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오봉산, 용추동과 칼바위가 새 명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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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보성 오봉산, 용추동과 칼바위가 새 명승으로 자연·문화·역사 어우러진 보성의 새 여행지

기사입력2025-11-21 12:4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17일 국가유산청이 전남 보성군 오봉산의 용추동과 칼바위 일원을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최종 지정했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과 산행 애호가들 사이에서 조용히 사랑받아 온 이 공간이 전국적인 여행지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오봉산은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경관으로 이름난 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동국여지지’ 같은 고문헌에 경승지로 기록돼 있으며, 산 곳곳에는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어 멀리서 보면 바위들이 산을 둘러싼 병풍처럼 선명한 실루엣을 만든다. 특히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풍혈(風穴) 지형이 유명한데, 자연이 만들어낸 이 독특한 공기 흐름 덕분에 사계절 내내 색다른 산행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오봉산 돌탑<사진-보성군청>

용추동 계곡은 오봉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계절마다 빛깔과 풍경이 달라지는 이 계곡은 특히 가을 단풍철과 초여름 녹음 시기에 절정을 이룬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유난히 선명해져 도시에서 지친 이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남쪽으로 득량만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바다와 산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장면은 오봉산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힌다.

이곳은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흔적도 깊게 남아 있는 공간이다. 칼바위에는 옛 불교 신앙의 증거인 마애불상이 자리하고 있고, 과거에는 개흥사지가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전염병이나 재앙을 막기 위해 여귀에게 지내던 민속 제례인 ‘여제(厲祭)’가 실제로 봉행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오봉산이 마을 공동체의 신앙과 생활문화가 녹아 있던 특별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봉산은 전통 산업과도 관련돼 있다. 이 일대는 온돌문화의 핵심 재료인 구들장을 채석하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지금도 당시의 채석 흔적과 구들장을 실어 나르던 우마차길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다.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산업유산이 함께 존재하는 이런 복합적인 배경은 다른 명승지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오봉산만의 특징이다.

오봉산 해평호수<사진=보성군청>

보성군은 이번 명승 지정을 계기로 오봉산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동시에 체계적으로 보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탐방로를 정비하고 안전·편의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전문 해설 프로그램과 교육 콘텐츠를 통해 오봉산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도 추진해 보성 여행의 새로운 축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함께 내놓았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오봉산 용추동과 칼바위 일원이 명승으로 지정된 것은 군민과 함께 지켜온 보성 자연유산의 가치를 국가가 인정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보존을 통해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