유출 문제, 물량 소량 배정으로 인위적인 적자구조 만들기, 노조 와해 공작, 폐업 후 야반도주, 제품 생산 보다는 부동산 매각 차익에 열중하는 등 외투기업의 부도적한 행태를 제대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