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진정 한국기업이라면 한국법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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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롯데, 진정 한국기업이라면 한국법 지켜야 법적 한계 분명…최고경영진의 국내법 준수 의지 기대

기사입력2015-08-09 09:00

지난 5일 공정위는 “현재 기업집단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주주 및 출자 현황)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동일인이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해외계열사를 포함한 전체적인 소유구조를 파악중”이라는 것이다.

세간에 ‘형제의 난’이라고 불린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결국 국가기관이 개입할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기업규모가 아무리 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더라도, 기업 전체가 일개 가문의 소유인 경우에는 그 기업의 미래가 가족회의에서 결정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국가가 개입할 명분도 근거도 없음이 명확하다.

그러나 롯데라는 거대한 기업집단이 전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의 소유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표면에 드러난 신 총괄회장 일가의 지분 자체가 기업 전체를 지배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다수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는 롯데 그룹 전체를 신 총괄회장의 개인소유물로 취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해관계자인 주주들에게는 상법이 부여한 권리가 있고,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는지는 국가가 개입해서 조율할 문제가 맞다.

최근 금감원이 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에게 공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일본의 대주주 현황에 대해 밝히라고 요구한 것은 법적인 근거가 명확하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인 롯데가 소유구조와 계열사 현황에 대해 제대로 공정위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공정거래법을 무력화할 위험도 있다. 일감몰아주기를 포함해 다양한 공정거래법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 공정위가 롯데에 해외계열사 현황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법적인 근거와 가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한가지 놀라운 점은, 롯데의 소유구조 최상단에 해외주주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최초로 알려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호텔롯데의 사업보고서에서 주주를 확인해보면 일본롯데 홀딩스와 광윤사, 일본 주식회사L 제○투자회사의 목록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가 밝힌 “동일인이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따라서 설득력이 없다. 지금까지 롯데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롯데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금감원과 공정위의 요구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외법인이나 주주들에 대해 국내법을 근거로 그 현황을 밝히라고 한 점이다. 현재 국회에서 해외계열사나 주주가 있는 기업에 대한 법안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하는데 현재까지는 법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해법을 제시했다.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임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의 지위가 회장인지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 등은 이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수년간 롯데를 이끌어온 신동빈 회장이 직접 롯데가 한국기업임을 밝힌 이상 문제는 쉽게 풀린다. 롯데가 스스로 한국법에 따라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이익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수많은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주요 상장사 주주도 다수가 한국인인 롯데그룹이, 굳이 한국법을 준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쯤은 거듭 강조할 이유가 없다. 신격호 총괄회장이든 신동빈 회장이든 최고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법 준수 의지를 밝혀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