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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거꾸로 가는 행보…국민 메신저 책임 깨달아야 이용자 볼모 삼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 행보,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입력2025-12-29 00:00

지난 9월 23일 진행한 대규모 업데이트로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톡이 약 3달 만에 첫 화면을 되돌렸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 친구 탭에서 친구 목록을 바로 볼 수 있도록 12월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왜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3개월 만에 일부 기능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을까? 세차례에 걸쳐 이와 관련한 이슈와 시사점을 살펴보고, 앞으로 카카오톡에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카카오톡은 사기업이 운영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만큼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은 여느 SNS와는 달리 정부의 행정 알림이나 본인 인증 서비스 등 공공의 영역을 맡고 있다는 특수성도 지닌다. 즉 사회적 연결망으로 기능하는 면이 있기에, 이용자가 싫다고 해서 카카오를 쉽게 떠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카카오톡의 성공은 카카오라는 기업이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인간관계라는 사회적 자산을 기반으로 이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망각하고 ‘어차피 떠날 수 없음’을 무기 삼아 이용자들을 휘두르려 해서는 안 된다.

거절할 자유 빼앗은 횡포…‘국민 메신저’ 책임 깨달아야

카카오가 자사의 수익을 위해 도입한 광고나 숏폼은 국민 대다수에게 피로감과 혼란을 주었고, 생산성 저하라는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다. 특히 아동 청소년과 노인 등 디지털 약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아무리 사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라 할지라도, 한 기업의 광고 수익이 디지털 약자의 혼란과 아동 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강제 노출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카카오톡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업데이트를 했는데, 왜 이용자들이 이토록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서비스의 본질이자 이용자의 니즈인 ‘메신저’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인스타그램을 흉내내면서도 정작 SNS의 특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여느 SNS는 원하는 사람끼리 서로 팔로우를 맺는 반면, 카카오톡은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친구로 등록되는 구조다. 즉 카카오톡에는 친한 친구들도 있지만 직장 상사나 거래처 직원, 주문 상담을 하는 고객, 만남을 가진 지 오래된 지인들도 많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관계를 맺지만, 사회적 동물이기에 적당히 거리를 두려는 성향 또한 지니고 있다. 모든 지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하고 모두와 소통하도록 강제로 문을 여는 것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며, 건강한 소셜 문화도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에 게시된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최근 리뷰. 업데이트에 대한 불만사항과 앱 오류, 시장 독과점 문제, 2026년 2월부터 시행하는 개정 약관에 따른 개인정보 수집 논란 등을 지적하고 있다.

개인정보 강제 수집 논란까지?…거꾸로만 가는 행보

이용자의 일상과 데이터가 결합된 서비스는 이용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카카오가 성찰을 하고 있을까?

최근의 행보를 보면 깨닫지 못한 듯하다. 카카오가 지난 12월 19일 새롭게 발표한 개정 이용약관이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오는 2월 4일부터 SNS, 게시판 서비스, 온라인 콘텐츠 제공 서비스, 위치 기반 서비스 등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의 이용 기록과 이용 패턴을 수집하기로 약관을 개정했다. 앞으로는 카카오톡 프로필, 오픈채팅, 숏폼, 카카오맵 등 카카오 서비스 전반에서 이용자들의 이용 흔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분석·요약해 맞춤형 콘텐츠 추천과 광고 제공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AI 기반으로 운용되는 서비스나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정 약관이 사실상 강제적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개정 약관 시행일 7일 이내에 이용자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용자가 개인정보 수집 항목만 선택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개정된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용자는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사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업무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즉 카카오가 이용자에게 변경된 약관을 받아들이거나 사용을 중지하라는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동의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이용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이는 카카오가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정보 주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된다. 최근 이동통신 3사와 쿠팡,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등 기업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인데,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과도하게 늘리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9월 업데이트’는 겉보기에는 서비스 개선이고, 오는 2월에 개정되는 약관은 겉으로는 공지사항으로 보이지만, 두 가지 이슈는 모두 카카오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이용자들을 볼모로 삼는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 이에 관해 카카오의 자성이 절실하며, 우리 사회가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에 어떻게 제동을 걸지 깊은 고민과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