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홈플러스 매각 좌절…정부가 해법을 찾아야 MBK 책임 논란 속 ‘먹튀 구조’ 반복…정상화 위한 공적 개입 필요

기사입력2025-11-28 11:3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홈플러스 매각이 결국 좌절됐다. 시장에서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 곳의 중소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본입찰까지 가지 못했고, 최종입찰제안서 제출마감 시각까지도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예견된 무산이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사실상 대안을 잃었고, 경영 정상화는 더 멀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MBK파트너스를 향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운명을 대주주에게 더 맡겨둘 수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채권 규모와 자산 평가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매각이 무산된 뒤에도 MBK는 책임 있는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수 이후 10년 동안 부동산 매각과 고배당으로 수익을 챙겼지만, 기업이 위기에 빠지자 회생절차 뒤에 숨으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서 감지되는 위기 신호는 심각하다. 전기 공급이 끊기고, 납품업체는 물류 공급 중단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임금 체불 우려까지 나오며 기업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이다. 이 상황에서 대주주가 침묵을 이어가는 모습은 사회적 공분을 키울 뿐이다.

정치권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MBK는 엄하게 제재하고 홈플러스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밝히며, 당 지도부에 홈플러스 정상화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시장 신뢰를 바닥까지 잃은 MBK에게 홈플러스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며, 정부의 직접 개입을 촉구했다. 특히 범정부 TF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 마련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피해 최소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해법의 핵심은 ‘구조조정 전문기관의 역할’이다. 회생절차 안에서 부실채권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채권조정을 수행해야만, 경영 능력과 자금력을 갖춘 유통기업이 컨소시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대로 홈플러스가 무너진다면 MBK 역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한 대형 유통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내 회생·M&A 구조의 고질적 결함을 드러낸다. 최고가 입찰만을 우선하는 방식, 사후관리가 사실상 없던 투자·고용 약속, 책임 있는 인수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 부재가 뒤엉켜 반복되는 먹튀 논란의 토양이 됐다. 회생제도가 ‘기업 살리기’보다 ‘채권 회수’에 치우친다는 지적도 이번 사태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유통업은 지역경제, 고용, 협력업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이다. 홈플러스가 무너진다면 그 파장은 기업 하나의 도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매각 무산은 그래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경고다. 정부가 지금 하지 않으면, 뒤늦은 개입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시장에 맡겨둘 수 있는 단계가 이미 지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 있는 인수 구조와 공적 개입의 설계다. 정부와 정치권이 말뿐인 우려를 넘어 실질적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