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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거대 플랫폼 쿠팡,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다 337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로 ‘신뢰 위기’를 자초

기사입력2025-12-04 10:0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커머스 혁신을 이끌며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던 거대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악용한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경위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돼 온 쿠팡의 조직 문화와 운영 방식이 결국 또 하나의 취약지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쿠팡은 외부 해킹이 아닌 내부 직원(퇴사자)에 의한 정보 유출을 5개월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해당 직원이 퇴사 후 일부 고객에게 유출 정보를 이용한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고, 피해 고객의 신고가 접수된 후에야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피해를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일관된 패턴을 보여 왔다. 노동권 침해 문제, 물류센터 과로사, 협력업체 대상의 일방적 비용 전가·계약 변경, 내부 지휘체계의 강압적 문화까지. 이 모든 문제에는 ‘속도와 규모’라는 명분 아래 관리·감독·책임의 가치가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쿠팡은 “확장 과정에서의 일시적 문제”라는 해명을 반복해 왔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그동안 반복돼 온 문제들과 같은 선 위에 놓여 있다. 혁신을 앞세운 성장 모델에서는 ‘문제 해결’보다 ‘문제 은폐와 신속한 수습’이 우선돼 왔고, 결국 이번 사고에서도 그 무책임한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성장세를 만들어 왔다. 혁신과 투자, 과감한 실험이 있었고 시장은 그만큼의 기대를 보냈다. 그러나 그 신뢰는 노동권, 협력업체, 소비자라는 각기 다른 지점에서 수차례 흔들려 왔다. 그리고 이번 개인정보 유출은 쿠팡이 조직 문화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문제가 다른 형태로 계속 반복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분노한 소비자들은 개별적인 항의를 넘어 집단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 다수의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별도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는 수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등 소비자 권리 회복을 위한 행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더 이상 플랫폼 기업의 무책임한 관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김대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3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신청 돌입’ 기자회견에서 “단순한 사고가 아닌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최악의 보안참사이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인재”라며 “무책임한 거대 플랫폼 기업에 맞서 소비자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금이라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기업 문화 전반을 돌아보는 근본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의 거인 쿠팡은 신뢰를 배신한 기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