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해외소송…언론사 시작 전방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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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AI 요약’ 해외소송…언론사 시작 전방위 확산 전통적 저작권 분쟁에서, 상표권 침해에 수익 공유까지 쟁점 다변화

기사입력2025-11-04 00:00

생성형 AI의 콘텐츠 이용을 둘러싼 해외의 소송전은 언론사에서 시작됐지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쟁점 역시 전통적인 저작권 분쟁에서 시작해, 상표권 침해와 수익 공유 문제까지 다변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생성형 AI 관련 해외의 저작권 분쟁 사례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수백만 건의 기사가 무단으로 AI 학습에 사용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쟁점은 AI 모델 학습을 위한 무단 데이터 수집과 콘텐츠 복제가 중심이었다. 언론사와 콘텐츠 제공자들이 비용과 노력을 들여 생산한 저작물을 AI 기업들이 허락 없이 사용한다는 전통적인 저작권 법리를 중심으로 공방이 이뤄졌다.

하지만 보고서는 올해 들어 법적 분쟁의 양상은 급격히 다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음악잡지 롤링스톤 등을 발행하는 펜스케 미디어는 지난 9월 구글의 AI 개요가 자사 기사를 무단 이용해 트래픽과 수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펜스케는 구글이 검색 시장의 90%에 달하는 지배력을 기반으로 언론사 콘텐츠를 대가 없이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구글 검색에서 펜스케 산하 사이트로 이어지는 결과 중 약 20%에 AI 요약이 나타나며, 그로 인해 2024년 말까지 제휴 수익 3분의 1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규제 당국이나 법원이 플랫폼 사업자의 AI 검색요약 행위를 시장지위 남용으로 볼지가 관건이며, 이는 뉴스 미디어 산업 전반의 협상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23년 뉴욕타임스와 오픈AI의 소송은 전통적인 저작권 침해가 쟁점이었지만, 최근 AI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쟁점이 다변화되고 있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상표권 침해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메리엄-웹스터 사전 발행사는 올해 9월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AI 답변이 자사 콘텐츠를 허가 없이 복제하는 과정에서 AI의 환각으로 잘못 생성된 내용을 마치 브리태니커나 웹스터가 제공한 것처럼 출처를 오인시키는 행위는 이들 상표권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8월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공동 소송에서는 퍼플렉시티가 크롤링 거부를 표시한 웹사이트의 코드를 무시하고 콘텐츠를 수집한 사실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기술적 통제권의 실효성 문제까지 법정 다툼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언론진흥재단의 보고서는 주로 언론의 대응에 초점을 맞췄지만, 콘텐츠 생산기업 모두가 생성형 AI의 영향권에 포함된 상황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올해 교육 기술 기업 체그는 구글의 AI 요약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생 대상 학습 Q&A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구글이 이를 요약해 답변을 바로 보여준 결과 트래픽과 매출이 급감했다는 이유에서다.

콘텐츠 라이선싱, 수익모델 개발 등 활로 모색도

보고서는 소송전 이외에 언론 및 콘텐츠 기업들이 생성형 AI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안을 소개했다.

소송과 별개로 경쟁당국이나 방송통신 규제당국에 제소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립 퍼블리셔 연합이 저널리즘을 보호하기 위해 AI 요약 옵트아웃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다. 미국에서도 연방무역위원회(FTC)나 법무부에 독점 관련 조사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

크롤링 통제 정책 강화도 대응책 중 하나로 부상할 수 있다. 보고서는 롤링 거부를 표시한 웹사이트의 코드를 세분화해 각 AI 크롤러별 대응 방침을 수립하거나, 사이트 이용약관을 개정해 콘텐츠를 AI 훈련이나 요약에 이용할때 사전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활용을 제한하는 방식 대신 활용을 허용하고 수익을 나누는 대응도 등장했다. AI 기업과 콘텐츠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3년 AP통신이 오픈AI와 데이터 제공 협약을 맺었고, 2024년부터 다양한 매체들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보고서는 “언론사들은 이러한 콘텐츠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함과 동시에, AI 모델에 자사 콘텐츠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통제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콘텐츠 라이선싱 외에도, AI 플랫폼과 수익을 분배하는 모델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예를 들어 퍼플렉시티의 경우, AI 요약 결과에 광고를 게재하고 그 광고 수익의 일정 퍼센트를 콘텐츠 인용 언론사에 공유하는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AI 검색 서비스 중 하나인 ProRata는 뉴스 콘텐츠 수익 배분 모델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AI가 생성한 답변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각 출처의 기여도를 비율로 나눠서 측정하고, 광고 수익의 50%를 이러한 비율에 따라 콘텐츠 제공자에게 배분하고 있다.

소송과 크롤링 제한 등을 둘러싼 대립은 규제당국의 제도 도입을 통해 일정부분 해결될 여지가 있다. 이와 별개로, 새로운 수익모델의 개발을 놓고 AI기업들과 콘텐츠 기업간의 협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