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토돌 ‘버’ 제거부터 용접까지 로봇이 쓱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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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오돌토돌 ‘버’ 제거부터 용접까지 로봇이 쓱싹 소부장·뿌리산업의 미래비전…K-tech Inside Show 2025

기사입력2025-11-08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엘피텍 서정열 대표가 협동 로봇 레이저 용접기를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반도체, 디스플레이 쪽에 쓰이는 레이저 장비부터 절단기, 용접기 등을 제조하는 업체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시장 자체가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레이저 용접 시장에 초점을 맞추게 됐습니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로봇을 활용한 레이저 용접 시장 활성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레이저 장비를 만들어 온 레이저 가공기 전문업체 ㈜엘피텍 서정열 대표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런 시장의 변화는 국내 소재·부품·장비·뿌리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10월29일부터 3일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K-tech Inside Show 2025(소부장뿌리 기술대전)는 우리 소부장 산업의 미래와 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볼 수 있던 자리였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기술’로 2세대, 3세대까지 ‘소부장’ 이어지도록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는 기술의 전수 단절, 인력난 등 국내 소부장·뿌리산업에 많은 고민을 안긴다. ㈜엘피텍 서정열 대표는 우리나라보다 빨리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사례를 보고 ‘자동 용접’ 개념을 도입했다고 한다.

먼저 시장에 내놓은 아이디어는 2018년도에 자체 생산한 수동 용접기였다. 서 대표는 “전통적으로 용접사라고 하는 용접 전문가들이 나이가 들면서 은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용접을 배우지 않아 이 분야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수동 용접기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지만,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는 문제는 없어지지 않았다. 특히, 반복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다품종 생산의 경우에는 동일한 작업을 하는데도 사람이 하다 보니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제각각으로 나온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같은 위치, 동일한 조건으로 용접을 할 수 있도록 레이저 용접을 개발해 내놨다.

서 대표는 “수동 용접기를 로봇에 걸어 놓으면 자동 용접이 되는 시스템”이라며, “용접을 배우지 않아도 2~3시간 간단한 교육만으로 전문가 수준의 용접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뿌듯해했다.

협동 로봇 레이저 용접기는 여기서 발전한 용접기다. 엘피텍이 3년 전 개발해 작년 초부터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교육받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인력이 퇴사하면 다시 교육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 로봇 레이저 용접기를 개발했다”며, “프로그램 운용과 티칭 자체가 어렵지 않아 장비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용접보다 후 공정인 연삭, 연마의 공정이 최소화돼 생산성이 향상되고 스크랩이 감소해 판금 회사와 조선소 등에서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제품 가공 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버 ©중기이코노미

금형 가공 후 끝이 말려 올라가거나 절삭 가공 후 오돌토돌하고 거칠거칠한 표면을 일으키는 버(bur)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디버링(Deburring)이라고 하는 사상작업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청년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도 이 업무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대한오토텍은 중국의 업체와 함께 사상작업을 자동화하는 로봇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이 회사의 해외영업팀 박용근 차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알루미늄 부품을 다이캐스팅을 통해 협력업체에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디버링 작업”이라며, “이전에는 버를 제거하기 위해서 부직포나 줄을 가지고 제거했는데, 이 작업 자체가 너무 힘들고, 인건비도 맞지 않아 기계로 자동 작업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스 한편에는 로봇이 버 제거 작업 시연을 하고 있었다. 센서를 통해 형상을 인식한 로봇 팔이 작업이 필요한 제품을 물고, 작업대로 가서 디버링 작업을 한다. 로봇이 작업을 하면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작업 시 일어나는 분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

박용근 차장은 “분진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물 세정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현재 우리 공장에서 4~5개월 전부터 3대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입증돼 앞으로도 계속 도입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타 알루미늄 업체에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오토텍에서 개발한 로봇이 사상작업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소부장·뿌리기업 돕는 플랫폼…거래, 양산, 평가까지

철강 제조기업의 경영인이 2세대, 3세대로 바뀌면서 산업구조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다. 특히, 철 거래 부분이 두드러진다. 과거 오프라인으로 거래했던 것에서 효율적이면서 빠른 온라인 구조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수씨 부스에 설치된 모니터 속 철강 활용 모습 ©중기이코노미

철강 직거래 장터 플랫폼인 철수씨 운영사 대홍코스텍㈜ 이상진 선임매니저는 “기존에는 철강 제품의 거래를 영업사원들이 발로 뛰고, 전화를 하면서 소재를 구하고, 조율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1세대 운영자의 젊은 자녀가 경영을 맡게 되면서 신속하게 콘택트가 가능한 온라인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철수씨는 鐵(쇠 철), 秀(빼어날 수) See(보다)에서 따와 ‘철을 빼어나게 잘 찾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새 철강 제품을 사고팔 수도 있지만, 기존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중고 아닌 중고품 거래도 할 수 있어 시장의 환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철강 금속계의 당근마켓’이다.

이상진 선임매니저는 “철강재의 특성상 사용하지 않은 제품인데도 중고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코일을 풀어서 반만 사용했을 경우 그 여재는 신품이지만, 중고품으로 바뀐다”며, “이런 여재 혹은 장기적으로 남아 있는 악성 재고가 다른 회사에는 굉장히 필요한 물품일 수 있다. 이에 남은 제품을 팔고 싶은 기업뿐만 아니라, 급하게 특정 철강 제품을 구하고 싶은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부했다.

2023년 10월 론칭한 철수씨는 짧은 시간 안에 회원수만 540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철강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 됐다. 특히, 가전, 자동차, 건설사 등 철강 관련 중소기업인에 반응이 좋다고 한다.

대전덕암금속가공소공인특화지원센터 참가 업체인 대진 정밀에서 들고 나온 천장용 드릴링 장치. 바닥의 좌표를 통해 타공 위치를 조준할 수 있어 작업자가 천장에 올라가지 않고도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최대 5m까지 올라가는 이 사다리는 작업자의 낙상 사고를 예방해 준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의 경우 아이디어가 있어도 개발에 드는 비용, 양산에 필요한 성능을 검증하는 것조차 부담인 경우가 많다. 이에 KIAT(한국산업기술진흥원)는 소재부품 기술기반 혁신사업의 통합 브랜드인 ‘오케이 소부장’을 만들어 기업의 고민에 따라 맞춤형으로 전 주기적 지원을 하고 있다.

KIAT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 설계를 한 뒤 시험하고 또 거기에 맞춰 재설계를 하는 과정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AI를 활용한 소재 탐색 및 분석,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부품 설계 및 검증 등을 통해 시제품 개발 기간 및 비용을 절감하게 도와준다”며, “시험 한 번 하기 위해 10억원대 장비 한대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소기업에는 부담이다. 이에 우리가 비영리기관에 장비, 테스트베드 시설을 구축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운영하는 지원사업은 ▲가상공학 플랫폼 구축사업 ▲소부장 실증기반 강화사업 ▲신뢰성 기반 활용 지원사업 ▲양산 성능 평가 지원사업 ▲융합혁신지원단 등이며, 각 단계별로 바우처를 지급한다. 실제로 양산을 앞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2년간 2억50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해 주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2000년도부터 시작해 2017년, 2021년에 이르러 지금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며, “단계별로 기업이 필요한 부분만 도움받을 수 있어 중소기업에서 관심을 많이 주고 있다. 양산의 경우에는 일년에 약 200개 기업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