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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기술·가성비로 승부하는 ‘K-안경’ 이제 AI까지 국내 아이웨어의 글로벌 경쟁력…국제 안경광학산업 전시회

기사입력2025-11-28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에는 가로가 길고 뿔테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사진은 커스텀의 부스 모습.

‘오늘 강남역에서 뭐 하고 놀까?’

친구와 나누는 대화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의 기능이 합쳐져 안경 속으로 들어갔다. 안경이 사람의 몸과 하나가 돼 ‘개인 비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수백만원을 호가했던 AI 글라스의 가격을 몇십만원대로 확 낮춰 대중성을 겨냥했다.

이런 가성비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안경원에도 필요한 부분이다. 해외 장비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각각의 검사 기계를 들여야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20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국제 안경광학산업 전시회에서는 이런 국내의 우수한 안경광학 기술을 볼 수 있던 자리였다.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우리 기술로 글로벌 시장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봤다.

안경을 매개체로 현실과 가상을 밀착 경험하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융합하는 AI와 XR 기술을 안경에 녹여내는 AI 글라스는 많은 스타트업에서 욕심을 내는 분야다. 하지만, 기술 특성상 다소 비싼 가격은 대중화를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였다. ㈜시어스랩은 이런 벽을 기술로 깼다.

시어스랩에서 출시하는 AI 글라스

이 회사의 AI 디바이스 개발담당인 이영광 책임연구원은 “최근 이슈가 된 레이밴메타와 같은 AI 글라스는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우리는 좀 더 합리적인 가격 선에서 대중에게 AI 글라스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시어스랩이 선택한 방법은 제조할 때의 가격대를 낮추는 것이었다. 기술은 한국이, 생산은 중국과 대만의 제조공장에서 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PCB(인쇄회로기판) 제조공장이 남아 있지 않아 단가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완성된 AI 글라스의 가격대는 20~30만원대다. 현재 최종 샘플이 나온 상태로, 오는 1월~2월에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AI눈(AI noon)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이 AI 글라스는 안경에 1200만 화소급 풀HD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실시간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손을 쓰지 않고 촬영할 수 있고, 해당 사진이 뭔지 AI에게 물어볼 수 있다.

또한, 구글 캘린더와 연동해 스케줄 관리를 쉽게 할 수 있고, AI 어시스턴트가 날씨, 뉴스 등을 검색해 준다. 안경에 스피커와 마이크가 달려 있기 때문에 화상 통화도 가능하고, AI와 실시간으로 소통도 가능하다.

일반용 버전과 산업용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으로, 일반용 버전은 45g의 경량 디자인으로 무게도 부담 없다. 산업용 버전은 산업 특화 기능을 탑재해 현장에 맞게 AI 매뉴얼, 프로젝트 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한신광학의 블랙몬스터 AI 글라스. 2019년 출시한 AI 안경부터 4세대까지 전시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한신광학 역시 블랙몬스터(BLACK MONSTER)라는 브랜드로 AI 글라스를 선뵀다.

이 회사는 아무도 AI 안경에 관심이 없던 10여년 전부터 AI 안경 개발에 몰두해 왔다고 한다. 실제로, 부스에는 2019년에 처음 출시한 AI 안경이 전시돼 있었는데, 지금과는 달리 이어폰이 내장돼 있지 않고, 안경과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기능도 단순해 블루투스를 연결해 음악을 듣고, 버튼으로 조작하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AI 안경이 4세대까지 출시됐다. 2~3년 전부터 중국 등 해외 업체와 제조 및 기술 협력을 통해 생산하고 있고,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인다고 한다.

이 회사의 김지현 디렉터는 “사진, 동영상 촬영, 녹음 기능은 물론, 각 앱과 연동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마그네틱 방식으로 약 7시간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아이 안경의 염준선 대표가 자사의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안경을 맞추기 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검사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검사장비는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이뿐만 아니라, 각각의 기능이 장비마다 나뉘어 있어 효율성도 떨어진다.

양안균형 검사 전문기기 개발업체인 유아이 안경은 이런 안경사들의 고충을 해결했다. 이 회사의 염준선 대표는 “안경 렌즈와 테를 조립할 때 정확한 초점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테를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의 정확한 수평 거리, 테에 따른 높이를 측정해야 한다. 다초점 렌즈의 경우에는 근거리와 원거리의 편차를 구해 렌즈를 주문해야 한다”고 안경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기능을 한 번에 다 갖춘 장비가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장비 한 대당 가격도 4000만원~5000만원이다.

염 대표는 “우리는 이런 기능을 하나의 장비에 모아 검사부터 조제, 가공까지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를 개발했다”며, “국내 기술로 만들었기 때문에 해외 장비를 들여오는 것에 비해 가성비가 높다. 5가지 기능을 갖춘 장비 가격만 놓고 보더라도 외국산의 1/10 가격”이라고 했다. 이어 “하드웨어는 라이트하게, 기능적인 면에서는 이전보다 높은 그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며, “국내의 안경원은 물론, 인도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일은 글로벌하게, 디자인은 한국인 얼굴형에 맞게

안경에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유행은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가로가 길고, 얇은 뿔테 디자인이 선호되고 있다고 한다.

커스텀 이강훈 팀장이 안경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안경 유통업체인 커스텀(kustom) 이강훈 팀장은 “예전에는 메탈의 동그란 형태의 안경을 많이 썼지만, 요즘에는 서구에서 많이 보였던 디자인들이 유행하고 있다”며,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의 하우스 브랜드에서도 이런 디자인 위주로 많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한국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니즈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얼굴에 맞춰 디자인해 신속하게 내놓는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즉, 디자인은 서구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지만, 한국인의 얼굴에 잘 피팅될 수 있도록 코패드, 가로 넓이 등은 한국인 얼굴 형태에 맞춰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안경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소비자들은 트렌드를 쫓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좀 더 담아낼 수 있는 안경을 찾는 경향이 있다. 그는 “일본 브랜드도 유통하고 있는데, 일본 안경의 특징은 메탈 위주의 작게 나온 스타일이 많다”며, “안경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안경에 투자를 많이 하므로 이런 디자인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안경이 더 이상 시력 보조 역할이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안경을 들여올 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좀 더 유념해서 살핀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고글에도 K-안경 바람이 불고 있다. S&P 하대식 대표는 “보통 스포츠 고글은 정통적으로 유럽 브랜드가 강세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 브랜드들의 단점은 한국인의 얼굴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고글을 썼을 때 위에는 뜨고, 밑은 딱 달라붙는 등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S&P는 한국인의 얼굴에 맞게 안경 프레임 윗면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동그란 형태를 띤 유럽 제품과의 차별점이고, 이 점이 동양인이 썼을 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기능성을 가미한 디자인 외에도 기존의 단점을 상쇄한 디자인도 있다. 그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러닝이나 자전거를 탈 때 얼굴 옆면으로 바람이 많이 들어온다. 이에 우리는 고글을 얼굴 옆면까지 덮을 수 있도록 디자인해 바람을 막아주고, 자외선이 높은 시간대에는 안경 옆으로 들어오는 자외선까지 막아준다”고 자부했다.

여기에 도수 클립을 끼워 넣을 수 있게 해 저시력자의 편리성을 높였다.

하 대표는 “원피스 형태의 고글은 도수를 넣을 수가 없어, 예전에는 콘택트렌즈를 낀 상태에서 고글을 써야 했다. 문제는 노안이 온 사람들은 콘택트렌즈를 뺐다, 꼈다 할 수 없어서 불편함이 많았다”며, “우리는 도수 클립을 맞춰서 끼워 넣으면 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브랜드를 작년에 론칭했는데, 벌써 입소문이 나서 소개로 고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등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