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수요 폭증…키운다는 정부는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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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세라믹 수요 폭증…키운다는 정부는 ‘뒷짐만’ 스마트폰 부품 80% 세라믹…원료·공정장비 국산화 시급

기사입력2016-05-16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스마트폰 케이스에 세라믹을 적용한 미5 프로.<사진=샤오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케이스에 세라믹을 적용한 스마트폰 ‘미5 프로’를 지난달 출시했다. 외부 충격에 강한 세라믹 소재를 썼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이 스마트폰은 전동드릴로 박아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가을 출시할 아이폰7 케이스에 기존의 알루미늄 대신 세라믹을 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원 출신의 한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 케이스 전체를 세라믹으로 쓰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얇게 유리를 입히듯 세라믹 코팅을 할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은 제품에 한 가지 소재만 쓰지 않는다. 각각의 장점을 가진 여러 재료를 혼합해 쓰는 것이 대세”라고 했다.

◇스마트폰 부품 80% 첨단세라믹 소재=세라믹은 전통적인 소재다. 세라믹이란 인위적으로 열을 가해 만든 비금속의 무기물 재료다. 도자기, 유리, 시멘트가 전통세라믹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보다 좋은 물성을 얻기 위한 전자세라믹이 널리 활용 중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부품은 물론이고 인공뼈와 치아를 만드는데도 세라믹을 쓴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바이오세라믹이라 부른다.

장점이 많은 소재다. 우주왕복선 외벽은 2000도 이상의 열에도 끄떡없는 특수 세라믹으로 만든다. 열에 잘 견디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이 딱딱한 경질성과 내마모성(마모에 대한 내성), 부식이 잘 일어나지 않는 내식성도 세라믹의 장점이다.

다양한 전자기적 기능을 가지고 있어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세라믹은 전기를 가하면 길이가 변화하는 압전성, 열을 받으면 전기를 발생시키는 초전성, 특정 조건에서만 전기를 흘리는 반도성 등을 가지고 있다. 과학과 공학이 발달할수록 초고온, 초고압, 초고내식성 등 극한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요구되는데, 세라믹이 여기 부합한다는 것이 한국세라믹학회의 설명이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세라믹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부품의 80%, 센서류의 70%, 연료전지의 90% 이상이 첨단세라믹 소재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는 철강, 비철, 화학, 섬유소재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세라믹과 융복합소재 중심으로 축이 이동할 것이라는 게 산업부 진단이다. 스마트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로봇, 항공우주,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폭넓게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 2016년판에서는 “세라믹은 첨단산업의 필수기술로 인식돼 정부의 육성의지가 크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소형화, 다기능화, 초고속화에 대응하기 위한 부품으로 연구개발이 활성화돼 있으며, 디스플레이에서는 대형화, 경량화, 고화질화 등의 변화에 따라 핵심 요소기술 개발이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원료·공정장비 수입 의존…세계1위 일본에 짓눌려=세라믹 시장은 세계시장과 국내시장 모두 성장세에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세라믹 세계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3678억달러(약 910조원)로 연평균 6.4%씩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시장 규모는 61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12.1%씩 커질 전망이다.

국내 세라믹 기업 수는 3313개로 추산된다. 전통세라믹이 2356개, 첨단세라믹이 957개다. 업체 수는 전통세라믹이 많지만 매출은 첨단세라믹에서 더 많이 나온다. 전통세라믹 기업의 총 매출액은 22조7000억원, 첨단세라믹은 31조9000억원이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산화는 세라믹 산업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세라믹 원재료와 공정장비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도 심각하다. 세라믹산업의 무역수지는 2014년 기준 48억달러 적자다. 가장 강한 나라는 일본이다. 48억달러 적자 가운데 22억달러는 일본과의 무역에서 나왔다. 세라믹 세계시장은 일본이 40%, 미국이 30%, 한국이 17%를 점유하고 있다.

핵심 기술도 일본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세라믹 분야 중 국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세라믹 분야는 국내 출원된 특허 중 절반 이상이 일본 특허다. 중소기업 기술로드맵이 최근 7년간(2009~2015년) 국내에 출원된 전자세라믹 특허를 분석한 결과, 59%가 해외 국적 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59%를 국가별로 쪼개 보니 일본이 51%, 독일이 4%, 미국과 기타국가가 각각 2%였다. 한 국가의 기술자립도는 특허 출원인의 국적으로 가늠한다는 점에서, 전자세라믹 분야의 기술자립도는 낮은 축에 속한다.

◇세라믹 산업 키우겠다던 정부는 ‘뒷짐만’=정부도 세라믹 산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는 있으나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산업부는 11월25일을 세라믹의 날로 정하고 ‘세라믹산업 2025 전략’ 초안을 공개했다. 현재 17%인 세라믹 세계시장 점유율을 2025년에는 30%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전문기업은 2개에서 20개로 늘리며 세라믹 원료와 공정장비는 국산화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었다.

당시 산업부는 “2016년 1월까지 세라믹산업 2025 전략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5월인 현재까지 감감무소속이다.

산업부 섬유세라믹과 유재열 사무관은 지난 10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직 진전이 안된 상태다. 전통세라믹 고도화 등의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계획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언제 최종안이 나오느냐는 물음에는 “현재로서는 확답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