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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거래관계 유지하고, 성장을 위해 ESG는 핵심 고객·투자자 요구 강화…“작게 시작해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기사입력2025-11-25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ESG를 둘러싼 국내외 정책신호가 엇갈리면서, 중소·중견기업 현장에서는 혼란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규제 측면에서는 일부 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의 요구는 오히려 더욱 구체화되고 강화되는 흐름이기 때문인데, 기업이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한 핵심 경쟁요소로 ESG는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일PwC가 최근 개최한 ‘중소중견기업 ESG 실무특강’에서 김한내 삼일PwC 지속가능성플랫폼 파트너는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ESG 공시 준비의 첫걸음은 ‘작게 시작해서 크게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파트너는 실제 현장에서 ESG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의 배경이 매우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안전사고 관련 질문이 늘어 인사·안전 담당자가 맡거나, 품질관리처럼 ESG를 관리하라며 품질팀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고, 총무팀이 전사적 이슈를 맡는 사례도 있다”며, “ESG가 갑작스럽게 주어진 업무가 되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업종별로 ESG 리스크 강도 달라=김 파트너에 따르면, ESG는 기업 경영활동 전반과 깊이 연결돼 있으며, 업종별로 영향을 받는 방식과 강도가 크게 다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철강·석유화학 업종은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가 많고, 실제 해외에서는 탄소 이슈 대응 실패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 오스테드가 석탄 발전에서 풍력 발전 중심으로 업을 전환한 것도 대표적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반면 B2C 업종은 환경보다 인권, 안전, 다양성 등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S’ 요소의 영향이 크다. 김 파트너는 “소셜 이슈 대응이 미흡해 매출 하락이나 고객 이탈로 이어진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고 말했다.

B2B 기업의 ESG 부담은 글로벌 고객사 요구를 따라가는 데서 비롯된다. 김 파트너는 “대형 고객사들은 이미 RE100 등 국제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공급망에게 동일한 수준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일수록 공급망 요구 대응이 가장 현실적인 ESG 과제”라고 했다.

◇ESG 관리가 곧 리스크 줄이는 것=ESG 경영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김 파트너는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 유통, 소비, 폐기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환경 파괴, 인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폐기물 관리 실패 등 수많은 리스크가 ESG 항목과 맞닿아 있기에 “ESG를 관리하는 것이 곧 기업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ESG 정보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로 정부, 글로벌 이니셔티브, 투자자, 고객·소비자, 외부 평가기관 등 다섯 곳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 규제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다. 시가총액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정보(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리스크, 감축 목표 등)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정부와 규제 당국이 공시 의무화를 추진·검토하고 있다. 또,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ESG 전반에 대한 의무공시 제도가 도입돼 있다. 일본, 중국, 호주 등 아시아 국가도 ESG 공시 기준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외부 평가기관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공급망에서 전 세계 공급망을 대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ESG) 성과를 평가하는 글로벌 플랫폼 ‘에코바디스’나,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탄소배출, 환경경영 정보를 평가·공개하는 국제 비영리기구 ‘CDP(Climate Disclosure Project)’ 등의 등급 제출을 요구하는 흐름은 국제적 표준처럼 되고 있다”고 김 파트너는 말했다.

최근 ESG 속도가 다소 느려졌다는 시각에 대해, 김 파트너는 “세계 경기둔화와 자국 중심주의로 흐름이 조정되는 것처럼 보일 뿐, ESG는 여전히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 목표가 ‘주주 이익 극대화’에서 ‘이해관계자 가치 극대화’로 바뀌었으며, ESG 공시는 자발적 공개에서 법제화·표준화로 전환되고 있는 점도 중요한 변화로 꼽았다.

국내 역시 이러한 국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수출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도 관련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약 16%가 ESG 관련 의제와 연결돼 있으며, 환경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인권, 안전, 개인정보 보호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작게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장해야”=ESG 경영 및 공시 준비 방법에 대해 김 파트너는 “기준 선택, 산업 특성 파악, 대응해야 할 규제 파악이라는 세 가지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우선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처럼 가장 널리 쓰이는 국제기준을 활용할지, 기후 중심 기준을 택할지 먼저 결정하고, 건설업처럼 안전·보건이 중요한 업종은 관련 과제를 우선순위로 두는 등 기업 특성에 맞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KSSB(한국 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 기후공시, EU 규제,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어떤 규제의 대응이 시급한지도 판단해야 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초기 단계로는 KCGS(Korea Corporate Governance Service, 한국ESG기준원) 평가 기반의 진단, SCOPE1·2의 탄소 배출량 측정 등이 효과적이며, 이후 SCOPE3 분석, 제품별 탄소 배출량 산정, 재무지표 기반 영향 측정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GRI 기반 자발적 공시에서 시작해 향후 KSSB 기준에 맞춘 공시체계 구축, 시스템 기반 데이터 관리 등으로 고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