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주40시간 넘긴 연장·야간 근로수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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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전공의 1주40시간 넘긴 연장·야간 근로수당은 대법원, 묵시적인 포괄임금제 계약 부정…근로가산 수당 지급

기사입력2025-11-19 09:23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사용자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기본임금을 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수당을 가산해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는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고 각종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해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을 정하고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이른바 포괄임금제다.

최근 대법원은 대형병원의 전공의들이 1주 4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야간근로가산 수당을 지급 청구한 사건에서, 근로계약상 묵시적으로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한다 보기 어렵다며 전공의들의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2019다 273803. 선고일자 2025.9.11.).

◇사건의 경위=원고들은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다. 원고들은 피고인 병원 측과 근로계약에 해당하는 수련계약을 통해 1주 소정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정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1주 소정근로시간의 한도는 법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1주 40시간이다. 그러나 전공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에 따라 수련병원에서 1주 80시간의 수련시간 한도를 적용받는다.

원고들은 수련계약에서 정한 1주 80시간의 수련시간 중 1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대해 피고 병원을 상대로 연장근로가산 및 야간근로가산수당을 청구했다. 피고 병원 측은 묵시적으로 포괄임금계약이 성립하였으므로 월임금 안에 1주 40시간을 초과한 연장 및 야간가산에 따른 수당이 포함되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사건의 쟁점=이번 사건의 쟁점은 3가지다. 첫 번째 쟁점은 피고 병원과 수련계약을 통해 원고들이 근무한 1주 80시간 한도의 수련시간을 임금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피고 병원의 응급의학과 소속인 원고들은 수련계약상 1주 소정 수련시간 80시간으로 정해 근무했다. 해당 시간은 환자들을 진료하는 시간 외에 전문의 자격 취득에 필요한 교육시간의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두 번째 쟁점은 피고 병원과 원고들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다.

마지막 쟁점은 피고 병원이 원고들에게 업무수당과 전공의 당직비, 고정시간외 수당 등을 지급했는데 이 수당들이 연장 및 야간근로수당의 일부로 지급된 것이어서 피고 병원이 이를 원고들이 주장하는 연장과 야간근로수당 청구액에서 제외시켜야 하는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재판부는 피고 병원에서 전공의가 근무한 근무시간표의 근무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피고 병원에서 작성한 전공의 근무표에 ‘근무시간 중 쉬는 시간은 없고 정해진 구역에서 직접 진료가 원칙’이며 ‘근무시간 중 사유 없이 이탈시 1개월의 휴무를 취소’하는 등 제재조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료기록에 따르면 원고들이 근무시간 동안 짧게는 몇 분 간격으로 계속하여 환자를 진찰하거나 처방하는 등 계속 진료를 했다. 진료를 장시간 멈추고 휴식을 취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욱이 원고들이 근무한 피고 병원의 응급의학과는 특성상 24시간 내내 환자의 방문 가능성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대형병원의 전공의들이 1주 4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야간근로가산 수당을 지급 청구한 사건에서, 근로계약상 묵시적으로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한다 보기 어렵다며 전공의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피고 병원이 임금지급의무가 없는 원고의 해외연수 참여나 개인적 논문작성 시간, 개인 학습 시간 등은 이 사건 근무시간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번째 쟁점과 관련해 법원은 피고 병원과 원고들 간에 포괄임금제에 관한 묵시적 약정이 성립되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포괄임금제 약정의 성립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대법 2022.2.10., 선고 2018다 298904).

물론 판례는 약정의 성립을 위한 노동자의 포괄임금제 승낙을 명시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는다. 묵시적 승낙도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해 연장근로나 야간, 휴일근로의 발생이 당연히 예상되는 근로계약의 경우나 실제 근로시간의 정확한 상정이 곤란한 경우 등 근로시간과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에 비추어 노사간 그 정액의 월급여액이이나 일당임금 외에 어떠한 추가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등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10.13., 선고 2016도 1060).

대법원 재판부는 이와 같은 판례를 법리로 하여 피고 병원이 지급한 급여가 1주 40시간의 근로의 대가일 뿐, 해당 급여 외에 1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에 대한 연장 및 야간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포괄임금약정이 성립되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을 긍정했다.

마지막 쟁점에서도 대법원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피고 병원이 지급한 업무수당, 전공의업무성과급, 상여금, 상여소급분, 명절상여 및 전공의당직비, 당직비, 고정시간외 수당, 연구수당과 통신비, 특진수당 등에 대해 정기적·일률적·고정적 성격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 병원은 전공의 당직비와 당직비, 고정시간외 수당이 연장·야간근로수당의 일부로 지급된 것이어서 원고들의 연장·야간근로수당 청구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배척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재판부는 1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긍정하며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의 의의=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포괄임금제가 노동현장에서 가산임금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포괄임금제 계약의 성립여부에 대한 판단은 엄격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업무의 성질상 초과근로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와의 포괄임금제 합의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유효성을 인정해 온 그 동안의 관행과 달리 엄격하게 성립 여부를 따졌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