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메르스 공포로 떨게 한 방역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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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온 국민을 메르스 공포로 떨게 한 방역체계 중동국가외 환자 가장 많이 발생한 원인 밝혀내야

기사입력2015-06-01 11:17

윤주희 기자 (jooheey15@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메르스 확진 환자를 15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인 6월1일 3명의 추가 감염자가 확인돼 음압격리병상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2일 만에 감염자 수는 18명으로 늘었다. 한국은 중동을 제외하고 메르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가 됐다.

이 병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로 명명됐다. 잠복기(2일~14일) 후에 발병하며 38℃ 이상의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고, 급성 신부전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메르스 환자는 중동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유럽 지역에 몰려 있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청(ECDC)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월부터 현재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영국 4명, 독일 3명, 프랑스 2명, 그리스와 터키에서 각각 1명씩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환자 수를 모두 합해도 한국에서 10여일간 발생한 감염자의 절반밖에 안 된다.

한국에서 유독 메르스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정부의 초기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스의 전파력이 낮다고 오판해 최초 환자 접촉자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화근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첫 번째 환자의 아들이 병원 면회를 온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 아들이 메르스 감염 의심 상태에서 중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것도 막지 못했다. 한 40대 여성 환자가 감염을 걱정하며 검사와 격리를 요청했지만 체온이 38℃ 이상 올라가야 검사를 할 수 있다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결국 질병관리본부가 최초 환자 발생시 신속하게 대처 했더라면 온 국민이 공포에 떨 까닭은 없었다. 느슨한 방역체계가 이번 사태의 원인인 것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 역시 31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정부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음을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메르스 잠복기간이 최대 2주일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한 주가 감염 확산과 진정을 가르는 고비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어설픈 방역체계를 재점검해 3차 감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감염 의심 사례들을 조기 격리해 추가 감염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사태가 진정된 후엔 반드시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국민에게 확신을 주는 후속 조치들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