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도로’ 예측하고, 안내판 눈에 쉽게 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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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사계절 도로’ 예측하고, 안내판 눈에 쉽게 띄게 도로·교통 산업의 현재와 미래…국제도로교통박람회

기사입력2025-11-0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도로 기술에도 AI 기술이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사진은 S.R.D.KOREA의 부스 ©중기이코노미

“제설 차량이 직접 치우던 것에서 염수분사장치가 도입되는 등 결빙 기술이 많이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원격 기술을 도입해 눈이 오는 걸 스스로 감지하고, 분사하는 기술을 통해 염수 분사의 자동화를 실현했습니다. 지금은 눈 내리는 상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도로 상태까지 자동으로 체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지난 10월28일부터 3일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국제도로교통박람회에 참가한 ㈜S.R.D.KOREA(Safety Road Development Korea) 박해정 상무이사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핵심 기술에 관해 설명했다.

도로는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장소다. 수많은 차량이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는 도로 구간뿐만 아니라 그 도로를 만드는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이번 국제도로교통박람회는 ‘안전·친환경’ 관련 기술의 집결체였다. AI 기술과 로봇 등 스마트 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이 총출동해 기존에는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관련 기업들을 만나봤다.

예기치 못한 도로 위험…예측·점검·예방하는 ‘스마트 기술’

도로안전 시설장치업체인 ㈜S.R.D.KOREA는 ‘안전한 도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약 20년 전부터 원격제설장치 등을 선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받은 이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의 도로 재난 예방 시스템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블랙아이스(도로살얼음), 강설, 폭염 등 모든 도로의 상태를 분석, 판단, 실행하는 장치다.

박 상무이사는 “제설 차량밖에 없던 시절에는 경사가 진 곳이나 교량 구간, 경계 구간, 고속도로에서 빠른 대응이 힘들었다. 이런 이유로 사람이 가지 않고도 바로 염수를 살포해 결빙되지 않도록 해주는 장치가 2007년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고, 우리가 염수분사장치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가장 오래된 회사 중 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박해정 상무이사가 S.R.D.KOREA의 ‘사계절 도로 환경’ 감지 장치를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염수분사장치에도 문제는 있었다고 한다. ‘원격’이라는 이름이 내포돼 있었지만, 사람이 현장에 가지 않았을 뿐, 사람의 판단과 결정이 내려져야 분사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S.R.D.KOREA는 IoT 기술을 적용해 ‘스스로 인식하는 분사 장치’를 업계 처음으로 내놔 전국의 300군데 이상 설치했다고 한다.

카메라가 온도값, 습도값을 스스로 감지해 눈이 내리는 걸 인식해서 분산을 자동으로 하는 시스템인데, 이 장치로 특허를 획득했고, 조달청의 우수 조달 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 시스템이 설치된 구간은 한번도 블랙아이스 사고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안정성도 증명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 회사는 자동분사장치에서 더 업그레이드해 ‘사계절 도로 환경’을 감지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내놨다.

박해정 상무이사는 “사물 인식 기능을 넣어 눈이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노면이 결빙 상태인지, 젖은 상태인지, 마른 상태인지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며, “머신러닝 영상 처리기술과 도로기상정보를 크로스체크해 자율 분사 제어를 해 안정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리플로맥스의 반사 필름과 타 반사필름의 성능을 비교한 체험 부스 ©중기이코노미

‘안 보이던 길이 보인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놓은 ㈜리플로맥스(Reflomax)는 말 그대로 ‘안 보이던 도로의 사각지대를 보이게 하는 반사필름’을 선뵀다.

이 회사의 성현정 차장은 “도로의 반사 필름 원리는 헤드라이트 빛을 쏘면 표지판으로부터 다시 반사됨으로써 시인성이 확보되는 것”이라며, “문제는 가드레일이나 콘크리트 배리어의 경우에는 빛의 산란으로 인해 운전자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튀어나온 구조물을 만들어 반사필름을 설치하는 곳도 있는데, 이런 경우 차가 부딪치는 등 이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취약점에 착안해 개발한 기술이 ‘옆면에 붙여도, 반사가 돼 돌아오는 기술’이다. 실제로, 부스 한편에 마련된 체험관을 가보니 기존 제품과 반사 차이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작년 네덜란드의 한 전시회에서 공식적으로 세계 시장에 론칭한 이후, 각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 제품은 측면 반사에 대한 수요가 많았던 일본과 독점 계약을 맺었고, 뉴질랜드에는 가드레일 구간에 시범 설치하기로 했다. 인도 역시 시범 설치를 논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강남 순환도로 가드레일, 남원 산길, 전남 무안의 버스 정류소 등 고속도로, 곡선 구간에 설치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도종남 수석연구원이 로봇개 시연을 하면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위험한 구간을 사람 대신 로봇이 들어가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한 ‘로봇개’도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도로공사 지하안전평가센터 도종남 수석연구원은 “라이다센서를 통해 내부를 정밀 분석하는데, 레이저로 쏠 때 1초에 30만점의 좌표를 딸 수 있다”며, “만약 오늘 스캔한 것과 10일 뒤 스캔한 것과의 변이가 발생했을 때 보수 보강 범위를 결정할 수 있고, 벽체의 기울기도 세밀하게 감지한다”고 자신했다.

모든 데이터는 무선 라우터를 통해 구글 클라우드로 즉시 전송되며, 인터넷이 되는 환경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3년짜리 연구 과정 중 현재 1년차로, 지금 보는 로봇개는 프로토타입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계속 보강해 앞으로 열화상 카메라 같은 다른 센서들을 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벽체에 물이 새는 것도 알 수 있고, 좀 더 복합적으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부합…미래까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도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순환경제 활성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도로 환경기술 역시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레미콘, 아스콘 생산업체인 윤성산업개발은 순환 중온 가열(중온) 아스팔트 혼합물 순환골재로 GR인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획득했다.

이 회사의 최유승 대표는 “일반적으로 도로의 사용 연한은 10년 정도로, 그 이후가 되면 도로를 걷어낸다. 이때 재활용하는 기술을 순환 골재라고 한다”며, “이때, 탄소배출도 적게 나오도록 기존의 가열온도인 170℃보다 20℃를 떨어뜨려 가열한다. 그래서 중온이라는 말을 쓴다”고 설명했다.

윤성산업개발의 개질제, 순환 중온 개질 아스콘, 중온첨가제 ©중기이코노미

윤성산업개발의 순환 아스콘은 친환경인데도 성능은 더 좋아 시장의 관심을 끈 케이스다. 순환 골재를 사용하고, 중온의 온도에서 개질해 성능을 높인 사례는 이전에 없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기존 순환 아스콘의 순환골재 사용량은 30% 수준인 데 반해, 우리는 50%를 쓰고 있다. 여기에 순환 개질 첨가제 사용으로 순환골재 성능을 더 높였다”며, “생산 및 시공 온도 저감으로 연료 사용량은 30% 절감,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은 각각 47%, 76%까지 낮췄다”고 뿌듯해했다.

생애주기 비용 분석 그래프도 살펴보면, 1등급 신재 가열과 순환 중온 개질의 포장 설계 비용은 비슷하고, 유지보수비용은 14%, 재포장비는 100% 감소했다. 포장과 유지보수 면에서는 29% 절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시험 포장을 끝마친 이 업체는 이번 박람회를 기점으로 필리핀, 카자흐스탄과 논의 중으로 앞으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로 판로를 확대할 것을 기대했다.

최유승 대표는 “신재 가열 아스콘의 탄소 배출량은 73.1kg CO2e/Ton이지만, 순환 중온 개질 아스콘은 33.8kg CO2e/Ton으로 절반 넘게 떨어진다”며, “현재 대구시 권역에 납품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 환경 신기술을 획득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몽골 국제 탄소 감축 사업에 환경기업인 그리너스와 함께 협력해 우리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며,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1년 동안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후, 본격적인 사업을 펼칠 예정”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