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IT제품 교체주기…다이캐스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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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기술로드맵 짧아진 IT제품 교체주기…다이캐스팅이 뜬다 휴대폰 TV프레임 섀시…7조원 주조시장, 납품단가 인상 요구 이슈

기사입력2016-02-26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1년 2개월이다. 휴대폰 기본 약정기간인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새 스마트폰을 구입한다. 제품 교체주기가 빨라진만큼 이를 만드는 부품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슬림화, 경량화 추세에 맞게 얇고 가벼운 부품을 빠르게 생산해야 하는 숙명에 직면했다.

이 가운데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는 다이캐스팅 공법을 활용한 주조산업이다. 주조란 틀에 쇳물을 부은 뒤 굳혀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하는데, 다이캐스팅은 고압·고속으로 쇳물을 주입해 두께가 얇은 제품을 깨끗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교체주기가 빨라진 휴대폰이나 노트북 케이스(겉면), LED 백플레이트, TV 프레임, 자동차 엔진, 섀시 등이 다이캐스팅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중소기업 기술로드맵’ 2016년판에 따르면, 최근 IT산업에서는 2~3개월 주기로 디자인과 성능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기술로드맵은 “다이캐스팅 시장은 현재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관련 중소기업들을 시의적절하게 지원한다면 주조분야가 향후 국가의 중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우디 A8 차량에 알루미늄 부품을 적용한 모습.<자료=아우디 A8 스페이스 프레임 트레일러 영상 캡처>

다이캐스팅의 장점은 정밀함과 빠른 생산속도다.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4~120초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다이캐스트공업협동조합 한종선 전무는 지난 24일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캐스팅은 자동차 엔진, 변속기 등 복잡한 부품을 생산하는데 적합한 공법”이라면서 “한국은 뿌리산업 기반이 튼튼한 만큼 다이캐스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다이캐스팅으로 생산품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도석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초고진공 다이캐스팅을 통해 자동차 섀시는 물론이고 향후에는 선박 엔진까지 영역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형주조 공법에서는 철로 제품을 만드는 반면 다이캐스팅은 알루미늄, 마그네슘, 아연합금을 주재료로 삼는다. 이점이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내에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을 제련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소재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다이캐스팅 설비 역시 일본, 미국, 독일 등 수입산이 주를 이룬다. IMF 경제위기 당시 관련 업체들이 모두 도산하면서 국내 업체로는 하나로엔지니어링이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이캐스팅 분야에서 활발하게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내부기공 최소화다. 다이캐스팅 공법 과정에서 금속 수축이나 공정 중 가스 혼입으로 인해 제품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는데, 이를 내부기공이라고 부른다. 내부기공은 제품의 강도를 떨어트리는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진공 다이캐스팅 공법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김기영 총장(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은 지난해 10월 다이캐스팅 전문기술 세미나에서 “진공 다이캐스팅법은 다이캐스팅으로 제조할 때 가스 배출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제품 내에 가스량을 줄이는 방식”이라며 “다이캐스팅의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7조원 주조시장…납품단가 인상 이슈=주조시장은 대표적인 뿌리기술 산업이다. 자동차, IT, 조선, 기계공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규모는 크지만 부가가치가 낮고 노동집약적인 것이 특징이다.

주조산업 규모는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기술로드맵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주조시장 규모는 7조1749억원으로 매년 3.2%씩 성장해 2018년에는 7조64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시장규모를 분야별로 보면 사형주조시장이 5조5000억원으로 가장 크며 다이캐스팅(1조6000억원)이 그 다음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사형주조가 3%, 다이캐스팅이 4%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주조산업 수출액은 2014년 기준 370억달러(약 45조9000억원)다. 수입액은 451억달러로 무역수지가 적자이나 개선되는 추세다. 2010년부터 최근 5년간의 주조 수출입동향을 보면 수출액은 41억달러가 늘고 수입액은 6억5000달러가 줄었다.

주조산업은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사업이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추정치) 국내 주조 사업체는 2485개로 이중 96%가 50인 미만인 소기업이다. 이러한 업체들은 공급구조상 최하단에 있어, 대기업과 대기업 1차 협력사에 종속되는 특성을 갖는다. 완성품을 제조하는 대기업과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동반성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소업체들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일시적으로 납품을 중단한 적도 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에 속한 주조업체들은 2008년과 2010년 대기업과 1차 협력사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일시적으로 납품을 중단했다. 선철, 고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으나 납품단가 인상률은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기술로드맵 자료에 따르면 고철 가격은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약 277%가 상승했으나, 납품단가는 84.5% 오르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