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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에서 파리까지 강타한 ‘손끝’ 공예
‘취향의 시대’를 리딩하다…K-핸드메이드페어
- 기사입력2025-12-27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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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디자인을 원하는 2030 젊은이들이 박람회를 둘러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요즘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기성품이 넘쳐나잖아요.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것, 특이하고 하나밖에 없는 제품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런 제 취향을 담아 혼자 집에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지난 18일부터 4일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핸드메이드페어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1인 창업자 밍글맹글 김혜민 대표가 한 말이다. ‘취미’가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이 모여 ‘라이프 스타일’로 발전해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제안하는 창업자가 된 케이스다.이 외에도 우리에게는 익숙한 색동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구성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주목받는 등 ‘세상에 단 하나뿐인 희소성’이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다.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품 시대에도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는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들을 만나봤다.‘손맛’이 주는 ‘특별함’…MZ와 세계인의 ‘도파민’을 깨우다무대 의상과 소품 제작일을 하던 밍글맹글(minglemangle) 김혜민 대표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품 대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것’에 사람들의 열망이 높아질 거라 내다봤다. 그리고,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약 3년 전 1인 창업을 시작한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밍글맹글 김혜민 대표가 키링 등 패브릭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창업 초기에는 ‘희소성’과 ‘랜덤(Random)’ 요소에 반응하는 1020 세대가 주 고객층이었다고 한다. 어떤 디자인이 올지 모르는 설렘, 즉 ‘도파민’을 자극하는 구매 방식이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4050 세대로 고객층이 넓어졌고, 제품 라인도 키링에서 파우치, 가방 등 패브릭 소품 전반으로 확장됐다.김혜민 대표는 “키링을 예로 들면, 고객들은 자신이 어떤 디자인의 키링을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주문하게 된다. 이런 궁금함이 집에 제품이 도착했을 때 풀리면서 강력한 도파민을 안기기도 한다”며 고객 반응을 전했다. “최근에는 손바느질 시대를 경험했던 어르신들이 추억을 회상하면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지금은 없어진 가정 교과목을 말하면서 학창 시절의 추억을 친구들과 얘기하며 찾아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그러면서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 100% 수제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고객들이 즐거워해 주니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며 밝게 웃었다.
그린플레어 신영민 대표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의 관심을 받은 브랜드도 있다. 그린플레어(Green flair) 신영민 대표는 한국 전통 색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도 진출해 우리의 멋을 알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 단 한 곳밖에 남지 않은 색동 원단 공장과 협업해 직접 디자인한 원단으로 직조하며 점점 사라져가는 국내 색동 제조의 맥을 잇고 있다.신영민 대표는 “전통 오방색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이 느껴지도록 컬러 하나하나 순서를 세심하게 설계했다”며, “힙한 감성을 즐기는 젊은 층은 개성과 귀여운 디자인에 좋아하고, 외국인들은 한국의 유니크한 미감에 매료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런 진정성은 2025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K-리본 셀렉션에 디자인 상품 부문으로 선정되며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지난 9월 세계 3대 인테리어 박람회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메종 오브제(Maison & Objet)에 참가해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중, 한국의 전통문화인 액막이 북어를 모티브로 한 자수 아이템이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신 대표는 “이전의 액막이 북어를 보면 너무 사실적이거나 약간 무섭게 표현한 것이 많은데, 우리 제품은 귀엽게 디자인했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집에 걸어놨을 때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며, “이런 귀여운 점이 외국인들에게도 닿은 것 같다. 물고기가 전 세계적으로도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 한국적인 스토리에 깊은 공감을 보이며 좋아했다”고 흐뭇해했다.무엇보다도 지역과의 상생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사회적인 가치도 크다. 회사가 자리한 경기도 수원시의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15명의 어르신들이 제품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그는 “복을 나눠주는 인형을 만든다는 의미 덕분에 어르신들의 작업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한국에서 100% 생산해 단가는 좀 높지만, 한국의 복을 전하는 제품을 만들고, 우리만의 멋을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현재 그린플레어 제품은 청와대 사랑채, DDP 디자인 스토어, 교보문고를 포함해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고, 유럽으로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소잉팩토리가 디즈니와 컬래보한 가정용 자수 미싱 ©중기이코노미디즈니 컬래보부터 목제품까지…일상을 채우는 ‘느린 예술’감성을 채우는 핸드메이드 제품은 단순 구매 경험을 넘어 개성을 표현하는 힙한 취미가 되기도 한다.소잉팩토리 관계자는 “이전만 하더라도 미싱을 하려면 을지로에서 기계를 사고,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들은 뒤, 동대문에서 원단을 떼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했다”며, “이에 유럽의 올인원 숍을 벤치마킹해 재봉틀 구매부터 클래스 수강, 고품질 원단과 부자재 구입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15년 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박람회를 누비며 엄선한 프리미엄 원단을 들여왔고, 입문자들의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다이소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대의 부자재 등을 선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최근에는 자수 미싱이 붐업으로, 특히 어린이집용 네임택, 수건, 명찰 등을 제작하는 소자본 창업의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나만의 굿즈’를 원하는 DIY 트렌드와 맞물려 캐릭터나 문구를 정교하게 새기길 원하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인기다.이 관계자는 “실제로 얼마 전 진행한 와디즈 펀딩에서 200만원대의 미싱인데도 불구하고 3일만에 5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기업 내부에서도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며, “구매층을 살펴보니 10~20대들은 아이돌 인형을 만드는 데 쓰고, 30~40대는 아이와 펫의 옷과 가방 등에 자수를 활용한다”고 귀띔했다.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인기를 얻는 제품은 디즈니(Disney)와 컬래보한 자수 미싱이다. 미키, 미니마우스, 곰돌이 푸, 주토피아, 토이스토리 등 인기 캐릭터 자수 데이터를 미싱 내부에 탑재해 고퀄리티의 캐릭터 소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는데,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부터 젊은 학부모까지 전 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가구학교의 목공예 제품들 ©중기이코노미목재를 주재료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인 브랜드도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한국가구학교는 목재의 다양한 장점 중에서도 청각적인 편안함, 자연적인 향에 집중했다.김석범 대표는 “요리할 때 철제로 된 조리도구가 부딪치며 내는 날카로운 소리 대신, 나무로 뒤집개와 식기 등을 만들어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소리를 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무는 음식의 습기를 조절해 눅눅해짐을 방지하기 때문에 서구에서는 주로 나무를 선호하는데,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식문화가 다양해지면서 도마를 플레이팅용 아트 보드로 활용하는 등 나무가 주방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도마, 계란 트레이 등 주방 제품이 베스트 제품이다. 뒤이어 인테리어 제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래 모양의 인센스콘이 많이 찾는 제품인데, 나무 속으로 향을 넣어 은은하게 퍼지도록 설계해 대량 생산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정교함이 장점이다. 이외에도 블루투스 스피커 등 목공 오브제와 IT가 결합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한국가구학교는 6개월 커리큘럼으로 교육도 진행한다. 초보자라도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데, 전시 도록을 통해 6개월 차 입문자들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수준의 조명, 책상, 수납장 등을 볼 수 있었다.김석범 대표는 “최근에는 가격이 급등한 수입목 대신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국산목으로 주재료를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인 고유의 감성을 우리 브랜드의 독특한 디자인과 결합해 더 많은 사람이 목공을 통해 일상의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